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동물의 노래, 인간과 닮았다
얼룩무늬물범 발성 패턴, 반복과 고유 특징 기능 갖춰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Aug 13 2025 03:51 PM
악기를 다루지는 않지만, 일부 동물들은 놀라운 수준의 복잡한 발성 패턴을 보이며 ‘노래’라 불릴 만한 소리를 낸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얼룩무늬물범(Leopard Seal)의 짝짓기 시즌 울음소리 시퀀스는 인간의 동요(nursery rhyme)와 유사한 규칙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미디어 네트워크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특정 동물의 발성 시퀀스가 반복적인 소리로 구성된 명확한 패턴을 따를 때 ‘노래(song)’라고 분류한다. 이러한 패턴은 음절이나 음으로 묶여 구 또는 동기로 구성된다. 대표적으로 울새(robin), 찌르레귀(blackbird), 굴뚝새(wren) 등 흔한 정원 조류들이 포함된 명금조(songbird)에서 이러한 노래 형태가 관찰된다. 그러나 과일파리, 박쥐, 들쥐, 긴팔원숭이(gibbon), 혹등고래(humpback whale) 등 다른 동물군에서도 유사한 구조의 노래가 발견된다.
인간 사회에서 음악과 노래는 주로 집단의 결속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며, 연애 상황에서도 활용된다. 세레나데는 원래 밤에 연인을 위해 부르던 노래였다. 동물의 노래 역시 비슷한 목적을 갖는다. 수컷 과일파리는 날개 진동으로 암컷에게 구애하고, 수컷 들쥐의 초음파 노래는 암컷의 난소 발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래는 또한 경쟁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수컷 명금조는 자신의 영역을 알리고 경쟁자를 위협하기 위해 노래를 사용한다.
그러나 동물의 노래는 인간의 언어처럼 개별 단어에 특정 의미가 부여된 구조는 아니다. 때문에 동물 발성 시퀀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주로 그 안에서 반복 패턴을 식별하고, 그것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는 남극 얼룩무늬물범의 발성 시퀀스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동남극 데이비스 해(Davis Sea)에서 6년에 걸쳐 수집된 수컷 얼룩무늬물범 26마리의 수중 발성 녹음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수중에서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하이드로폰(hydrophone)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얼룩무늬물범은 범고래를 제외하면 천적이 거의 없는 남극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대개는 단독으로 생활하지만 번식기인 11월부터 1월 사이에는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 시기 수컷은 물속에서 큰 소리를 내며 의사소통을 한다. 해당 소리는 특정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어 ‘고정형(stereotyped)’ 발성으로 불린다.
과학자들은 이 소리가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동시에 다른 수컷을 경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암컷도 짧은 수용 가능 시기에 제한적으로 이러한 발성을 한다고 알려졌다.

얼룩무늬물범 수컷의 발성 시퀀스가 인간 동요 수준의 규칙적인 구조를 보여주며 동물의 ‘노래’가 의사소통·개체 식별 기능을 수행함을 시사했다. 언스플래쉬
이번 연구에 따르면 수컷들은 다섯 가지 고정형 발성 유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조합해 복잡한 시퀀스를 만들어낸다. 비록 동일한 발성 레퍼토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를 배열하는 순서는 개체마다 달랐다.
연구진은 이 발성 시퀀스가 예측 가능한 구조를 따르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으며, 이를 위해 엔트로피(무작위성)를 평가하는 여러 수학적 기법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얼룩무늬물범의 발성 시퀀스는 일정한 예측 가능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혹등고래의 노래나 병코돌고래(bottlenose dolphin)의 휘파람 시퀀스보다는 예측 가능성이 낮았다.
인간과의 비교에서는 고전파 및 낭만파 작곡가나 비틀즈의 음악보다 무작위성이 낮고, 인간의 동요 수준과 유사한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일부 수컷은 특정 시퀀스를 며칠간 반복해 사용했으며, 연구진은 이를 개체 식별에 사용되는 ‘음향 서명(acoustic signature)’일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이는 향고래(sperm whale)의 코다(coda)라고 불리는 일련의 클릭음이나 검은다리솔새(chiffchaff) 같은 명금조의 노래에서도 유사한 기능이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에서는 개체 식별이 단일 발성, 병코돌고래의 특징적인 휘파람이나 앵무새의 고유 호출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얼룩무늬물범 연구는 인간의 음악과 특정 동물의 연속 발성 패턴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조명했으며, 동물 발성 시퀀스를 규정하는 원리를 파악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 과학자들이 마주하는 어려움도 함께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연구에는 방대한 수의 녹음 자료가 필요하며, 인간 거주지 인근에 서식하는 동물의 경우 수집이 비교적 쉬운 반면, 외딴 지역에 사는 동물은 채집이 어렵다.
이번 연구는 수학적 분석을 통해 패턴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동물행동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에서 규칙을 찾아내고 있다. 연구진은 이 분야에서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발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