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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스포츠

리메이크 넘어 공동 창작까지...

‘문화적 공존’ 시대 여는 K무비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1 2025 12:28 PM

합작 영화 르네상스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주말을 맞아 몰린 관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한 상영관에는 중장년 부모와 함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현지 극장 관객 70~80%가 2030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장면이다.

젊은 층 중심의 관람 문화 속에서 가족 관객이 몰린 이유는 한국과 베트남의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때문이다. 모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양국 제작사가 투자부터 제작까지 동등하게 참여했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가난한 베트남 이발사가 한국에 사는 형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야기로, 베트남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물으면서 폭발적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 1일 베트남 개봉 사흘 만에 800억 동(약 42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약 3주 만인 18일에는 1,600억 동(약 84억 원)을 돌파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정일우는 베트남에서 ‘국민 사위’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대학생 타잉(22)은 “엄마가 극장에 잘 오지 않는데, 이 영화는 꼭 보고 싶다고 했다”며 “한국 감독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베트남 정서를 완벽하게 담아내 이질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흥행 보증수표 된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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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베트남 하노이 CGV에 전시된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홍보물 앞에서 가족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영화 흥행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는 지난해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베트남에서는 개봉 2주 만에 223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지에서 한국 영화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치웠다. 누적 수익액은 2,128억 동(약 112억 원)으로 지난해 베트남 박스오피스 톱3에 포함됐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개봉 20여 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해 ‘기생충(70만 명)’을 제치고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태국에서도 흥행 3위 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 리메이크도 활발하다. ‘과속스캔들(2008)’ ‘극한직업(2019)’ 등이 베트남 버전으로 제작됐다. ‘써니(2011)’는 2018년 ‘고고 시스터즈’라는 제목으로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돼 개봉 4주 만에 매출 360만 달러(약 50억 원)를 돌파하며 현지 로컬 영화 흥행 톱 5에 진입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7번방의 선물(2013)’을 리메이크한 ‘7번방의 기적’이 2022년 580만 명 관객을 모아 역대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고, 한국에서도 나오지 않은 속편(7번방의 두 번째 기적)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흥행이 증명된 작품의 판권 수출과 리메이크를 통해 한국 영화가 동남아 시장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한국과의 협업 좋은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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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베트남 하노이 CGV에서 한 시민이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상영관 앞에 놓인 영화 관련 엽서에 편지를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변화도 감지된다. 단순 수출과 재가공을 넘어 한국 영화 제작사가 기획 단계부터 현지와 손잡는 ‘공동 창작’에 속도가 붙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개봉한 공포 영화 ‘랑종’이다. ‘곡성’ 나홍진 감독이 기획·제작을 맡고, 태국 영화 ‘셔터’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을 맡았다. 같은 해 개봉한 태국 영화 최초로 1억 밧(약 43억 원) 흥행을 달성했고, 작품은 태국을 넘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전역을 휩쓸었다.

CJ ENM이 인도네시아 조코 안와르 감독과 제작한 영화 ‘사탄의 숭배자(2017)’는 현지 흥행을 발판으로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준비 중이다. 한국과 다른 국가가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공동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적 호감, 동남아 거대 시장이 맞물려 확산된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 영화 산업이 아시아권에서 ‘신뢰할 만한 파트너’이자 ‘콘텐츠 선도국’ 으로 여겨지는 점도 공동 제작에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으로 입증된 콘텐츠 경쟁력과 세련된 연출, 안정적인 제작·배급 등의 체계가 결합되면서 한국이 공동 제작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응오 프엉 란 베트남 영화개발협회 회장은 지난 6월 다낭 아시아영화제(DANAFF)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화산업 모델을 가진 나라”라며 “예술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고, 산업 전반에 인재를 육성하는 생태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과의 공동 제작 경험은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제작 단계부터 투자, 스토리 개발, 유통까지 아우르는 협업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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