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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깎지 않기, 생태 회복 첫걸음
꽃가루 매개 곤충 보전을 위한 도시들의 변화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17 2025 09:52 AM
세계 식물의 약 4분의 3이 이러한 꽃가루 매개자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의 보전은 생태계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뉴브런즈윅대학교 생물학자 카우샬 라트나야케(Kaushal Rathnayake)는 그렇기에 꿀벌, 나비, 나방 등 꽃가루 매개 곤충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이 인간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라트나야케는 인간이 이들의 서식지와 먹이를 파괴하고 있으며, 곤충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곤충 멸종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꽃가루 매개자를 보전하고 이들의 생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노 모우 메이(No-Mow May)’ 운동이 캐나다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 운동은 한 달간 잔디를 깎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해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시기에 잘 살아남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와 함께, 라트나야케가 거주 중인 뉴브런즈윅(New Brunswick)에서는 2019년경부터 꽃가루 매개 정원이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꽃가루 매개 곤충을 위한 공간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정원이나 공원을 곤충 친화적으로 바꾸는 일은 개인의 참여뿐 아니라 도시 차원의 계획도 필요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원 옌스 울리히(Jens Ulrich)는 3년간 밴쿠버 시와 함께 도시 공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관리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꽃가루 매개 생물 다양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18곳의 공원을 대상으로 절반은 기존처럼 관리하고, 나머지 절반은 잔디 깎는 빈도를 줄이고 야생화 씨앗을 뿌려 ‘꽃가루 초지(pollinator meadows)’를 조성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말 학술지 ‘에콜로지 레터스(Ecology Letters)’에 발표됐으며, 초지 조성 이후 공원에서 관찰되는 꽃가루 매개 곤충의 종 수가 크게 증가했다. 울리히는 초지가 조성된 공원에서는 평균 60종의 곤충이 확인됐으며, 기존 방식으로 관리된 공원에서는 약 30종에 그쳤다고 밝혔다. 꿀벌, 광대파리, 광부벌, 땀벌 등 다양한 곤충이 초지가 생긴 후 세 해 동안 공원을 지속적으로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밴쿠버시는 9곳의 초지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이같은 형태의 공간을 더 많은 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밴쿠버 공원관리위원회(Vancouver Parks Board)의 조경 설계가 잭 터퍼(Jack Tupper)는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초지를 도입한 공원들이 생태계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심 내 6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잔디 중 약 7%인 42헥타르를 초지로 전환했으며, 2030년까지 1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터퍼는 초지가 조성된 지역의 토양은 수분을 더 잘 유지하고 기온도 낮았으며,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도 뛰어났다고 전했다. 또, 초지 공원에서는 균류와 지렁이 개체 수도 증가해 여름철에 더욱 균형 잡힌 생태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밴쿠버시는 이번 연구 결과를 캐나다 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며 유사한 정책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도시들이 꽃가루 매개 곤충 보호를 위해 공원 잔디를 초지로 바꾸며 생물 다양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언스플래쉬
한편 라트나야케는 개인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도시 공원보다 뒷마당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시민 개개인의 정원이 모이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꽃가루 매개 정원과 초지를 도시 곳곳에 연결해 거대한 생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라트나야케는 프레더릭턴(Fredericton) 식물원의 자원봉사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생물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미관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잘 정돈된 작은 공간만 있어도 충분하며, 어떤 식물을 어떻게 심고 가꿔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그는 프레더릭턴 시가 교차로마다 꽃가루 식물을 심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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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