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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살파리와의 전쟁'…불임 파리 살포
전문가 “종식 선언 이후 다시 창궐할 수 있어 대비해야”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Jul 04 2025 02:23 PM
미국 정부가 수십억 마리의 파리를 번식시켜 멕시코와 남부 텍사스 상공에서 비행기로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목표는 사람과 동물을 감염시키는 살점 먹는 기생 파리를 퇴치하기 위함이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이는 미국 육류 산업을 보호하고 야생동물 및 반려동물 피해를 막기 위한 과학 기반의 실제 전략이다. 이 방식은 과거에도 성공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
에드윈 버지스 플로리다대학 기생충학자는 “이건 아주 훌륭한 기술"이라며, 과학을 문제 해결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2024년 1월, 파나마 파코라에 있는 불임 파리 번식 시설에서 한 작업자가 신세계 나사파리 유충을 쟁반에 떨어뜨리고 있다. AP통신
표적은 ‘신세계 나사파리’(New World Screwworm Fly)다. 미 농무부(USDA)는 나사파리 유충이 살아 있는 조직을 먹고 자라는 특성을 이용해, 수컷 파리를 방사선으로 불임 처리한 후 야생에 방출할 계획이다. 암컷은 단 한 번 교미한 수컷의 정자만으로 알을 낳기 때문에, 불임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유충이 부화하지 않는다. 이 방식을 통해 파리 개체 수가 점차 줄고 결국 근절된다.
이 방식은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것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이며, 과거 미국과 파나마 북쪽 여러 국가들이 이 기생 파리를 박멸할 때도 사용되었다. 현재 파나마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불임 파리는 그 지역에서 수십 년간 이 해충을 통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멕시코 남부에서 다시 출현해 경계가 높아졌다.
USDA는 2026년 7월까지 멕시코 남부에 새로운 파리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2024년 말까지는 텍사스 남부에 유통 기지도 설립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파리 유충은 죽은 조직을 먹지만, 나사파리는 살아 있는 상처 조직이나 점막에 알을 낳는다. 마이클 베일리 미국 수의학회 차기 회장은 “1,000파운드(약 450kg) 소 한 마리가 감염되면 2주 안에 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법은 존재하지만, 감염된 동물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나사파리는 열대성 파리로, 중서부나 대평원지대의 겨울을 견디지 못해 계절성으로 발생한다. USDA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는 1962~1975년 사이 940억 마리의 불임 파리를 방출해 이 해충을 박멸했다.
핵심은 암컷이 성체가 되어 살아 있는 동안 딱 한 번만 교미한다는 생물학적 특성이다. 수컷 중 절대 다수가 불임이어야 암컷이 자연스럽게 불임 수컷과 짝짓기를 하게 된다.
최근 파리의 북상 우려로 미국은 5월에 일시적으로 남부 국경에서 살아 있는 가축(소, 말, 들소 등)의 수입을 중단했고, 9월 중순까지 재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문제는 이 파리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온혈동물에 알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은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파리 생산 공장을 운영했지만, 퇴치 이후 폐쇄됐다. 현재 파나마 공장은 주당 1억 1,700만 마리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USDA는 주당 4억 마리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텍사스 부지에 850만 달러, 멕시코의 기존 과일 파리 공장 개조에 2,100만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파리를 공중에서 방출하는 작업은 위험하다. 실제로 지난달 멕시코-과테말라 국경 인근에서 방출 작업을 하던 항공기가 추락해 3명이 숨졌다.
1950년대 실험 당시에는 종이컵에 담아 비행기에서 떨어뜨렸고, 이후에는 ‘휘즈 패커(Whiz Packer)’라는 장비를 통해 상자째로 투하했다. 현재도 유사한 방식으로 소형 경비행기에 파리를 싣고 상자째 공중 투하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버지스 교수는 1950~60년대 USDA의 이 기술 개발을 “미국 농무부의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한 번 박멸했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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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