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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유치 미국, 외국 팬 경계 확산
강화된 국경 단속과 비자 문제 부각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05 2025 10:26 AM
2026년 FIFA 월드컵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 공동 개최로 예정된 가운데, 미국의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국제 축구 팬들의 방문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6개 개최 도시 중 11곳이 미국에 위치해 최근 강화된 이민 정책과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일부 국가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억류되는 사례가 증가하며 미국 방문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이란을 포함한 12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이 조치는 월요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월드컵 참가 선수와 코치, 직계 가족은 예외지만, 팬들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던 팬들 사이에서는 억류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비자이 셋루르(Vijay Setlur)는 축구를 보기 위해 입국한 팬들조차 간첩 혐의 등을 이유로 억류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긴장이 지속될 경우 일부 팬들이 아예 미국행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지난달 FIFA 회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미국의 이민 정책이 FIFA의 인권, 포용, 국제 참여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성별 정보 요구 및 성별 이분법 고수, 국제 학생 억류, 제3국 국민의 추방, 난민 입국 차단 등의 사례를 문제로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또한 선수와 팬들의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스티브 콕번(Steve Cockburn) 국제앰네스티 기업·인권 부문 책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 정책과 자의적인 체포, 억류 사례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경 통과조차 소수자들에게는 괴롭힘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누구를 다음 목표로 삼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여행자들이 미국 내에서 인권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셋루르는 FIFA 입장에서 보면 유럽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 더 수월했을 것이라며, 지금 와서 장소를 바꿀 수는 없으니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국 내에서 축구가 인기 1위 스포츠가 아닌 만큼, 관중 동원을 위해서는 해외 팬들의 방문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국의 정치적 위험과 경제적 부담이 겹쳐 FIFA가 좌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FIFA 회장 지아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는 팬들이 월드컵에 환영받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의 현재 이민 정책이 실제로 그러한 환경을 뒷받침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와 가까운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유치 당시 ‘세 나라의 단결’을 강조한 카를로스 코데이로(Carlos Cordeiro) 당시 미국축구협회장의 발언과 함께 개최지 선정이 축구의 세계적 확장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웃 국가들과 무역 분쟁을 벌이고, 이민자에 대한 강경 조치를 이어가며 당시의 긍정적 분위기는 퇴색됐다. 캐나다의 토론토와 밴쿠버는 이미 월드컵 준비에 돌입했지만, 미국에 대한 보이콧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번 월드컵 외에도 FIFA 클럽 월드컵, 골프의 라이더컵,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가 미국을 여전히 방문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방문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엄격한 이민 정책과 정치적 긴장으로 인해 외국인 팬들의 방문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FIFA클럽 월드컵 트로피 열쇠를 쥐고 있는 모습. 로이터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비자 발급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사관 직원의 교대근무 확대와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부통령 제이디 밴스(JD Vance)는 월드컵 관람 이후 반드시 귀국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엄(Kristi Noem)과 얘기하게 될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트럼프는 그 발언을 듣고 웃음을 지었다.
1994년 월드컵과 1999년 여자월드컵 유치 당시 미국축구협회장을 지낸 앨런 로텐버그(Alan Rothenberg)는 정부 간 긴장이 축구 팬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카타르에서 열린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수백만 명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열정적인 축구 팬들은 그런 문제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IFA는 지난 2022년 월드컵 결승전이 전 세계에서 15억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슈퍼볼 시청자는 약 1억 2,770만 명이었다. 월드컵은 장소와 상관없이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행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대회가 미국의 정치 현실 속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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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