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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와 함께 보낸 한달간의 요양원 방문기
노철언(토론토 거주)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Oct 02 2025 12:07 PM
"최근에 한국일보에 게재된 아메니다 요양원 동영상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요양원이 아니고 “노치원” 이란 말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나의 미래의 홈으로 생각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보낸 요양원 이야기를 전합니다. " 필자의 편지 중에서 【편집자주】

밴쿠버 아메니다에서 배풀어 주신 어머니(노갑희·102세)의 생신 잔치. 뒷쪽 가운데가 필자, 양쪽으로 동생들.
어머니가 또 한 번의 생신을 맞이하게 되었다. 102번째 생신!
작년보다는 더 기운이 없고 더 잦은 두통과 정신이 가물가물하다고 하신다. 그럼에도 식사는 세끼를 거르지 않고 잘 드신다. 머리 상태가 맑을 때는 말씀도 조리 있게 잘 하시고 얼굴 표정이 평온하다. 하지만 잠시뿐,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어머니는 특별한 병은 없으나 육체의 모든 부분들이 조금씩 쇠퇴하며 기능을 상실해가는, 지극히 자연적 사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아하고 근엄하셨던 어머니가 이제는 허약하여 지친 모습이다. 낭랑하고 힘찼던 목소리는 가쁜 숨소리에 섞여 가냘픈 소리가 되고, 무릎 통증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것은 여러 해 전이나 이제는 속도 감각도 약해지고 위험 인지력도 약해져서 위험스러운 때가 많다. 또한 사리분별력과 기억력이 많이 손상되고, 듣지 못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질문을 마음대로 상상하여 엉뚱한 대답을 하시곤 한다.
이제는 “너무 힘들어요, 너무 아파요, 나 하늘나라 가고 싶어요” 하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영원한 천국을 소망한다기보다는 고통, 좌절감, 수치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하신 것 같다.
어머니께서 이렇게 육신적으로 서서히 약해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몹시 염려스러워졌다. 그래서 어머니가 계신 아메니다 총매니저를 찾아가 상의 말씀을 드렸다.
먼저 나의 질문은: 어머니가 스스로 몸 관리를 못하고 식당 출입을 못하게 될 때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럴 때는 정부에서 보조원을 보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그러나 24시간 보살펴야 될 경우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hospice)로 가야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본인이나 가족이 친숙하고 편안한 아메니다에서 계속 머물기를 원하면 운명하실 때까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우선 마음이 놓였다. 그는 내가 염려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이곳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정신적 상태가 어떠하든 똑같이 귀하게 대하는 곳입니다. 물론 우리가 온전하게는 할 수 없고 또 설사 온전하게 하도록 애를 쓴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 직원이 사랑과 섬기는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고 그렇게 노력을 하고 그렇게 하도록 항상 격려를 받고 또 그런 성향의 성품을 가진 사람들을 직원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전에 그 곳에서 경험한 것이나 이번에 한 달간 머물며 경험한 모든 것들이 예사로운 것이 아니고 엄격한 운영 방침과 섬기는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직원들은 한결 같은 친절, 겸손함과 돌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도와주며 문제를 해결해 준다. 아무리 작은 부탁이라도 잊지 않고 해결해주었다.
얼마전에는 어머니가 10년 이상 살아온 방을 옮기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이유는 타당하지 않으나 무언가 그 방에서 큰 심적 압박을 받고 계신 것 같았다. 우리는 강하게 거절했으나 지속적이고 집요한 요구가 극단적이었다. 총매니저 한테까지 떼를 썼다고 한다. 할 수 없어 총매니저와 상의했다. 그는 어머니의 요구가 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강하게 거절하면 어머니가 큰 상처를 받고 그 반작용이 거칠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그렇게 해드리자고 했다. 옮길 방을 당장 마련하여 주고 그 날로 방을 옮겼다. 나는 번거로움 때문에 반대했지만 총매니저는 어머니편에서 실정을 고려하여 쾌히 허락한 것이다. 여기서 나는, 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의 성품에 고마움을 드렸다. 그리고는 왜 모든 사람들이 어디서나 총매니저가 보이기만 하면 편안해하고 좋아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이번에도 요양원 직원들의 후한 사랑으로 어머니의 102세 생신 잔치를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총매니저의 인사말이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 하나님이 거두실 때까지 모두가 힘을 합해 잘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한 해 동안 잘 지내신 어머니의 수고를 치하하고 함께 축하하기 위해 잔치를 베푸는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 생신을 전후로 한 달간 요양원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실제적 도움을 주는 약사, 의사, 도우미들의 성실함과 충실함을 보았다.
무엇보다 전 인격적 보살핌(personal total care) 이란 노인 보살핌의 새로운 전망(vision)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국민을 위한 국가 정책의 중요한 세 부분은 소년소녀의 건강과 교육, 청장년 직업, 노년 보살핌이다. 그런데 노년 보살핌은 대부분 사회 사업의 일부분이었고 그것도 단지 육신을 돌보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인격적 보살핌이란 획기적인 것이다. 이것은 아메니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나아가서는 모든 나라들이 지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상태는 많이 불안하나 요양원 가족들의 사랑이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내 마음을 다소나마 가볍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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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전체 댓글
임윤식 ( kimchiman**@gmail.com )
Oct, 02, 01:33 PM Reply노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용어 표현이 자칫 혼동을 일으킬가 염려돼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양해 구합니다.
선생께서 '아메니다 요양원' 이라 하셨는데! 그 요양원은 이곳 주정부들의 감독을 받는 장기요양원/요양원 Long-term care facility (Nursing home)을 뜻한다고 봅니다.
아메니다는 일명 실버타운! 시니어 레지던스 Senior Residence이며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거나 필요한 경우 일부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거주하는 시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호스피스(Hospice)'라는 용어를 쓰셨는데, 이는 말기 질환 환자나 임종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돌봄과 지원을 제공하는 의료 및 정서적 케어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호스피스는 주로 통증 관리, 증상 완화, 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정서적·심리적 안녕을 목표로 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둡니다.
호스피스 서비스는 병원, 요양 시설, 또는 환자의 집에서 제공될 수 있습니다. "요양원"(nursing home)이나 "시니어 레지던스"(senior residence)와는 달리, 호스피스는 장기 요양보다는 임종 과정에 특화된 돌봄을 제공합니다. (Grok 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