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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터넷 언어 지배 시작됐다
표현 방식의 획일화가 인간 사고까지 위협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Aug 13 2025 11:37 AM
최근 인공지능이 인터넷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서 인간의 글쓰기 방식은 물론 사고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보안 플랫폼 임페르바(Imperv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처음으로 인간보다 AI가 생성한 인터넷 트래픽이 더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의 정확성에 의심하지만, 온라인에서 AI의 존재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CBC 뉴스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AI 기반 챗봇을 점점 더 자주 활용하면서 사람들이 챗봇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 구조를 모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인간의 창의력이 줄어들고 사고방식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테크 교육 기업 '웨이(WAYE)'를 설립하고 기술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미래학자 시네이드 보벨(Sinead Bovell)은 언어의 획일화가 사고의 획일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AI가 단순히 인간이 말하는 방식뿐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벨 은 현재 인터넷에 게시되는 텍스트 중 절반 이상이 전부 또는 일부 AI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X(구 트위터), 링크트인(LinkedIn), 뉴스레터 플랫폼 섭스택(Substack) 등에서 사용자들이 글을 쓰는 방식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언어의 획일화는 어느 것이 인간이 쓴 글이고, 어느 것이 AI가 쓴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보벨은 AI의 글쓰기 특징으로 ‘단지 X일 뿐만 아니라 Y이다’ 같은 대칭적 문장 구조, ‘게다가’(moreover) 같은 연결어 사용, 리스트와 글머리표, 어색한 은유, 전반적으로 밋밋하고 중립적인 문체 등을 꼽았다.
AI가 인간의 사고와 추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산하 컴퓨테이셔널 언어 과학 센터(Center for Computational Language Sciences)의 모르테자 데흐가니(Morteza Dehghani) 소장은 언어와 사고의 획일화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데흐가니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5년까지의 레딧(Reddit) 게시글, 학술 논문, 지역 신문 등에서 사용된 언어를 분석한 연구에서, 2022년 말 이후 AI 생성 텍스트가 급증했으며 그 시기가 오픈AI의 챗GPT 출시 시기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후 텍스트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데흐가니 소장은 AI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온라인에서 자주 접하는 글쓰기 방식에 영향을 받아 문체를 바꾸고 있으며, 이는 언어와 표현, 더 나아가 사고방식까지 획일화하는 악순환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또한, 같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다른 논문에서는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이 지배적인 글쓰기 스타일을 반영하고 강화하는 동시에, 대안적인 목소리와 추론 방식을 주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벨은 AI가 인터넷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주변화된 문화나 집단은 학습 데이터에서 제외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AI는 온라인에서 가장 시끄럽고 지배적인 목소리를 중심으로 학습하게 되며, 이는 언어의 다양성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AI가 소수의 미국 기업에서 개발되고 있는 점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기업들이 사실상 미래 사회의 기초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이 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인터넷 언어를 지배하면서 인간의 글쓰기와 사고방식까지 획일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AI가 자가생성 콘텐츠를 다시 학습하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South Florida) 인간-기계 추론 연구소(Advancing Machine and Human Reasoning Lab) 존 리카토(John Licato) 소장은 AI 및 챗봇이 생성한 콘텐츠가 인터넷에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카토 소장은 사람과 챗봇이 서로의 게시물을 증폭시키는 현상 때문에, 인간과 AI가 만든 콘텐츠를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인터넷 사용을 멈추더라도 인터넷이 계속 작동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AI가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학습하게 되는데, 이 경우 편향이나 오류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악화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간이 인터넷에서 사라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획일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언어와 AI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다양성의 보존’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USC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AI 개발과 설계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인간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확대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기술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인간 사회를 이루는 다양성 자체를 희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벨 역시 데이터 구성 방식을 보다 다양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민간 기업의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하고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같은 일부 국가는 자국 문화를 반영하는 ‘주권형 AI’ 모델을 개발 중인데, 보벨은 이러한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는 그 도구가 해당 인구와 사회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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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