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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자 소송, 어디까지 가능한가
허지연 변호사의 한국법 칼럼(11)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08 2025 05:25 PM
얼마 전 대법원이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상고심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17년 최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으로 시작된 긴 소송이 곧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이 사건이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억 원의 위자료입니다. 법원은 노 관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여, 최 회장의 동거인 김 씨가 최 회장과 함께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상간자 소송’에서 이처럼 큰 액수가 인정된 것은 전례가 드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마주했을 때 법적으로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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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는 사라졌습니다
과거 형법은 배우자와 간통한 자를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간통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간통죄는 폐지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법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 청구라는 민사적 구제가 가능합니다.
이혼을 하지 않아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상대방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흔히 ‘상간자 소송’이라 합니다. 이혼과 별개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노 관장은 아직 이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김 씨를 상대로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기혼 사실을 알았는가’
상간자 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배우자와 상간자 사이의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상간자가 배우자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기서 부정행위는 단순한 간통뿐 아니라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또한 상간자가 배우자가 기혼자임을 알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최 회장의 경우와 같이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라면 상대방이 몰랐다고 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문자, 통화 녹음, 주변 정황 등으로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반대로 상간자가 혼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고,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숨겼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책임이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어떻게 정해질까
상간자 소송에서 인정되는 손해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입니다. 금액은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혼인 기간, 부정행위의 정도, 혼인 파탄의 경위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됩니다. 실무상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가 일반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20억 원은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며, 향후 위자료 수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증거 수집과 소멸시효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다만 불법적인 방법(불법 녹음, 불법 촬영 등)으로 확보하면 오히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합법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상간자 소송은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언제부터 ‘안 날’로 볼 것인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되므로, 시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에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남깁니다. 법은 형사 처벌 대신 민사적 위자료 청구라는 방식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자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와 시효 관리입니다. 혹시 관련 상황을 마주했다면, 전문가와 신속히 상담해 권리를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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