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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 불 연봉"... 보이지 않는 빈곤층
교사도 주거난에 허덕이는 토론토 현실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Jun 21 2025 09:54 AM
크리스틴 밀러는 필 교육청 소속 1학년 교사로 10년 가까이 근무 중이다. 연봉은 약 12만 달러지만, 그는 월급날만 바라보며 간신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토론토 기반 도시문제 해결 플랫폼 시빅액션(CivicAction)이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적한 ‘중산층 주거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연 소득 12만5천 달러 이하의 중산층 가구 상당수가 이제는 토론토 지역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밀러처럼 도시 중간소득 이상을 벌고 있음에도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빈곤층(invisible poor)’이라 부른다.
크리스틴 밀러(왼쪽)와 그의 어머니는 두 대에 걸쳐 학교 교사로 일했다. CTV
56세의 밀러는 2019년 이토비코에 있는 650평방피트짜리 원룸 콘도를 50만5천 달러에 구입했다. 어머니가 다운페이먼트를 도와줬고, 당시엔 금리가 낮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변동금리 모기지 월 상환액은 급증했다.
“한 달에 3천 달러 넘게 모기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밀러는 최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여전히 월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한다.
밀러는 지난해 94세 노모를 돌보기 위해 휴직했고, 그 기간에는 고용보험으로 생활했다. 이후에도 생활비의 절반 이상이 주택비로 들어가고 있다. 월 고정 지출은 자동차 보험, 통신비, 식비 등을 포함해 1,500달러에 달한다.
집값이 다소 하락했다 해도, 레이트허브(Ratehub.ca)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토에서 평균 가격의 집을 사기 위해선 연소득이 21만7천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밀러는 “이 나이에, 이 연봉을 받으면서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같은 교사였던 어머니와 이모의 삶과 비교했다. 당시 부모는 수영장이 있는 대지 1에이커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했고, 플로리다에 별장도 있었다. 대학 시절 생활비도 지원받았다.
밀러처럼 빠듯한 삶을 사는 중산층은 늘고 있다. 시빅액션의 이번 보고서는 광역토론토와 해밀턴 지역의 중산층 가구들이 전통적인 주거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채, 긴 통근 시간과 높은 생활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CTV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중산층 시민 20여 명의 사연을 소개했다. 연 소득은 4만~12만5천 달러 사이이며, 이들은 보육비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나이아가라나 오샤와에서 매일 토론토까지 통근하고 있다.
레슬리 우 시빅액션 CEO는 “해결책을 위한 협력이 늦어질수록 지역 전체가 더욱 뒤처지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사, 교사 같은 필수노동자들조차 월 소득의 43~65%를 주거비에 쓰고 있음에도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는 “누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지원 대상이 되는지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는 “지금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지역이 타격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토론토시는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2025년 예산에 학교 급식 확대, TTC 요금 동결, 임대주택 6,000가구 건설 가속화를 위한 개발비 면제 등의 조치를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시는 또 지역 일자리 창출 계획과 함께, 2030년까지 6만5천 가구 규모의 렌트컨트롤 주택 공급 목표도 제시했다.
우는 “정부와 고용주, 시민사회 모두가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밀러는 “열심히 일하고, 돈도 벌고 있는데, 삶은 따라오질 않는다”며, 아직 희망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한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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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