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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가까이서 보면 시력 저하?
“어두운 실내서 책 오래 보면 근시↑”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05 2025 08:41 PM
눈 건강 위해선 햇빛 비치는 곳에서 공부를
필자가 어렸을 때엔 TV 시청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당시에는 컬러 TV가 귀했고 화면도 작았을 뿐 아니라(그때는 가장 큰 TV가 20인치였습니다), 해상도 역시 좋지 않아 TV 바로 앞에서 시청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눈이 나빠진다는 어른들의 꾸지람에 TV에서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슬금슬금 가까이 가곤 했습니다. 실제로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질까요? 눈이 나빠지는 원인이 정말 TV 때문일까요? 최근 이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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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15~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20.5시간 이상 책을 읽거나 글을 쓴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근시 위험도가 12% 높았습니다. 책을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읽는다거나 가끔 읽는다고 답한 경우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근시 위험도가 각각 80%, 61% 높았습니다.
중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평균 6.6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수업을 교실 외부에서 하도록 하고, 부모에게는 주말과 휴일에 외부 활동을 하도록 격려한 군과 그렇지 않은 군으로 나눠 3년 동안 관찰했더니, 외부 활동을 하도록 한 군에선 근시 발생률이 30.4%였습니다. 반면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군에선 근시 발생률(39.5%)이 더 높았습니다. 이제까지 외부 활동과 근시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외부 활동을 늘리면 근시가 발생하거나 근시가 발생할 위험도를 줄일 수 있지만, 이미 근시가 발생한 경우엔 외부 활동이 근시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근시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과 홍콩, 중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권의 경우 17, 18세 근시 유병률이 80~90%에 이릅니다. 미국과 유럽은 20~40%, 개발도상국은 근시 유병률이 5~10%에 불과한데, 이러한 격차를 유전적인 현상만으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동아시아에서 학생들의 근시 유병률이 높은 이유는 학업 성적에 대한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어두운 실내에서 오랫동안 책을 보는 등 너무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아이가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어두운 실내에서 오랫동안 공부해서 아이에게 근시가 생겼는데, TV를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생겼다고 오해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 시스템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조금은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연구자들은 눈 건강을 위해선 가능한 한 인공적인 빛보다는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공부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겠지요. 현재의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 환경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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