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야생 범고래, 먹이로 호기심 드러내
인간과의 상호작용 탐색하는 이타적 행동 포착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l 02 2025 01:57 PM
고래 연구자 자레드 타워스(Jared Towers)는 밴쿠버 아일랜드 해안에서 범고래가 자신과 동료들 앞에 먹이를 떨어뜨리는 희귀한 경험을 두 차례 했다. 이런 놀라운 만남을 토대로 타워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범고래가 인간과 먹이를 공유하는 사례를 분석해 학술지 ‘비교심리학 저널(Journal of Comparative Psychology)’에 논문을 발표했다. 타워스는 야생 포식자가 인간에게 먹이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범고래와 인간 간 먹이 공유 행위를 문헌상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기록한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8년 한 범고래가 신선한 바다표범 사체를 연구선 바로 옆에 내려놓았다며, 2015년에는 또 다른 범고래가 죽은 바다쇠오리를 선박 옆에 놓았다가 다시 집어 가는 행동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타워스는 이런 만남이 수천 건의 범고래 접촉 사례 중에서도 특별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구는 전 세계에서 2004년부터 2024년까지 보고된 34건의 범고래가 인간에게 먹이를 제공한 사례를 조사했다. 이 연구는 범고래가 스스로 사람에게 접근해 먹이를 주는 경우만 포함했으며, 사람 쪽에서 50미터 이내로 다가간 경우는 제외했다.
연구진은 대부분 상황에서 범고래가 사람의 반응을 기다리다가 먹이를 회수하거나 포기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단순히 실수로 먹이를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타워스는 이러한 행동이 이타적이고 사회적인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범고래는 본래 친족이나 동료와 먹이를 나누는 문화가 있으며, 인간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것도 이와 같은 문화적 행동이거나 인간의 반응을 탐색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측했다. 범고래는 고도의 지능과 사회적 협력성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다양한 설명과 결과가 모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포함된 범고래는 밴쿠버 아일랜드와 알래스카, 미국 캘리포니아,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중부, 노르웨이 해역에서 관찰된 개체들이었다.
범고래가 인간에게 직접 먹이를 건네며 교감하는 행동이 학술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언스플래쉬
범고래는 먹잇감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진은 먹이 공유 사례의 38%가 놀이와 관련됐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먹잇감이 완전한 상태로 제공된 점,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짧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놀이가 주된 이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구는 범고래가 먹이 공유를 통해 지적, 감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문화적 학습이나 인간과의 관계 형성도 시도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타워스는 이번 연구가 사람들이 범고래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사고 능력과 인간과의 지능적 공통 진화 가능성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범고래가 제공하는 먹이를 직접 받는 행위는 양측 모두 위험할 수 있어 강력히 금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