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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 방관이 피해 키운다
정당화 심리와 조직문화가 침묵 부추겨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09 2025 01:46 PM
직장에서 조언을 빙자한 폭언은 생각보다 훨씬 흔하고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전체 직원 중 3명 중 1명이 이러한 괴롭힘을 경험하고, 절반 가까운 이들이 이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목격자들은 피해자를 돕거나 문제를 보고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축소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반응은 괴롭힘을 더욱 공고히 하고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이러한 괴롭힘을 왜 합리화하는지를 ‘시스템 정당화 이론(system justification theory)’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시스템이 공정하고 정당하며 안정적이라는 믿음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괴롭힘이 일상적이고 불가피하다고 느껴질 때, 목격자들은 이를 부정하고 싸우기보다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여기며 정당화하는 쪽을 택한다. 이는 직접적인 갈등이나 배제, 보복을 피하려는 무의식적 방어기제다. 결국 이러한 인식은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만들고, 조직 문화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최근 2주 내 괴롭힘을 목격한 직장인 554명을 조사했다. 응답자들은 괴롭힘이 얼마나 불가피하게 느껴졌는지, 조직이 이에 얼마나 관대한지를 공유했다. 이후 괴롭힘이 정당하다고 느꼈는지, 피해자가 그럴 만한 사람이었는지를 물었고, 또 일주일 뒤에는 그들이 피해자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괴롭힘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한 사람일수록 이를 정당화하고 피해자가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으며, 피해자와 거리를 두고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리거나 도움을 주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는 목격자들이 냉담하거나 비겁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믿고 싶은 공정한 직장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심리적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괴롭힘이 방치되는 조직 환경이다. 괴롭힘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목격자들은 이를 당연한 일로 여기고 행동에 나서지 않게 된다. 특히 직원들이 출근을 두려워하거나, 리더가 공개적으로 비난을 일삼고, 괴롭힘에 대한 보고가 무시되거나 지연된다면, 이는 이미 괴롭힘이 조직 내에 깊이 뿌리내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
조직은 이러한 패턴을 외면하거나 부정하기 쉽지만, 이를 드러내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이는 핵심 인재를 유지하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목격한 방관자들은 이를 정당화하며 침묵하거나 외면함으로써 피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언스플래쉬
연구진은 정상화된 괴롭힘을 바꾸는 데에는 일상적인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조직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리자들이 괴롭힘에 신속히 대응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괴롭힘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조직에 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괴롭힘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깨야 한다. 조직은 괴롭힘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사건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사하며, 리더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둘째, 조직은 어떤 행동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일반적인 피드백과 구분해야 한다. 셋째, 정책을 일관되게 집행하고, 괴롭힘 보고자를 보호하며, 보복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에 대한 공개적이고 의미 있는 지지를 통해 그들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팀 내 소외를 방지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존 연구는 주로 제3자나 리더의 개입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연구는 목격자들이 행동하지 않는 심리적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혔다. 괴롭힘이 빈번한 환경에서는,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의 피해에 이어, 주변 사람들의 외면으로 한 번 더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단순한 교육 영상이나 선언문만으로는 부족하다. 괴롭힘이 정상적이거나 사소한 일로 여겨지는 직장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다행히도, 작은 변화라도 일관되게 이어진다면 조직은 충분히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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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