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반려견과 보호자, 서로 닮는 이유
진화 심리와 생활습관이 만든 공통점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06 2025 01:31 PM
사람과 반려견이 서로 닮는다는 이야기는 흔히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연구들이 있다. 외모나 성격, 심지어 생활습관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반려견 사이에 유사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모가 닮았다는 인식은 보호자 본인의 생각일 뿐만 아니라, 제3자들도 보호자와 반려견을 짝지어 맞힐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인 측면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과의 유대관계를 임상적으로 연구하고,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을 상담하는 연구자들은 이러한 유사성이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사람과 반려견이 얼마나 닮았다고 느끼는지, 그 인식이 감정적 연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관계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리뷰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15개의 실증 연구들은 사람과 반려견 사이의 외모 및 성격 유사성에 대해 다양한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성격 면에서는 외향성, 불안 수준, 사회성 등의 특성에서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는 일부 보호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개를 선택하거나,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서로 닮아가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외모 유사성도 주목할 만하다. 순종견을 선택할 때 보호자와 반려견의 외모가 비슷하다는 결과가 있었고, 머리카락 길이에 따라 귀 길이가 비슷한 개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긴 머리 여성은 긴 귀를 가진 개를, 짧은 머리 여성은 짧은 귀를 가진 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체질량지수(BMI)가 비슷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비슷한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유사성이 실제인지, 단순한 보호자의 인식에 불과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혀 모르는 제3자들에게 보호자와 개의 사진을 보여주고 짝을 맞추게 한 연구도 있었다. 그 결과 많은 경우 참가자들이 정확하게 보호자와 개를 짝지어 맞췄으며, 이는 유사성이 단지 인식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람과 개가 닮았다는 사실은 인간 관계에서도 보이는 진화적 성향과 연결된다. 과거 공동체 생활에서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생존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유사한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발전했고, 이와 비슷한 심리가 반려견 선택에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순종견을 기르는 경우 유사성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특정 품종이 보이는 예측 가능한 행동 특성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보호자들은 자신의 생활방식이나 성향에 맞는 개를 선택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닮은 개를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람과 반려견의 성격 유사성은 상호 감정 교류, 행동 강화, 관찰과 모방을 통한 학습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보호자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특정 행동을 강화하거나 자신의 일상 패턴에 맞춰 반려견을 길들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개의 행동이나 감정 상태가 보호자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유사성이 아니라, 그로 인해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느냐는 점이다. 비슷하다는 인식은 감정적 유대를 강화하고, 문제 행동에 대한 관용도 높일 수 있다.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는 개의 행동을 보다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인식은 반려견에게 인간적인 특성을 과도하게 투사하게 만들어, 진정한 개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사람과 반려견은 외모와 성격에서 유사성을 보이며, 이런 닮음이 관계의 깊이와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언스플래쉬
한편, 사람과 개가 꼭 닮지 않더라도 관계가 잘 맞는 경우도 많다. 에너지가 넘치는 개가 내성적인 사람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야외 활동을 유도하고, 전반적인 생활 습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도 깊은 정서적 유대가 형성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사람과 개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유사성보다는 ‘궁합’이나 ‘호환성’일 수 있다. 성격이 달라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으며, 애착 스타일이나 보호자의 성격이 관계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사성은 시간이 지나며 상호 작용과 감정 조절을 통해 형성되기도 한다.
결국 사람과 개 사이의 깊은 유대는 꼭 닮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차이를 포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