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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항생제 쓰면 키 크는데 도움?
“선진국선 비만 유발 효과 더 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28 2025 05:55 PM
개도국선 항생제 사용 늘수록 키·체중 ↑ 선진국선 키 차이 없고 과체중 경향 보여 항생제 남용은 내성 등 불이익 위험 키워
세대가 지날수록 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키가 이전 세대보다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릴 때 영양섭취가 좋아지고 위생환경이 나아지면서 큰 병에 걸리지 않게 된 게 영향을 미쳤을 듯합니다. 성장호르몬 치료 영향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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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어릴 때 항생제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사실 축산업계에선 이미 익히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축산업자들이 전염병 예방을 위해 소량의 항생제를 썼더니 동물들이 더 빨리 자라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발도상국과 중진국에서 생후 1개월부터 12개월까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과 성장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항생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많이 사용한 아이들의 키가 한 달에 평균 0.04㎝ 더 컸습니다. 체중 역시 한 달에 평균 23.8g 더 증가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이런 효과가 컸습니다.
선진국에선 어떨까요? 핀란드에서 태어나서 생후 2년까지 자란 건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 여부와 체중, 키와의 관계를 추적·관찰한 결과를 보면 항생제 노출 정도에 따른 키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다만 항생제에 많이 노출된 경우 체중이 더 나가는 경향이 남아에게서 주로 관찰됐습니다. 생후 6개월 이내에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에 노출된 경우 이러한 현상이 잘 나타났습니다.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주로 호흡기나 피부조직 감염 치료에 쓰입니다.
캐나다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도 항생제 사용은 과체중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생후 1세 때까지 항생제에 얼마나 노출됐는지와 9세, 12세 시기의 과체중 여부를 비교·분석했더니, 항생제에 많이 노출된 경우 남아의 과체중 위험도가 9세 때는 약 2.1배, 12세 땐 5.4배 높았습니다. 다만 여아의 경우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항생제의 종류, 노출 빈도에 따라 유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내 3~6세 소아를 대상으로 생후부터 2세 때까지의 항생제 노출 빈도와 체중 간 관계를 조사한 결과, 2세 이하 때 다섯 가지 항생제에 노출된 아이들은 한 종류의 항생제에 노출된 아이들보다 비만 위험도가 평균 42% 높았습니다. 같은 기간 항생제에 180일 이상 노출된 아이들은 30일 이하로 노출된 아이들보다 비만 위험도가 40% 높았습니다.
사람의 키와 체중이 유전 요인과 영양 섭취 외에 항생제 노출 정도와도 관련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런 연구를 근거로 일각에선 사람의 키와 체중이 좌우되는 결정적인 시기는 사춘기가 아니라 생후 30개월까지이며, 이 시기에 항생제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은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들을 보면 선진국의 경우 항생제 노출이 키보다 비만을 유발하는 효과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고 감염병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항생제는 필요한 경우에만 적절한 기간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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