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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랫폼, 외압에 성인물 대거 삭제
성소수자·예술 창작물까지 차단돼 반발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l 31 2025 10:21 AM
호주의 반성상품화 운동단체의 압박에 따라 주요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과 잇치(Itch.io)가 수천 개의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의 구매를 제한하거나 차단하면서, 게임 개발자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CBC 뉴스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호주의 반성상품화 단체 ‘콜렉티브 샤우트(Collective Shout)’가 신용카드 결제망과 결제대행업체에 스팀과 잇치에서 특정 콘텐츠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스팀은 수백 개의 성인용 게임을 판매 중단했고, 잇치는 NSFW(Not Safe For Work) 태그가 붙은 모든 콘텐츠를 사이트에서 비노출 처리했다.
잇치 창립자인 리프 코커런(Leaf Corcoran)은 자사 플랫폼에서 결제를 지원하는 결제대행업체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 콘텐츠를 호스팅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인해 단순한 성적 콘텐츠를 넘어 청소년 등급의 로맨틱 코미디, 성소수자(LGBT) 테마의 게임, 성적 요소가 전혀 없는 대체역사 예술서적까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 기반 게임 개발자이자 예술가인 아드리엔 바지르(Adrienne Bazir)는 성소수자 캐릭터가 손을 잡는 장면조차 부적절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사태는 결제 시스템을 통제하는 국제 금융기관이 어떤 예술이 유통 가능한지 판단하는 데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성소수자 콘텐츠가 검열 대상이 되거나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로맨스 작가 애시 크리더(Ash Krieder)는 캐나다의 창작물이 호주 로비단체와 미국 기반 금융회사들의 판단에 의해 검열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콜렉티브 샤우트는 자칭 ‘여성과 소녀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스팀의 모회사 밸브(Valve)에 3,000통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자 결제업체에 직접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호주 단체와 결제사의 압력으로 주요 PC 게임 플랫폼 성인 콘텐츠를 대거 삭제하면서 성소수자와 예술 창작물까지 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언스플래쉬
스팀은 성인 콘텐츠가 결제대행업체와 신용카드사, 은행의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며 판매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스팀은 현재 월간 이용자가 1억3천만 명 이상인 세계 최대의 PC 게임 플랫폼이다. 잇치는 보다 작은 플랫폼이지만 독립 개발자 중심의 창작물 유통 창구이다. 7월 28일 이전까지만 해도 잇치에서 NSFW 태그 검색 시 7,167개 콘텐츠가 나타났지만, 현재는 5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사스캐처완 대학교(University of Saskatchewan)의 진 케터링(Jean Ketterling) 조교수는 이는 다양한 성적 표현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케터링 교수는 단지 포르노그래피가 아니라 성폭력이나 트랜스젠더 경험 등을 다루는 콘텐츠도 함께 배제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핼리팩스의 달하우지 대학교 성건강·젠더연구소(Sexual Health and Gender Research Lab)의 발 웨버(Val Webber) 박사후연구원은 결제업체들이 성인 콘텐츠, 총기, 도박, 의약품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 항목이 많지만 그 기준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정 성적 행위나 환상을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검열 기준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는 자사 정책상 성인 콘텐츠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페이팔(PayPal)은 법과 파트너사 규정에 어긋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한다고만 답했다.
이런 조치에 대응해 개발자들과 지지자들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 결제업체에 항의 전화와 이메일을 보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는 온라인 청원도 시작했다. 바지르는 콜렉티브 샤우트가 1,000건 정도의 요청으로 변화를 이끌어냈다면, 이에 대응하는 이들도 그 이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콜렉티브 샤우트의 멜린다 탱커드 라이스트(Melinda Tankard Reist) 이사는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으며 여성과 소녀는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과 여성혐오에 노출돼 있다며 자신들의 주장은 위치와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캐나다 게임계와 예술계에서는 외국 단체와 다국적 금융회사가 실질적인 콘텐츠 유통의 기준을 정하고 표현을 통제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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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