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소설 읽기가 정신 건강에 도움 될까?
책을 통한 마음 치료… “중요한 건 읽은 뒤의 대화”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Jul 05 2025 09:51 AM
독서를 정신 건강 치료에 활용하는 '문학 치료(bibliotherapy)'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전문가들은 독서가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문학 치료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 용어는 미국의 수필가이자 목사였던 새뮤얼 맥코드 크로더스가 1916년에 처음 사용했지만, 그보다 훨씬 전인 18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정신과 의사들과 내과 의사들은 독서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며 병원에 도서관을 설치할 것을 촉구해왔다.
오늘날의 문학 치료는 주로 자조서나 워크북(과제형 책)을 치료사가 추천하고 환자가 이를 읽거나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설, 시, 희곡, 심지어 그림책까지 포함한 '창의적 문학 치료'가 이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호이 최 로렌시안대학 자유예술학부 교수는 문학 치료를 통해 외로움 같은 심리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돕는다. 그는 문학 치료가 효과를 보려면 치료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임상 문학 치료사들은 환자에게 흥미 있는 책을 직접 고르게 한 뒤, 그 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언스플래쉬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는 문학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로 "문학 속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비건설적인 서사를 돌아보고 이를 치유할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제임스 카니 런던 인터디서플리너리 스쿨 부교수는 창의적 문학 치료가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내는지 실험과 설문조사를 통해 연구해왔다. 그는 "책을 둘러싼 대화가 독서 그 자체보다 더 큰 효과를 준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이 치료사나 그룹과 함께 책을 읽고, 그 내용이 자신의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읽은 내용을 공유하고, 사회적으로 활성화된 방식으로 성찰하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주디스 라포사 토론토 중독 및 정신건강센터(CAMH) 심리학 박사는 자조서 형태의 문학 치료가 경도에서 중등도 수준의 우울증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치료 여정의 출발점이 되며, 그 자체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고 라포사는 말한다.
그는 온타리오주에서 불안 및 기분장애 치료를 위한 공공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작년에 약 2만3천 명에게 제공됐으며, 그 안에는 치료사가 자조서 기반의 과제를 추천하는 '가이드 문학 치료'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진료에서 자조서 활용을 자주 한다는 라포사는 "자조서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문제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허구의 이야기로 안전하게 감정을 탐색하다
카니 교수는 자조서가 아닌 소설을 활용하는 창의적 문학 치료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에서는 다루기 힘든 문제를 간접적으로, 비교적 안전한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부 갈등을 겪는 사람이 문제 있는 결혼 생활을 다룬 소설을 읽는다면, 그 내용이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는 "일종의 리허설처럼, 나쁜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카니는 창의적 문학 치료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지만, 연구자답게 "그 효과는 독자, 책,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학 치료는 개인 상담, 독서 토론 모임, 레딧(Reddit) 같은 온라인 포럼이나 북톡(BookTok)으로 불리는 틱톡의 문학 커뮤니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자조서나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이 섭식장애나 중독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룰 경우, 독자에게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라포사와 카니는 모두 경고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문학 치료는 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다른 심리 치료보다도 트리거(정서적 자극)를 피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www.koreatimes.net/핫뉴스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