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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탈을 쓴 인종차별의 역사
우생학부터 유전학까지 이어진 편견의 계보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l 28 2025 12:02 PM
200년 전, 에든버러 골상학회(Edinburgh Phrenological Society)는 흑인 아프리카인, 인도인, 백인 유럽인의 두개골을 측정하며 골상학이라는 유사과학적 방법으로 인종을 연구했다. 이후 골상학은 폐기된 이론으로 취급됐지만, 과학을 빙자한 인종차별은 형태를 바꾸며 지속돼 왔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19세기에는 자연 세계를 분류하려는 과학적 시도가 활발했으며, 그 가운데 영국 에든버러의 많은 지식인들은 인종 간 차이가 극심해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가 발표한 노예제와 식민주의 연관성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비백인 인종은 본질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묘사되었고, 이는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됐다.
이러한 인종 차별적 시각이 점차 설득력을 잃자, 20세기에는 우생학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우생학이라는 용어를 만든 영국 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사회적 개입을 주장했다. 당시 에든버러 대학교 총장이자 전 영국 총리였던 아서 밸푸어(Arthur Balfour)는 골턴의 주장을 지지했으며, 1913년 영국 우생학 교육협회의 명예 부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우생학이 강제 불임 시술 프로그램으로 이어졌고, 이는 주로 흑인 여성들을 겨냥했다. 독일 나치 정권하에서는 우생학이 홀로코스트를 정당화하는 사상적 토대가 됐다.

유전학이 인종 간 차이에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밝혀냈지만, 인종차별적 이론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되살아나고 있다. 언스플래쉬
현대 유전학과 인류 유전체 연구의 발전은 생물학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인종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 피부색이나 외모를 기준으로 인간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유전적 근거가 없으며, 인종은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역사적·문화적 산물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결론이다.
브루넬 대학교(Brunel University)의 레베카 시어(Rebecca Sear) 교수는, 오늘날에도 많은 인종차별적 이론들이 과학적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조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어 교수는 IQ나 두개골 크기 같은 수치가 인종차별을 과학처럼 포장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의 과학 저술가 안젤라 사이니(Angela Saini)는 인종 과학의 재등장을 다룬 저서에서,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물학적 설명으로 사회적·문화적 차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하며, 누구도 인종적 분류에 따라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에든버러 대학교 보고서는 교육 수준이 높고 지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조차 터무니없는 주장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IQ 검사는 여전히 인종 간 지능 차이를 주장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종종 왜곡되거나 조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과거에 폐기된 논리가 반복되고 있다.
1994년 베스트셀러였던 '더 벨 커브(The Bell Curve)'는 IQ가 유전되며 인종 간에 불균등하게 분포한다고 주장했다. 에든버러 대학교에서는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펼친 심리학 교수 크리스토퍼 브랜드(Christopher Brand)의 강의를 학생들이 거부한 바 있다. 브랜드 교수는 1996년 출간한 'g 요인(The g Factor)'에서 백인의 지적 우월성에 유전적 근거가 있다고 다시 주장했고, 소아성애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더했다. 결국 그는 교수직에서 해임됐고, 해당 책은 출간 직후 회수되어 폐기됐다.
최근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극우 세력이 부상하면서, 인종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론들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가디언지는 지난해, 한 미국 기술 기업가로부터 비밀리에 자금을 지원받은 국제 인종 과학 네트워크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신뢰성과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인종·유전·지능 관련 주장이 재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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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