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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못 견디겠다"
버스 훔쳐 월북 시도한 탈북민 집행유예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un 09 2025 04:03 PM
【서울】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마을버스를 훔쳐 월북을 시도했던 30대 탈북민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북한에선 하루 이상 굶어본 적이 없었지만, 남한에선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이곳에선 돈이 없으면 죽겠더라" 등이 피고인이 밝힌 범행의 이유였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 김희수)는 국가보안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탈북민 A씨에게 전날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통일대교를 건너 월북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탈북민에게 8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바리케이드가 살치된 통일대교. 연합뉴스 사진
A씨는 지난해 10월1일 새벽 1시쯤 경기 파주시 문산읍 차고지에서 운전석에 키가 꽂혀 있던 마을버스를 훔친 뒤, 통일대교를 건너 월북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차고지에서 약 4.5㎞를 달려 통일대교 남단에 진입했고, 남문 초소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은 다음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까지 진입해 900m가량을 더 달리다가 결국 북문 초소에서 군인들에게 붙잡혔다.
A씨가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극심한 생활고였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으로 2011년 12월 혼자 탈북한 그는 한국에서 건설 현장 일용직 등으로 일했다. 일정한 직업 없이 건설 현장을 전전했지만 2018년 다리를 다치면서 일을 나갈 수 없게 됐고, 경제적 고초를 겪었다. 이후에는 고시원에 살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의 고시원에서 월세 미납을 이유로 ‘이달 말일까지 퇴거하라’는 요구를 받자 월북 실행에 나섰다.
A씨는 거주지 주민센터 방문 시 긴급 생계비 지원을 문의하며 담당 공무원에게 "나는 남한에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북한에서 사는 게 남한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북한에 있는 가족이 너무 보고 싶고,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을 찬양하거나 동조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이 처한 현실을 일부 보여 준 사건"이라며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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