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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와 문재린 목사

황현수의 들은 풍월


Updated -- Jul 09 2025 04:24 PM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09 2025 04:23 PM


2025년은 시인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고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추모 행사와 문화 프로그램이 기획, 진행되고 있다. 

윤동주는 어릴 때부터 별을 참 좋아했고, 예쁜 글을 썼다. 그는 1917년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곳은 함경북도 출신 이민자들이 만든 한인촌이었다. 캐나다 선교사가 설립한 은진중학교를 다니다가, 평양의 숭실중학교로 편입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신사 참배를 거부하는 운동을 펼치자, 뜻을 함께해 자퇴한다. 그 뒤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다가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학으로 유학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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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오른쪽)와 문익환은 북간도 용정에서 함께 나고 자란 죽마고우였다.

 

그는 시를 쓰는 걸 정말 좋아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예쁜 말로 옮겼다.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바람 소리를 듣거나, 혼자 생각에 잠길 때마다 시를 썼다. 그의 시를 읽으면 따뜻한 마음, 때로는 슬픈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윤동주의 대표 시, ‘별 헤는 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이 시는 밤하늘의 별을 하나하나 세면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린다. 별을 세다 보면 친구들도, 그리운 사람들도, 고향도 생각났다. 마치 우리네 같은 이민자들이 고국을 그리듯이…

시인이 살던 때는 일제강점기로 아주 힘든 시기였다. 일본은 우리에게 일본말을 쓰게 하고, 우리 문화를 없애려고 했다. 윤동주는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말과 글로 시를 썼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도 우리말로 시를 썼고 항일운동을 했다. 결국 윤동주는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그곳에서 죽는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 살, 너무나 젊은 나이였다.

윤동주를 이야기할 때마다 언론에 따라 오르는 이가 문익환 목사다. 윤동주와 문익환, 이 둘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한 사람은 암울했던 시대에 별처럼 빛나는 서정시를 남겼고, 다른 이는 평생을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했다. 놀랍게도 이 둘은 단순한 동료를 넘어서 어릴 때 고향 친구이자, 중학교, 일본 유학 시절도 함께 보낸 죽마고우였다. 그리고 동주가 억울하게 옥사했을 때,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장례를 집도한 분이 다름 아닌 익환의 아버지, 문재린 목사였다.

윤동주와 문익환의 오랜 우정은 자연스럽게 문재린 목사의 집을 드나들며 친분을 쌓게 된다. 문재린 목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민족주의자이자 신앙인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을 돕고, 민족의식을 다독이려 힘썼던 그의 삶은, 윤동주 시인이 추구했던 바와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문재린 목사는 윤동주에게 정신적인 지주이자 삶의 선배로서 큰 영향을 미쳤지 싶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발문 중에는 윤동주가 문재린 목사께 자신의 시를 보여드리고 평가를 구했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두 분의 관계는 단순히 친구 아버지라는 사이를 넘어선 사제지간에 가까운 깊은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억울하게 일본의 형무소에서 숨을 거둔 윤동주를 화장한 뒤, 유해를 고향 명동촌으로 모셔 와 문재린이 직접 장례를 집도하였다는 사실은 두 분의 각별한 관계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아들이 가장 아끼던 친구의 죽음을 누구보다 비통해하며, 직접 나서서 마지막 길을 배웅했지 싶다.

문재린 목사는 이곳 토론토와 인연이 깊다. 그는 1896년 함경북도 종성 군에서 태어난다. 1914년에 지린성 룽징시 명동 학교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베이징으로 유학 간다. 칭다오에 위치한 독일계 기술전문학교 의학부에서 의술을 전공했지만, 학교가 폐교된 이후에 베이징 국립고등사범학교 단급 과를 졸업한다. 그는 1919년에 일어난 3·1 운동을 계기로 국민회 조직에 가담한 이후에 <독립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도중, 일제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고 1921년에 석방된다. 1922년에 지린성 명동교회 장로로 피선되어 1926년까지 평안남도 평양신학교를 다녔다. 

1928년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토론토 대학교 빅토리아 칼리지에서 개신교 신학을 전공한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당시 캐나다 선교사들이 함경도와 간도 지방에서 주로 활동하였는데 그들의 도움으로 왔지 싶다. 기록을 보면 문재린은 캐나다에 여섯 번째로 온 한인 유학생이었다.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 유럽 각지를 방문했고 1932년에 중국 지린성으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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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거제도 피난 중, 장승포 옥포교회 앞에서 문재린 목사 가족사진(맨 왼쪽이 유엔군에 자원 입대한 문익환이고, 가운데 검은 양복을 입고 아이를 안고 있는 문재린 목사) 

 

1945년 8·15 광복을 계기로 동료들과 함께 대한민국으로 귀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선공산당에 의해 체포되었다가 옛 제자의 도움으로 석방된다. 1946년 6월, 가족들과 함께 월남한 이후에 1948년까지 서울 금천 황금동교회에서 목회자로 활동한다. 1955년, 서울 중구 필동에 한빛교회를 설립하고 그 뒤, 대구 한남신학교 교장을 역임한다. 

박정희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문재린은 1971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안식처였다. 1973년에는 토론토 대학교 빅토리아 칼리지 산하 임마누엘 신학교(Emmanuel College)에서 명예 신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토론토 지역에 정착하여 캐나다 한인 교회의 초석을 다졌다. 당시 캐나다에는 한인 교회가 없었기에 그는 맨몸으로 교회를 개척하고 한인 이민자들을 위해 봉사를 자처한다. 교회를 중심으로 이민자들이 서로 의지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새로운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문재린의 캐나다 생활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의 캐나다 삶은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한인 이민자의 삶을 대변한다. 

1981년에 아내,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영구 귀국했으며 1985년에 노환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망했다. 문재린의 아들, 문익환 목사의 삶 뒤에는 이처럼 든든한 아버지의 삶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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