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인공지능, 신의 자리를 넘보다
과학과 종교 경계 흐려지는 기술 담론 확산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Aug 29 2025 03:55 PM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론토 대학교의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는 77세의 나이에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새로운 사명을 맡았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힌턴 교수는 심층 학습과 신경망 분야의 선구자로, 오늘날 AI 기술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그는 구글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뒤 2023년 회사를 떠나 공개적으로 AI의 위험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현재의 상황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힌턴 교수는 최근 AI의 발전 속도와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그에 따른 위험성 역시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신적인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평가하며, 대중이 이 기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정치권에 규제를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힌턴 교수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술 인사들이 AI를 종교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픈AI의 샘 알트먼(Sam Altman) 대표는 AI를 '하늘 위의 마법 같은 지능(magic intelligence in the sky)'이라고 표현했고, 페이팔(PayPal)과 팔란티어(Palantir)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AI가 반(反)그리스도의 등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부는 AI를 인류의 멸망이 아닌 구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미국의 AI 연구 기업 안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대표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경우의 미래를 상상하며, AI가 대부분의 질병을 정복하고 생물학적·인지적 자유를 확대하며 수십억 명의 빈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모데이 대표는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르네상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강력한 AI 혹은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특이점’은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초월하는 시점으로, 그 이후 사회에 급진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도 1990년대부터 인류가 기술과 융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그는 인간의 뇌와 AI가 구분되지 않게 될 것이며, AI를 통해 인간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커즈와일은 자신의 최신 저서 『특이점은 더 가까워졌다(The Singularity Is Nearer)』에서 2045년까지 인간의 지능이 백만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가 자신의 신념에 가까우며, 이 기술에 대한 기대가 자신의 삶의 목적과 태도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AI에 대한 종교적 접근은 신학적 전통 속의 묵시록(apocalyptic)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 동방대학교(University of Naples L’Orientale)의 도메니코 아고스티니(Domenico Agostini) 교수는 고대에서 '묵시'는 단순히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약속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녹스 칼리지(Knox College)의 로버트 제라시(Robert Geraci) 교수도 AI와 관련된 표현이 초기 기독교의 서사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관련 언어가 과거에는 매우 이질적이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라시 교수는 AI가 기술적으로 신성과 유사하게 묘사되는 현상이 실리콘밸리의 세속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그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종교적 존재이며, 기존의 초월적 의미를 거부한 이들이 기술 속에서 새로운 신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에 대한 ‘종교적 경외심’은 경제적 동기와도 맞물려 있다. 제라시 교수는 20년 전에는 AI 기술에 대한 환상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샘 알트먼 대표 같은 인물이 인공 일반 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임박을 주장함으로써 투자자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챗GPT가 의식과는 전혀 무관하며, 인간처럼 생각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실리콘밸리 일각에서는 이를 신성과 연결지으며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언스플래쉬
그러나 모든 기술 리더들이 이러한 사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Meta)의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 대표는 자사의 AI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팟캐스트에서, 일부 기술인이 AI를 신과 동일시한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AI를 통해 인간과 기술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개념은 실리콘밸리 전체에 퍼져 있지는 않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의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교수는 이 개념이 종교적 내세관과 과학적 신빙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테그마크 교수는 2023년 생명미래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 소장으로서 규제되지 않은 AI의 훈련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주도했으며,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등 유명 인사 3만 3천여 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 서한이 AI 안전성에 대한 논의를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봤다.
테그마크 교수는 규제와 안전장치가 갖춰진다면 AI가 질병 치료나 인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지만, 일부 기업이 '또 다른 신'을 만들려는 듯한 종교적 집착으로 AI를 개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화와 종교의 많은 이야기들이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면 파국을 맞이한다고 경고해왔다며,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그러한 오만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분산형 AI연구소(Distributed AI Research Institute)의 딜런 베이커(Dylan Baker) 수석 연구원은 AI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과학보다는 공상과학소설에 영향을 받은 환상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AI 기술에 대한 우려가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