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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입맛 살릴 음식은?
보리밥 권하는 전통 건강법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30 2025 01:33 PM
조선 영조 보리밥 섭취 ‘장수 비결’ 제호탕, 설사 등 다스린 여름 음료 인삼·황기 넣은 ‘청서익기탕’ 처방
Q. 올해는 유독 덥고 습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고 쉽게 지친다. 중년이 되니, 예전보다 더위도 더 힘들게 느껴지고, 입맛도 없고 밤잠도 자주 깬다. 한의학적으로 체질에 맞는 더위 해소법이나 피로를 줄이고 입맛을 살리는 음식, 생활 습관이 있을까?

A.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던 조선시대. 맨몸으로 무더위와 맞서는 일은 임금에게도 고역이었다. 더위를 먹어 생기는 서증(暑症)은 흔한 여름질환이었다.
‘동의보감’은 서증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몸에서 열이 나고 저절로 땀이 흐르며 입이 마르고, 복통으로 곽란이 있으나 몸이 아프지는 않다.” 그리고 서증 환자에게 양생 지침도 덧붙인다. “여름 더위는 기(氣)를 상하게 하기에, 지나치게 술을 마시거나 성생활을 하면 신(腎)이 상하여 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주색잡기를 멀리하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
일사병은 강한 태양과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체온 조절이 제대로 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심하면 체온이 37~40℃까지 치솟는다. 초기에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다가 두통, 구토, 어지러움으로 이어진다. 정신 혼미해져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다. 특히 노약자의 경우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위를 피하고자 에어컨, 냉장고, 아이스크림, 차가운 음료 등을 가까이 하지만, 냉방병이나 복통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얼음과 냉수는 마시는 순간엔 시원하지만,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면역 균형을 깨는 원인이 된다. 아직 면역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는 더욱 취약하다.
그래서 찌는 듯한 여름 더위를 이기고자 오랫동안 쌓아온 선조의 지혜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용한 건강 전략이 될 수 있다. 보리밥은 대표적인 여름 건강식이다. 조선 영조의 장수 비결 가운데 하나로도 꼽힌다. 왕이 보리밥을 먹었다는 게 다소 의외지만, 실록 기록상으로는 영조가 유일하게 보리밥을 먹었다. 특히 여름철에 섭취 기록이 집중돼 있다.
한의학 관점에서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보리는 음(陰)의 성질을 가진 곡식으로, 성질이 서늘하고 찰지다. 날씨가 더워지면 인체의 내부가 달아오르는데, 식욕이 떨어지는 것도 위장에 열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찬 성질을 가진 보리밥은 몸을 서늘하게 식혀 입맛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영양학적으로도 보리는 시금치와 비교해 칼슘이 11배, 마그네슘이 3배, 칼륨이 18배나 풍부하다. 더위에 지친 신경계와 근육을 진정시키고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되니, 그야말로 여름철에 적절한 건강식이다. 보리는 발아시키면 약성이 달라진다. 엿기름이라 불리는 맥아(麥芽)는 최고의 천연 소화제다. 맥아를 발효시켜 만든 식혜가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조는 미숫가루도 즐겼다. 보리가 핵심 재료인 미숫가루에 복분자, 오디, 하수오 분말을 더한 강릉 어유룡가의 비전 처방을 추가했다. 영조는 말년에는 밤과 연밥을 넣은 담백한 식단을 선호했다. 밤은 삶으면 잘 체하기에 자루에 담아 바람에 말려 먹었다. 이렇게 하면, 하초(下焦)를 보하여 다리에 힘이 생기고 바르게 서는 효능이 있다. 연밥은 연꽃처럼 마음을 진정시키고 건망증을 줄이는 효험이 크다. 노화에 맞춰 먹을거리를 달리 처방한 것이다.
‘제호탕’은 단오 때 임금에게 진상했던 여름 청량음료다. 소젖으로 만든 ‘제호’나 ‘제호고’와는 다르다. 이름만 같을 뿐 제호탕에는 제호가 들어가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제호탕은 여름 갈증 해소에 쓰인 처방으로, ‘오매’ ‘백단향’ ‘사인’ ‘초과’ 등 4가지 약재로 구성된다. 이들 약재를 살펴보면, 영조가 이 음료를 택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찬 과일이나 음료로 인한 설사병이나 식욕 부진 등 여름철 위장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인 약식(藥食)이었던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겉차속따(겉은 차갑고 속은 따뜻한)’의 진정한 군자의 여름 음료라 할 만하다.
더운 여름 대자리에 누워 죽부인을 품에 안고 잠을 청하면, 에어컨도 선풍기도 부럽지 않다. 여름철, 대자리를 펴고 누우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다. 선조들이 대나무 소쿠리에 보리밥을 담아 공기가 통하는 선반에 걸어둔 것도 밥이 쉽게 쉬지 않게 하기 위한 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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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인삼을 함께 넣은 삼계탕은 복날의 대표적인 보양식이지만, 사실 약에 가까운 음식이다. 닭과 인삼의 조합은 여름철 더위로 떨어진 기력을 보강해 면역 체계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바이러스나 세균을 이겨내도록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의학은 이미 생긴 병보다, 아직 오지 않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황제내경’에 “혹서기가 다가오면 체력 고갈을 대비해 미리 더위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때 매번 등장한 처방이 인삼 황기 맥문동 등이 들어가는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이다. 준비성이 남달랐던 영조도 이 처방을 애용했다. 다른 조선 왕들도 스물아홉 번이나 처방받았다.
이상곤 한의학 박사·전 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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