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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병, 아이들도 예외 없다
아픈 가족 돌보며 학업·정서 모두 위협받아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18 2025 09:54 AM
2018년 통계청(Statistics Canada)의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30세 사이의 청년 약 150만 명이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는 15세 미만의 보호자를 포함하지 않아 실상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돌봄의 필요는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온타리오공과대학교(Ontario Tech University) 사회학자 비비안 스타마토풀로스(Vivian Stamatopoulos)는 많은 사람이 예방적 치료를 받지 못해 질병이 더 진행된 상태에서 돌봄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돌봄 스트레스는 청소년기에 흔히 겪는 스트레스와 겹쳐져 우울, 불안, 사회적 고립, 학업 부진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젊은 보호자의 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의 전망에 따르면 2068년까지 캐나다 인구의 4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출산율이 높아져도 바뀌지 않는 흐름이다. 그러나 노인 돌봄을 위한 서비스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보건정보원(Canadian Institute of Health Informatio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시설 종사자 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줄었고, 여전히 인력이 감소하는 추세다.
경제적 문제도 있다. 캐나다암협회(Canadian Cancer Society)는 현행 돌봄자 세액공제가 실질적인 병원 외 돌봄 서비스 비용을 감당하는 데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 전체가 돌봄의 책임을 나눠지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중에서도 젊은 층의 무급 돌봄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스타마토풀로스는 말했다.
청소년 보호자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또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그는 이들을 ‘숨겨진 인구’라고 표현했다. 최근 캐나다 가정의 저널(Canadian Family Physician)에 실린 사례 연구는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청소년 보호자를 적극적으로 식별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가족을 돌보며 돌봄의 책임을 조용히 감당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언스플래쉬
이 논문의 공동 저자 루카스 페리(Lucas Perri)는 14세부터 하지마비와 폐질환을 앓던 조부를 돌봤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돌본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느꼈지만, 학교활동을 자주 빠지게 되는 등의 어려움으로 큰 부담도 함께 느꼈다고 밝혔다. 당시 의료진이 자신과 같은 청소년에게 학교 가는 데 문제가 있는지, 수업 참여에 어려움은 없는지, 지치지는 않는지 같은 질문을 해줬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리는 여러 가족구성원을 돌보는 경우가 많은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토론토의 유니버시티 헬스 네트워크(University Health Network)에서 내과 전문의이자 임상과학자인 캐런 오크레이넥(Karen Okrainec) 박사도 같은 의견을 냈다. 오크레이넥은 가정의가 아동 보호자를 인식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들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고 했다. 모든 보건의료 제공자가 청소년 보호자 지원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크레이넥은 청소년 보호자를 위한 자원이 존재하지만, 의료진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료들을 위해 진료 현장에서 청소년 보호자를 식별하는 방법과 캐나다 전역의 자원을 담은 도구 키트를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외국의 정책도 참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국에서는 지방정부가 청소년 보호자의 상황을 평가해 정신건강, 복지, 학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스타마토풀로스는 영국 정부가 청소년 보호자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해 도움이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거나, 정부가 제공하는 기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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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