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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오토 세일

수용소 담 넘었지만 계급은 못 넘었다

벤 매킨타이어, '콜디츠'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10 2025 06:10 PM

2차대전 獨콜디츠성 수용소 배경 영화 뺨친 연합군 포로들 탈출기 글라이더까지 만들며 협력했지만 신분·정치 성향·민족 갈등 대립각


“서쪽에 탈출 시도가 있다. 즉시 경비실에 보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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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병사가 1941년 콜디츠성의 창문에서 침대보 밧줄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열린책들 제공

 

1943년, 9월 어느 날 밤. 독일군 원사 구스타프 로텐베르거가 다가와 포로수용소 경비병에게 고함을 질렀다. 평소보다 이른 순찰이었다. 또 다른 경비병들에게도 차례로 지시했다. “오늘 근무는 일찍 끝내라. 열쇠 이리 내.”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구레나룻과 자전거 핸들 모양으로 솟아 있는 콧수염, 작센 지역 억양이 짙게 밴 독일어. 영락없는 로텐베르거의 모습에 의심할 여지 없이 열쇠를 건넸다. “이번엔 될 것 같아.” 사라지는 경비병을 창문으로 내려다보던 포로들이 읊조렸다. 그는 사실 스물다섯 살의 영국군 중위 마이클 싱클레어가 변장한 가짜 로텐베르거였다. 얼굴 털은 면도용 솔을 분해해서 만들었고, 물감으로 털에 도는 붉은 빛까지 구현해 냈다. 군복에 매단 철십자 훈장은 성 지붕에서 벗겨 낸 아연을 뜨겁게 달군 식칼로 다듬었다.

신간 ‘콜디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작센주의 연합군 포로수용소, 콜디츠성을 배경으로 하는 논픽션이다. 이곳에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등 각국의 포로들이 수용됐다. 역사 속 가장 극적인 순간을 탁월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으로 정평 난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벤 매킨타이어는 “극도로 지루하지만 극도로 짜릿한 순간과 몸이 얼어붙는 두려움의 순간이 간간이 섞인 곳”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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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사 구스타프 로텐베르거(왼쪽)와 탈출을 위해 그와 똑같이 변장한 마이클 싱클레어.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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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전쟁 직전에 항공 사진으로 찍은 콜디츠성의 전경. 열린책들 제공

 

글라이더까지? 기상천외한 탈출기

콜디츠성은 당시 독일의 모든 수용소를 통틀어 탈출 시도가 가장 많았던 장소다. 굴을 파거나 침대보를 이어 창문으로 탈출하려는 시도는 예삿일이었다. 싱클레어와 같이 적군으로 변장하거나 여장도 서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야심찬 계획은 날아서 탈출하겠다는 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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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장교인 에밀 불레는 가발과 치마를 이용해 독일 여자처럼 차려 입고 탈출을 시도했다.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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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을 위해 지붕에서 띄울 예정으로 콜디츠 수용자들이 만든 글라이더, 일명 '콜디츠 수탉'의 설계도(왼쪽)와 실물. 열린책들 제공

 

포로였던 영국군 공군 대위 빌 골드핀치는 1944년 글라이더 제작에 착수한다. 나무 조각 6,000여 개, 침대 틀에서 빼낸 금속 볼트, 훔쳐 온 전화선, 매트리스 커버를 꿰매 만든 덮개, 상당량의 아교를 동원했다. 콜디츠의 포로 최소 4명 중 1명이 글라이더 제작에 참여했다. 글라이더 이륙 여부는 부차적이었다. 글라이더 제작은 신체적 자유가 속박된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할 일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서 잠시 굶주림을 잊고 새로이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고통과 희극이 뒤엉킨 곳

저자는 당시 콜디츠를 “괴롭힘, 첩보전, 권태, 광기, 비극, 소극(笑劇)이 뒤엉킨 곳이었다”고 말한다. 유대인 대량 학살이 벌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와는 달랐다. 독일 간수들은 대다수 연합군의 장교 출신, 중산층이었던 포로들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대했다.

포로들은 독일 경비병을 괴롭히는 방법을 경쟁적으로 개발해내기도 했다. 일명 얼간이 괴롭히기. 점호 때마다 입술을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독일군은 어디에?/ 똥통 속에!/ 밀어 넣을까/ 귀까지 잠기게!’와 같은 노래를 부르거나 물폭탄, 불붙인 신문지, 배설물 봉지 등을 창문 밖 경비병에 투척했다. 이런 행동은 “무력하게 붙잡힌 사람이 자신을 붙잡은 사람에게 굴욕을 줄 수 있다는 심리적인 지지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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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들이 탈출할 때 사용하기 위해 호두에 숨겨 놓은 나침반(왼쪽)과 음반에 숨긴 독일 돈. 열린책들 제공

 

 

시대에 휘말린 개인, 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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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당국은 하루에 적어도 세 번 포로들을 안마당으로 소집해 머릿수를 헤아렸다. 열린책들 제공

 

콜디츠는 또 다른 전장(戰場)이자 바깥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수용자들은 과거 자신들이 서로 끈끈했다고 미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곳 역시도 계급과 신분, 정치적 성향, 민족적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반 병사는 노동 계급으로 당번병 역할을 했고, 사립학교 출신 장교들은 중간 계층을, 프로미넨테(신분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VIP 전쟁포로)와 영주가 상류층을 형성했다. 장교와 달리 하급 병사에게는 탈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영국군으로 참전한 인도인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 차별이 상존했다. 포로들끼리도 ‘연합군 백인 남성 장교’는 암묵적으로 우대했다. 책은 이처럼 가둔 자와 갇힌 자를 단순 선악 구도로 묘사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심리적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분노, 저항, 용기뿐만 아니라 낙담, 죄책감, 묵묵한 순종”이 공존했다. 누군가는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며 적의 감옥 안에서 일종의 평화를 발견하기도” 하고 “미친 듯이 날뛰는 사람도 있고, 아예 이성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작가는 책을 여는 글에서 나직이 되묻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극적이고 힘겨운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라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부제는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이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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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벤 매킨타이어 지음·김승욱 옮김·열린책들 발행·536쪽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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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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