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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문명과 유전자가 교차하는 변화의 시간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05 2025 01:54 PM
인류는 약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놀라운 산물이다. 생명은 아르케아 해의 자기복제 분자로부터 시작해 눈 없는 캄브리아기의 어류를 거쳐 공룡의 그늘 아래에서 숨어다니던 포유류를 지나, 마침내 오늘날의 인류로 이어졌다.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생명체는 유전자를 복제할 때마다 생기는 실수들을 통해 환경에 더 잘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이러한 과정은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금 인류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화는 더 이상 자연 환경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 육식동물, 기근, 전염병, 전쟁 등 과거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요인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고수확 작물과 비료, 가족계획 덕분에 기근은 줄었고, 핵무기까지 등장한 현대의 전쟁은 오히려 전반적인 폭력을 줄였다. 맹수들은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흑사병, 콜레라, 천연두 등은 백신과 항생제, 깨끗한 물 덕분에 통제되었다.
하지만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생존이 아닌 번식이 진화를 이끈다. 이제는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든 문화와 기술, 도시 환경이 새로운 선택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인공적인 환경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인간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적응하는 진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인간은 곡물과 유제품을 먹기 시작하면서 전분과 젖을 소화할 수 있는 유전자를 진화시켰고, 도시의 높은 인구 밀도는 질병 저항성 돌연변이의 확산을 불러왔다. 또한 인간의 뇌는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인위적인 환경이 인위적인 선택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특히 농업과 문명이 시작된 최근 1만 년 동안의 경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높은 사망률이 조기 번식을 유도했지만, 이제는 생존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늦은 번식과 긴 수명이 유리하다. 수명이 길수록 번식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에 장수 유전자가 선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동물처럼 인류도 점점 더 오래 살게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점점 더 커졌다. 초기 인류는 키가 120~150cm에 불과했지만,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 이어지며 키가 커졌다. 영양 상태의 개선뿐 아니라 유전적 변화도 이 경향을 설명한다. 키는 성적 선택의 대상이기도 하다. 장수 경향과 성적 선호가 결합되면서 인류는 계속 키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키가 커지는 동안, 인간의 골격은 점점 가늘어졌다. 무기를 사용하면서 힘보다는 도구에 의존하게 되었고, 농경과 정착 생활은 활동량을 줄였다. 현대에는 책상 앞에 앉아 일하거나 운전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근육량도 감소하고 있다. 원시 인류는 사냥을 하거나 뿌리를 파내기 위해 많은 근력을 사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기계가 대부분의 육체노동을 대신한다. 상체 근육의 감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턱과 치아도 작아졌다. 초기 인류는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을 씹기 위해 큰 어금니와 턱을 가졌지만, 고기와 익힌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턱과 치아가 줄어들었다. 가공식품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많이 씹을 필요가 없으므로, 턱은 더 작아지고 사랑니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고립되었던 인류 집단은 오랜 세월 동안 각기 다른 환경과 미적 기준에 따라 다양한 신체적 특성을 진화시켰다. 피부색, 머리카락, 눈, 얼굴의 형태는 이렇게 다르게 진화한 결과다. 그러나 교통, 통신, 글로벌화로 인해 전 세계 인구는 다시 연결되었고, 혼혈은 증가하고 있다. 먼 거리의 연인을 만나는 것이 쉬워진 오늘날, 전 인류는 하나의 유전자 풀 안에서 자유롭게 섞이고 있다. 이로 인해 피부색과 얼굴 형태는 점점 평균적인 모습으로 수렴할 것이다.
성적 선택은 외모 진화에 더욱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자연선택의 힘이 약해진 만큼, 인간은 짝을 선택하는 기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미디어는 외모에 대한 기준을 더욱 획일화시키고 있으며, 이 기준이 진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남녀 성별의 차이도 확대될 수 있다.
뇌는 인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지만, 크기는 줄어들고 있다. 유럽에서 뇌의 크기는 농경이 시작되기 직전, 약 1만~2만 년 전에 최대에 도달한 뒤 줄어들었다. 농업은 지방과 단백질이 부족해 큰 뇌를 유지하기 어렵게 했고, 잦은 기근도 에너지 소모가 많은 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수렵·채집 생활은 높은 인지 능력을 요구했지만, 문명 사회에서는 많은 기술과 지식을 나눠 가짐으로써 개인이 습득해야 할 것이 줄어들었다.
뇌의 크기가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지능이 떨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 코끼리와 범고래의 뇌는 인간보다 크지만, 인간처럼 복잡한 문명을 이루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평균보다 작았고,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였지만 시각과 신체 제어에 더 많은 부분이 할당되어 있었다. 현대인의 뇌는 다르게 조직되어 있을 수 있다. 적은 수의 작고 효율적인 뉴런을 통해 기능을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라진 10%의 회백질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생각하면 불안감이 생긴다.
가축도 뇌가 줄었다. 양은 24%, 소는 26%, 개는 30% 정도 줄어들었다. 인간도 스스로를 가축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환경에 순응하고 덜 공격적인 성격은 현대 사회에 적합하다. 과거에는 사냥, 전쟁, 생존 경쟁이 공격성을 필요로 했지만, 오늘날에는 경찰과 사법 시스템이 분쟁을 해결하며, 폭력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인구가 도시에서 살아가고,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하며, 이동도 잦아지고 있다. 이런 환경은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유도할 것이다. 동시에 거대한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자신을 조율하고 적응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더 순응적이고 덜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수명 연장과 체격 변화, 성격과 두뇌 구조의 변화 등 문명화된 삶이 새로운 진화 방향을 이끌고 있다. 언스플래쉬
문명은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원시적 본능과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외로움, 불안, 우울증 같은 심리적 문제는 늘어나고 있다. 심리적 질환에 취약한 사람들은 점점 유전자 풀에서 사라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인류는 정신적으로 더 안정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대가가 따를 수 있다. 링컨, 처칠, 뉴턴, 다윈 같은 역사적 인물들은 정신적 고통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심리적 문제를 없앤 결과, 인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동시에 혁신과 창조성은 줄어들 수 있다.
과거에는 9종의 인류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오직 하나만 남았다. 그러나 새로운 종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문화적, 사회적 이유로 생식이 제한될 경우 생길 수 있다. 종교, 계급, 출신, 정치 성향에 따라 혼인이 제한되면 유전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대인이나 집시 같은 집단은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경향을 보였고, 현대에는 정치 성향에 따라 이동하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종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문화적 차이가 지속된다면 유전적 다양성은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
진화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방향성 있는 진화다. 인간은 스스로 진화를 조절할 수 있다. 과거에는 좋은 사냥꾼이 딸의 배우자로 선호되었고, 오늘날에도 배우자의 외모와 성격을 기준으로 자식을 낳는다. 앞으로는 유전자를 더 잘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자식을 의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유전 질환을 걸러내기 위한 배아 선별이 가능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도 존재한다.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최적의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 될 수도 있다.
컴퓨터와 알고리즘도 인간 진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과 앱이 짝을 찾아주는 시대에는 디지털 코드가 유전 코드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유전자가 스트리밍 목록처럼 알고리즘에 의해 선별되고 있다.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고,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우리가 아닌 인터넷과 그것을 운영하는 기업일지도 모른다.
진화에 대한 논의는 과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진정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현재와 미래다. 문화와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인간의 유전자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인류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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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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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letproofAmadeus ( ecosteamte**@gmail.com )
Jun, 05, 09:28 PM Reply증명도 되지 않은 진화론을 믿는 어리석은 인간들. 진화론을 믿는 당신의 조상은 어떤 절류 원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