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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의 블루어 벽화 훼손 심해
한국홍보에 역효과? 여러 군데 낙서
-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 Jun 17 2025 03:53 PM
꾸준한 관리·정기적 새 작품 제작 필요 관광공사 "해결방안 논의해 보겠다"
한국을 상징하는 벽화가 토론토 한인타운 675 블루어 스트릿 웨스트에서 제막된 것은 2019년 9월13일, 추석명절이었다. 이 지역이 코리아타운임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한국 관광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블루어 한인타운 PAT한국식품 외벽에 그려진 한국관광 홍보용 벽화. PAT한국식품 사진
훌륭한 목표로 시작되어 6년째를 맞는 벽화는 그러나 점차 흉물화되고 있다. 페인트 또는 매직펜으로 휘갈긴 낙서가 심해 그림의 여러 군데가 훼손됐다. 한국 민속화인지, 무슨 그림인지 분간이 안되므로 고치든지, 제거하든지 택일이 필요한 상태다.
벽화는 한국관광공사 토론토지사가 주관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제막 후 지사가 얼마나 관리했는가. 그동안 직원이 한 번이라도 방문해서 상태를 점검해 보았는지?"라고 동포들은 묻는다.
낙서자는 누구인가. 언제, 왜 그런 짓을 했는가.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지저분한 낙서는 글이 아니어서 한국 또는 한국인 혐오자의 소행으로 단정하기도 무리다. 혐오범죄라면 경찰이 수사할테지만.
이에 대해 PAT한국식품 중부지점 이민복 사장은 “낙서가 발견된 지 2년 정도 됐다. 벽화 밑에 있는 낙서는 우리가 지울 수 있지만 벽화에 생긴 낙서는 그림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벽화 손상과 관련해 관광공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벽화는 중부지점의 동쪽 매닝 애비뉴Manning Ave와 접한 벽에 그려졌으므로 중부지점의 지적 재산처럼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퍼마켓은 벽화를 원한 것도, 벽면을 월세를 받고 대여해 준 것도 아니고 더구나 관리책임을 말이나 글로서 인수받지도 않았다. 그저 한인기업으로서 한국정부 기관을 돕고 싶었을 뿐이므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손님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 가능성 때문이다.
중부지점은 벽화가 흉물화되고 그 앞에 놓인 신문가판대 일대가 낙서로 범벅이 되면서 한국식품 고객이나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 낙서를 지우기도 했지만 밤을 지내고 나면 지운 자리에 먼저보다 더 크고 진한 낙서가 자리잡았다. 낙서자의 집요한 보복이었다.
길이 30m, 높이 4m의 대형벽화는 총 1년간 준비한 끝에 탄생했다. 벽화 아이디어는 당시 정태인 총영사에게서 나왔다고 알려졌다.
멀쩡했던 벽화가 낙서로 얼룩져 있다. 사진 한국일보
그러나 정 총영사도, 관광공사도 간과한 것은 ‘세계 대형 도시에는 낙서 중독범들이 아주 많다’는 점이었다. 벽화는 물론 동상, 조각품들도 손상되기 일쑤고 범인이 잡히는 일은 거의 드물다는 것. 그러므로 고정적인 벽화제작보다는 대형간판에 인쇄된 작품이 값싸고 정기적으로 새 작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점을 고려해 볼만했다.
페인트 아니면 매직펜을 사용한 낙서가 지워지지 않는다면 벽화를 그린 회사에 의뢰해서 손상된 부분만 재생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그동안 캐나다한인미술가협회 등 일부 동포들은 벽화에 드러난 세종대왕 얼굴을 비롯, 18개 상징물 중 여러 개가 실제와 다르게 묘사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역사와 전통을 모르는 비한인들이 한국 민속학자나 화가의 자문을 받지 않고 사진등만 보고 그린 그림이라는 것. 이 때문에 관광 프로모션에 도움됐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6년 전 제막식에는 고 이진수 토론토한인회장, 정태인 당시 토론토총영사, 이승진 코리아타운BIA 이사장 등과 조성준 온주장관·조성훈(Stan) 온주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당시 박형관 관광공사 토론토지사장은 “벽화는 보존기간이 3년 정도될 것이며 그 이후에는 보완 작업만 할지 아니면 새로운 상징물을 담은 그림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후 어떻게 결정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편 15일 장을 보고 마켓을 나오는 70세 노인은 “그림이 손상된 것을 보면 기분이 안좋다. 마켓에 들를 때마다 이걸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는지. 이제는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사이몬’이라고만 밝힌 28세 젊은이는 “민족적 감정은 모르겠지만 남의 페인팅에 이렇게 낙서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성녀라고 이름을 밝힌 50대 여성(이토비코 거주)은 "벽화를 보면 기분 상해요. 매점 주변이 깨끗하고 보기 좋아야할 텐데 지금은 그 반대에요. 벽화가 관광홍보는커녕 한국이 후진국 같은 인상을 줍니다"고 날을 세웠다.
벽화 훼손에 대해 오유나 관광공사 토론토지사장은 "일부 낙서 등으로 인해 벽화의 외관이 손상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벽화가 공공장소 내 사유지에 위치하고 있어 지사 차원의 직접적인 관리나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지만 관련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벽화는 설치 당시, 3년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후 변경 또는 제거 여부는 상황에 따라 협의키로 되어 있었다. 현재로서는 당장 공사 차원에서 벽화의 보수를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부지 관계자측과 해결방안을 향후 논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벽화의 홍보 효과에 대해선 "이 벽화는 한국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설치 이후 소셜미디어 등에 회자되며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사료된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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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