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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대한 태도, 여성 폭력 예측한다
전통적 성 역할 고정관념이 성폭력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10 2025 03:53 PM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과 학대는 심각한 보건 문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여성의 안전과 존엄성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연방통계청(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2022년 경찰에 보고된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사건 117,093건 중 약 80%의 피해자는 여성과 소녀였다. 미국에서는 절반이 넘는 여성이 신체 접촉이 포함된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성폭력 발생률은 기존의 폭력 예방과 개입 전략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와 여성에 대한 학대 사이에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겉보기에는 관련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한 사람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람이 여성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는 전통적인 남성성 개념이 있다. 이는 남성은 강하고 이성애적이며 여성적인 역할을 회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기초한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최근 소년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치료 지침에서 이러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전통적 남성성을 수용하는 사람은 성차별적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높고, 성평등에 부정적이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실제로 가해할 가능성도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에 대한 태도 역시 이러한 남성성 개념과 연결된다. 동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전통적 남성성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고, 동물 학대와 여성 학대 간의 유사한 권력, 통제, 공감 부족이 그 배경에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남성과 함께 사는 여성은 심리적, 신체적, 성적 학대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동물 학대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전통적 남성성이라는 공통된 태도에서 비롯된 상호 연결된 문제로, 효과적인 폭력 예방을 위해 함께 다뤄져야 한다. 언스플래쉬
여성과 동물에 대한 폭력 사이의 연결성을 구체적으로 다룬 연구는 많지 않지만, 폭력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여성이나 동물을 물건처럼 여기는 인식은 모두 대상의 자율성과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태도로, 구조적 불평등의 반영이기도 하다. 동물이 오락 산업에서 착취당하거나 소비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처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태도는 성폭력의 토양이 된다.
이러한 통찰은 성폭력 예방 전략을 개선하는 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동물에 대한 태도와 전통적 남성성 간의 연결고리를 살피는 것은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반려동물 보호 프로그램, 파트너 폭력 피해자를 위한 동물 안전 보장 제도, 정서적 지지 동물과의 연계 서비스 등은 인간과 동물 간 유대감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겉보기에는 동물 학대와 여성 대상 성폭력이 무관해 보일 수 있지만, 두 현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이를 폭력 예방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은 공동체를 보다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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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