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식료품 쿠폰, AI가 대신할 수 있을까
중장년은 앱, Z세대는 챗봇에서 할인 찾는다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Jul 06 2025 10:26 AM
‘쿠폰 사용(couponing)’이라는 말은 1950년대에 등장했고, 이후 2010년 미국에서 4시즌 동안 방영된 인기 TV 프로그램 '익스트림 쿠포닝(Extreme Couponing)'이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2024년 핼리팩스에 위치한 댈하우지대학 농식품 분석 연구소(Agri-Food Analytics Lab)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캐나다인은 식비를 줄이기 위해 쿠폰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절약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보고서들은 쿠폰 배포와 사용률이 줄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동시에 AI를 통해 할인 정보를 찾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쿠폰 사용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술’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오고 있다.
2022년 11월, 미시간주 앤아버의 크로거 매장에서 팸퍼스 브랜드 아기 물티슈에 대한 디지털 전용 쿠폰이 표시돼 있다. AP통신
쿠폰의 변화
토론토에 거주하며 인기 소셜미디어 계정 ‘Living on a Loonie’를 운영하는 캐슬린 캐시디는 "쿠폰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만 명의 팔로워에게 다양한 할인 정보와 쿠폰 활용 팁을 정기적으로 공유한다.
그는 "요즘엔 종이보다는 디지털 영역에서의 쿠폰 사용이 훨씬 많아져, 현금 환급 앱, 디지털 쿠폰, 포인트 적립 프로그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이와 디지털 쿠폰 모두 사용률은 감소하고 있다. 정치경제학 저널(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실린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쿠폰 사용은 1990년대 이후 줄기 시작해 2006년부터 2019년 사이에 50% 이상 감소했다.
2024년 미국 내 마케팅 기업들이 배포한 쿠폰은 500억 장으로, 2010년의 3300억 장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이 수치는 마케팅 및 상업 인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RRD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제공한 자료에 기반한 것이다.
한편, 어도비(Adobe)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통해 미국 소매 웹사이트로 유입된 트래픽은 6개월 전과 비교해 2024년 2월에 1200% 급증했다. 어도비는 이 트래픽이 유료 검색이나 이메일 마케팅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하면서도, "2024년 9월 이후 매 두 달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눈에 띄는 성장세"라고 밝혔다.
또한 어도비가 미국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이 중 39%가 온라인 쇼핑 시 AI를 사용했고, 그 중 43%는 할인 코드를 찾기 위해 AI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쿠폰의 진화
히스토리 채널에 따르면, 쿠폰은 1887년 코카콜라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처음 배포한 것이 시초였다. 이후 신문 속 오려 쓰는 전통적 쿠폰에서 점차 진화해왔다고 프로모션 기술회사 스닙(Snipp)의 보고서는 전한다.
1990년대에는 디지털 할인 코드, 이메일 프로모션, 프린트 가능한 쿠폰이 등장했고, 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 쿠폰이 종이 쿠폰을 추월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디지털 할인 정보의 세계가 지나치게 "과밀화(overcrowded)"됐다는 점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에 대해 트리팟 길 워털루 윌프리드로리에대학 경제학 부교수는,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이 AI를 활용해 노이즈를 걸러내려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길 교수는, AI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상품 정보를 찾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 ‘검색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매튜 구즈디얼 앨버타대학 컴퓨터과학 조교수는 "AI 서비스가 매우 똑똑하고 유능하다는 식으로 마케팅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정보를 찾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구즈디얼은 "불행히도,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생을 바꾼 쇼핑 꿀팁’
틱톡에는 AI 덕분에 절약에 성공했다는 Z세대 소비자들의 영상이 넘쳐난다. 할인 코드, 최저가 찾기, 예산 관리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구즈디얼 교수는 AI를 통해 소비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조용히 절약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자주 틀리다는 것이다.
그는 "쿠폰은 수시로 바뀌는데, AI는 수개월 혹은 수년 전 학습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유효한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챗봇은 검색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웹을 검색해서 정확한 정보를 줄 수조차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길 교수는 AI가 제공하는 쇼핑 정보의 유용성은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질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그는 최근 챗GPT의 ‘쇼핑 GPT’ 기능에 "10대 딸에게 줄 100달러 이하의 디지털 카메라"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중 두 제품은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10대 소녀에게 적합한, 분홍색이고 100달러 이하인 디지털 카메라를 아마존에서 찾아줘"라고 물었다면, 결과가 훨씬 정확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는 진짜 할인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CBC는 비공식 실험으로 ChatGPT에게 올드네이비 캐나다(Old Navy Canada)의 할인 코드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챗GPT는 20% 할인 코드를 빠르게 제시했지만, CBC가 해당 코드를 입력해본 결과 ‘유효하지 않거나 만료된 코드’였다.
이후 챗GPT가 제시한 다음 세 개의 코드도 마찬가지였으며, 쿠폰 전용 AI인 CouponGPT가 제시한 코드들 역시 유효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CBC는 챗GPT에게 슬로우쿠커 할인을 찾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챗GPT는 자이언트 타이거(Giant Tiger)에서 판매 중인 Chefman 슬로우쿠커가 50% 할인 중이라고 안내했지만, CBC는 해당 제품이나 해당 할인 정보를 자이언트 타이거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챗GPT가 인용한 링크는 2014년 11월 23일에 올라온 Smart Canucks 블로그 글이었다.
결국 AI가 제안하는 할인 정보는 검증 없이 그대로 믿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www.koreatimes.net/핫뉴스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