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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정신은 이기고 지는 것 없어”
“한국, 승자독식에 빠져 있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07 2025 11:22 AM
日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 교수 방한 합기도 수련 50년, 철학 연구 40년 무도론 소개 ‘용기론’ 등 국내 출간
“한국 독자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한국에 아직 없는 무언가, 자기도 모르는 새 결핍을 느끼는 ‘무도에 대한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일본 우치다 다쓰루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가 "한국엔 무도적 사고가 결핍돼 있다"고 말했다. IVE Corp 제공
일본 대표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75)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신의 무도론을 설파했다. 그의 무도론을 소개하는 책 ‘목표는 천하무적’ ‘용기론’을 잇달아 국내 출간하면서 최근 방한했다. 이번이 벌써 열네 번째 방한이다.
프랑스 철학을 연구하며 일본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온 그의 본업은 따로 있다. 그는 교수는 생계 수단이고, 본업은 무도가(武道家)라 소개한다. 1975년 일본의 합기도 대가인 다다 히로시(96)에게 처음 합기도를 배운 후 50년째 합기도를 수련하고 있다. 합기도장도 운영한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합기도를 통해 무도적 사고를 배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도에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다. 그저 어제보다 나아가는 수행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을 “무도적 사고가 결핍된 나라”라고 지적했다. “현대 한국은 승자독식과 우열을 나누는 것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 그는 “원래부터 한국에 (무도적 사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었던 것이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승자만이 살아남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지적한 얘기다.
무도적 사고를 갖추기 위해서는 남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처음 합기도를 배울 때 스승 다다는 그에게 “남을 비판한다고 네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우치다는 “눈을 가린 비늘이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스승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뒤 경쟁에서 벗어나 수행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그는 책 제목처럼 “천하에 적이 없는 상태, 평정한 경지에 이르러 자아 실현을 달성하는 것”이 무도적 사고의 목표라고 했다. 적을 힘으로 제압해 더 이상 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애당초 적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껏 누구하고도 논쟁을 벌인 적 없다”며 “논쟁이나 경쟁에서 이기는 순간, 안주하게 된다”고도 했다.
무도적 삶이 사회로부터의 고립이나 은둔을 뜻하는 건 아니다. 유대계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1906~1995)를 40년간 연구해온 그는 “나는 나를 레비나스 ‘연구자’가 아닌 ‘제자’라고 한다”며 “연구자는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제자는 몰라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스승의 세계는 여전히 심오하구나. 계속 수행해야겠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0여 권을 집필한 그는 ‘사쿠라 진다’ ‘속국 민주주의론’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등을 통해 전쟁 책임을 지지 않는 일본 정치 문제와 우경화 등을 비판해왔다. 이번 책 ‘목표는 천하무적’에서도 일본 정부가 전쟁 범죄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에서 ‘일본은 언제까지 한국에 사죄하면 좋을까요?’라는 독자의 질문을 받고 “간단합니다. 상대방이 ‘사과를 받았다’고 제대로 느낄 때까지요”라고 답했다.
목표는 천하무적·우치다 다쓰루 지음·박동섭 옮김·유유 발행·330쪽
김수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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