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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일삼던 상사가 대법관 후보?
용기 낸 ‘미투’ 고발이 진실 게임으로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26 2025 11:0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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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상사가 뉴스에 나온다. 대법관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이다. 악몽 같은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옛 상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성희롱을 일삼던 인물이다. 사회를 위해서는 그의 악행을 고발해야 하나 많은 것을 잃을까 두렵다. 고통과 책임과 후유증은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니까. 1991년 미국 오클라호마대 법학 교수 애니타 힐(케리 워싱턴)은 고뇌에 빠진다.
① 용기 내 증언 나섰으나…
1991년 애니타 힐은 자신의 옛 상사가 대법관 후보로 지명되자 예전 겪은 성희롱 고발에 나선다. HBO 제공
힐의 옛 상사는 클래런스 토머스(웬델 피어스)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보수적이면서도 흑인인 그를 새 대법관으로 최적이라 판단한다. 전임 대법관이 흑인이라는 점이 후보 지명에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미 상원 민주당에는 토머스가 성희롱이 잦았다는 소문이 떠돈다. 민주당 의원실에서 힐을 설득하고, 힐은 용기를 낸다.
힐은 상원 청문회에 나서기 전부터 논란에 시달린다. “왜 10년 전 있었던 일을 이제야 공개하냐”는 비난이 나온다. 정치 입문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따르기도 한다. 힐이 예상했던 일들이나 닥치니 당황스럽기만 하다.
② 정치적 이익 따지는 정치인들
힐은 용기를 내 미 상원 청문회에 나서나 의원들은 진실보다는 정치적 이익 계산에 바쁘다. HBO 제공
힐은 토머스가 도색영화 속 내용을 수시로 언급했다고 증언한다. 토머스는 완강히 부인한다. 흑인이기에 받는 차별이 상원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동정에 호소하기도 한다. 힐의 고발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진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토머스 지키기에 나선다. 어느 의원은 힐을 흠집 내기 위해 말꼬투리를 잡고, 또 어떤 의원은 흑색선전을 마다 않는다. 민주당은 정치적 셈법에 바쁘다. 힐이 얼마나 용기를 내 청문회에 섰는지는 안중에 없다. 힐 때문에 역풍을 맞을지, 힐을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쥘지에만 관심 있다. 힐의 증언은 정치싸움으로 변질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청문회 막전막후다. 의원들은 서로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서로 윽박지르거나 타협한다. 토머스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이 있지만 힐이 궁지에 몰리기도 한다.
③ 그녀가 남긴 고발의 유산
힐의 증언은 여성의 미 의회 대거 진출을 이끌었다고 영화는 해석한다. HBO 제공
토머스는 과연 응분의 조치를 받을까, 힐의 용기는 아무런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걸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1991년 당시 미국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청문회는 씁쓸한 결과를 낳는다. 남자들이 대다수였던 상원이었기에 어쩌면 예정된 일인지 모른다. 토머스가 정치인들과 비교해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하다.
힐을 돕는 건 힘 있는 의원들이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여성 보좌관들이 같은 편에 선다. 물론 그들도 정치적 계산에 따라 행동이 엇갈리지만 말이다.
영화는 힐의 고발 이후를 주목한다. 힐이 용기를 냈기에 미국 정치 지형을 바꿀 일이 벌어졌다고 해석한다. 여성들이 정치적 발언권이 없으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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