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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싱’ 연애, 조용한 이별의 시대
감정 정리 후 일방 통보하는 회피형 이별 방식 확산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l 09 2025 02:56 PM
요즘 연애 시장에서 ‘뱅크싱(Banksying)’이라는 새로운 이별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 용어는 수수께끼 같은 거리 예술가 뱅크시(Banksy)에서 따온 것으로, 연인 관계에서 감정을 서서히 정리하면서도 이를 상대에게 알리지 않는 행동을 뜻한다. 결별 시점에 이르면 뱅크싱을 한 사람은 이미 관계를 정리한 상태라 담담하지만, 상대방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충격과 혼란을 겪는다.
뱅크싱은 뱅크시의 작품처럼 상대가 모르는 사이에 관계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일부 작품이 경매 직후 자동으로 파괴된 것처럼, 뱅크싱도 감정이 조용히 사라진 뒤 이별 통보로 마무리된다. 데이트 코치 에이미 찬(Amy Chan)은 뱅크싱이 최근 생겨난 신조어일 뿐, 예전부터 존재해 온 문제라고 진단한다. 그녀는 이 현상의 해결책으로 불편하더라도 솔직하고 개방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찬은 데이팅 앱 확산으로 데이트 예절이 전반적으로 악화됐고, 그 결과 뱅크싱 같은 감정 회피 방식이 더욱 자주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감정을 정리한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하고 나중에 통보하지만, 상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며 상처를 받게 된다. 찬은 이를 이기적이고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행동이며, 갈등을 회피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연애 전문가 엠마 해손(Emma Hathorn)은 뱅크싱이 받은 사람에게 스트레스와 혼란, 그리고 가스라이팅 같은 심리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관계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도, 상대는 모든 게 괜찮다고 반복해서 안심시키며 상황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해손은 많은 이들이 이런 감정적 거리두기를 경험했지만, 이를 설명할 적절한 단어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감정 조종’이나 ‘정서적 단절’ 등으로 표현되던 현상이 이제 ‘뱅크싱’이라는 이름으로 명확히 정의됐다는 것이다.

연애에서 감정을 조용히 정리하고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뱅크싱'이 확산되며 정직한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뱅크시의 작품 Love is in the Bin 사진. 로이터
찬은 뱅크싱이 고스팅(ghosting)보다 더 혼란스러운 이유는, 관계가 실제로 끝났는지 아닌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대는 여전히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행동은 점점 멀어지고 냉담해진다. 이런 모순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느낀 불안과 의심을 부정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찬은 상대의 차가운 행동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자신이 괜찮지 않다는 감정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뱅크싱의 확산은 연애 기술과 이별 기술 모두가 퇴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찬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고 어려운 대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관계에서 직면해야 할 문제를 회피한 채 이별의 고통조차 미루려는 태도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남긴다는 지적이다.
해손은 뱅크싱을 피하려면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대의 연애 문화는 직설적이고 정직한 표현을 절실히 필요로 하며, 분명하고 예의 바른 태도야말로 본인과 상대방 모두의 시간을 아끼고 존중을 드러내는 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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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