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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혹시 동성을 좋아하나”
30대 여성의 뒤늦은 자아 찾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10 2025 01:57 PM
영화 ‘엠 아이 오케이?’ 그림 대신 스파 접수 일 하는 루시 “사랑도 우정도 모두 혼란스러워” 나이와 무관한 어른들의 성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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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딱히 싫지는 않다. 그렇다고 몸과 마음이 이성에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서른두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성경험이 많지도 않다. 직장 동료를 통해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온다. 혹시 여자를 좋아하는 건지 모른다고. 여덟 살 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하는데, 루시(다코타 존슨)는 30대가 되어서야 밀려오는 고뇌가 힘겹다. 게다가 유일한 절친 제인(소노야 미즈노)은 일 때문에 자신 곁을 떠날 상황이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난 괜찮은 걸까.”
①뒤늦게 찾아온 질풍노도의 시간
루시는 새로 들어온 직장 동료를 통해 자신이 이성보다 동성을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HBO 제공
루시는 용기가 없다. 자신이 없기도 하다. 자신의 성정체성이 진짜 무엇인지 혼동스럽기도 하고 누군가를 어떻게 만나 어떤 식으로 사랑을 나눠야 할지도 모른다. 루시에게 힘을 주는 건 역시나 제인이다. 제인은 루시에게 데이팅 앱을 활용하라고 종용하고,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술집에 함께 가주기도 한다. 하지만 루시는 마음을 잡지 못한다.
루시의 방황은 직업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스파에서 접수 담당자로 일하나 그림에 대한 꿈을 여전히 품고 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나설 수 없다. 서른둘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늦었지만 아예 포기하기에는 이른 나이이기 때문이다.
②30대 여성의 홀로서기
제인은 루시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하나 루시는 제인의 도움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HBO 제공
루시는 일이든 연애든 뭐든 또박또박 해내는 친구 제인이 부럽다. 제인은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곧 런던으로 전근 갈 예정이다.
30대라고 10대와 다를까. 루시의 고뇌와 방황은 10대 시절 못지않다. 어느 순간 제인의 조언이 성가신 간섭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제자리인 듯한 자신과 다른 제인에게 슬쩍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전근 준비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제인은 루시가 은근 짐처럼 여겨진다. 둘은 순식간에 멀어진다.
영화는 30대 여성의 뒤늦은 자아찾기와 홀로서기를 그린다. 루시는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자신이 진정 어떤 존재인지 조금씩 깨닫는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서른둘이라고 하나 살아갈 날이 더 많을 테니까.
③성장은 나이와 무관한 무엇
서른두 살에 성정체성 고민에 빠진 루시는 방황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할 수 있을까. HBO 제공
루시의 시련이 심각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루시가 방황하며 맞이하는 상황을 영화는 발랄하게 다룬다. 성에 대한 대담한 농담이 오가기도 한다.
영화는 성장이 나이와 무관한 것이라 말한다. 루시는 아이가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는 과정을 통해 걷기와 뛰기를 배우듯 시련을 겪으며 마음의 키가 조금 더 자란다. 루시뿐만 아니다. 제인은 런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별의 아픔을 맞이한다. 사랑을 놓친다고 일을 포기할 수 없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기 마련. 루시와 제인은 언제든 마음을 열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기에 각자 인생의 변곡점을 또 한 차례 넘어간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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