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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부, 가을 무색한 폭염
지속되는 해양 열파로 기상 패턴 변화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Oct 07 2025 11:57 AM
지난 주말 캐나다 전역에 평소 가을 날씨와는 거리가 먼 이례적인 더위가 찾아왔다. 토론토와 오타와 등 여러 지역에서 기온이 20도 중후반까지 치솟으며 계절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수도인 오타와는 4일 29.9도까지 올라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몬트리올도 같은 날 29.9도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이례적 더위의 원인으로는 북태평양 해역의 대규모 해양 폭염이 지목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대기과학자인 루알라위 마레셋 아드마수(Lualawi Mareshet Admasu)는 평소보다 따뜻한 해수면 온도가 제트기류를 북쪽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는 북반구 상공을 빠르게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좁은 대기 흐름으로,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를 가르는 경계 역할을 한다. 아드마수 교수는 해양 폭염과 제트기류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연구 중이며, 제트기류가 북상하면서 캐나다 일부 지역에 남쪽이나 적도 부근의 매우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환경부의 경고대응기상관인 제프 콜슨(Geoff Coulson)은 이번 기온 기록 경신 폭이 매우 이례적이라며, 보통은 기록이 겨우 0.1~2도 정도만 갱신되는데 이번에는 5도 이상 차이가 나서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번 해양 폭염은 2013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서해안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 ‘블롭(Blob)’과 유사한 현상이다. 블롭은 북미 연안 태평양에 형성된 따뜻한 해수 덩어리로, 2013년 후반 처음 감지되었으며 2014년과 2015년 내내 확산된 해양 열파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해양·어업연구소(Institute for the Oceans and Fisheries)의 윌리엄 청(William Cheung) 소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 폭염이 점점 더 심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블롭 이후 2019년부터는 매년 해양 폭염이 반복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그 강도와 빈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태평양 해양 폭염의 영향으로 캐나다 동부에 이례적인 10월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CP통신
해양은 대기 중 잉여 열의 약 90%를 흡수하며, 이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계속해서 상승하는 중이다. 과학 단체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거의 2.5도 높게 나타나 단기간의 변동이 아닌 장기적 변화로 추정된다.
과거 해양 폭염은 지역 어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알래스카 연안의 태평양 대구 어장은 2020년에 어족 감소로 폐쇄됐고, 2018~2019년에는 베링해 대게 어장이 갑작스레 90% 가까이 줄어 2억 달러 규모의 어업이 붕괴됐다. 청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해양에서 직접 식량과 생계, 문화를 얻고 있다고 말하며, 해양 폭염이 일으키는 기상 변화가 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육지에서는 이번 주에 온타리오와 퀘벡 지역을 지나는 한랭전선으로 기온이 계절 평균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보됐다. 하지만 아드마수 교수는 해양 폭염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북미 지역은 전체적으로 평년보다 따뜻한 가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양은 대기에 비해 변화 속도가 느려 이런 영향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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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