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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장인, 기업가들 나란히"
토론토 디스틸러리 역사 지구
- 최이지수 기자 (media2@koreatimes.net)
- Sep 30 2025 02:27 PM
한인 사업가 차재원씨 - 오르소 액티브웨어 한국 국가유산청 전통의복·장신구 전시도
토론토에 자리한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는 19세기 중반 위스키 증류 공장에서 출발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고풍스러운 산업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은 지금은 토론토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 거리, 자물쇠와 하트 모양 조형물, 여름 내내 이어지는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광장에 세워지는 거대한 트리가 상징처럼 빛난다. 초록 지붕과 붉은 벽돌 건물이 크리스마스 장식과 어우러져 연인과 가족 모두가 찾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지난 8월27일 본보는 디스틸러리를 방문하여 운영진, 입점업체 관계자들과 디스틸러리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디스틸러리 지구 내부에 위치한 '액티브 오르소웨어'의 대표 차재원씨가 본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하 사진 최이지수·전륜희 기자
이곳은 대형 상가보다 캐나다 로컬 브랜드와 소상공인이 중심이 된다. 밀스트릿 브루어리는 디스틸러리 사무실에서 두 청년이 맥주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시작한 작은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맥주로 성장했다.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가 작은 아이디어를 세계로 확장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오르소 액티브 웨어 역시 이곳에서 출발했다. 창업자 차재원씨는 “미국 중심의 스포츠 브랜드들 속에서 토론토 기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컨테이너 스토어에서 매장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 피드백을 받고, 신제품을 테스트하는 과정이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만년필과 잉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토론토 펜 숍'의 대표 넬마 코네스씨가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특별한 가게들이 눈에 띈다. 펜숍에서는 만년필과 잉크를 판매하며, 고객 이름이나 이니셜을 새겨주는 엠보싱 기계가 작동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펜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만년필로 글을 쓰면 빠르게만 흘러가는 하루에서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상인의 말이 귀에 남는다. 매장 한편에는 한국에서 들어온 잉크 제품도 자리하고 있었다. 색깔마다 어울리는 단어가 붙은 라벨은 한국적인 감성을 전했다.

아르타 갤러리의 전시 담당자 탈리아 에브투센코씨가 국가유산청 전시 'Once upon a day of Lady Ki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스틸러리에 있는 알타 갤러리(Arta Gallery)에서는 한국 무형유산을 주제로 한 전시 ‘Once upon a day of Lady Kim’이 지난 9월23일까지 진행 중이었다. 한국 국가유산청 산하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한 이 전시는 조선 후기 양반가 여성의 일상을 마네킹과 의복, 장신구를 통해 재현한 전시다. 결혼 전 입던 예복, 특별한 날의 코스튬, 책을 완성한 뒤 입던 의복까지 당시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국가유산진흥원 전승지원실의 박지영 과장은 “문화원이 아닌 현장에서 로컬 관람객에게 직접 다가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루 800명 이상의 현지인들이 찾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세그웨이 체험을 주력으로 하는 고 투어스 캐나다 대표 애런 바인더(오른쪽)씨가 최이지수 기자에게 세그웨이 타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는 투어와 미식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세그웨이 투어는 이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 건물 곳곳의 숨겨진 공간을 탐방하며, 1800년대의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세그웨이: 서서 타는 두 바퀴 전동 스쿠터로, 몸을 기울여 움직이는 개인 이동수단.
레스토랑 ‘마드리나’는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추천하는 맛집이다.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이곳은 바와 레스토랑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개성 있는 칵테일과 정성스러운 타파스, 다채로운 분위기로 저녁 시간을 빛낸다. 스페인 정통 재료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혁신과 재미, 바르셀로나의 클래식한 풍미를 결합한 메뉴를 새롭게 선보여, 스페인 타파스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스페인 정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마드리나'의 수석 쉐프 카를로스 사모라씨가 마드리나의 대표 메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1년, 버려진 지역이었던 이곳을 매입한 소유주들은 대대적인 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수많은 영화와 광고가 촬영되던 ‘할리우드 노스’에서, 이제는 토론토의 보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19세기 영국 제국 최대의 증류 공장이었던 과거를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오늘날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변모했다. 오늘날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는 역사와 현재, 로컬과 세계가 교차하는 무대가 되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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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지수 기자 (media2@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