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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시설에 모실 때 알아둬야 할 다섯 가지
여생이 ‘나쁜 마무리’가 아니려면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31 2025 11:13 AM
나이 들면 아프고 불편한데도 병원에서 “더 이상 해드릴 게 없다”고 통보당하는 순간이 온다. 치료가 아닌 돌봄이 본격적으로 필요해지는 시점. 집에서 양질의 돌봄이 어려운 노인들은 요양원 같은 시설이나 공동체를 찾아야 한다. 경기 고양시 요양원 보아스골든케어의 임수경 대표는 “병원 밖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남아 있다”고 했다. 그 희망을 갖느냐, 마느냐가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여생이 ‘나쁜 마무리’가 아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 등 가족을 시설에 모실 때 알아둬야 할 다섯 가지'를 임 대표가 꼽았다.

자수가 취미인 어르신을 위해 바늘귀에 실을 꿰어 드리는 임수경 대표. 고양=하상윤 기자
①거짓말은 금물... 시설에 간다고 정확히 이해시켜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로는 적응이 어렵다. 거부감이 폭력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납득하고 온 분일수록 잘 지낸다. 집 떠나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나. 설득이 어렵다면, ‘출장을 가야 하니 며칠만 지내 보시라’ 등의 말로 안심시키는 것도 도움 된다. 판단력이 떨어졌다고 속이려 하면 안 된다. 밤새 가족들에게 ‘데려가라’고 전화만 걸다 떠나는 분도 있다.
②비용과 만족도는 꼭 비례하진 않는다= 생활공간이 넓을수록 좋은 건 아니다. 낙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싼 1인실을 누구나 원하는 것도 아니다. 외롭고 무섭다고 다인실을 고르는 경우도 많다. 상태 파악이 먼저다. 배회 증상이 심한 치매 노인은 산책 공간이 충분한 곳을, 넘어질 우려가 있는 노인은 소그룹 단위로 생활해서 누군가 내내 지켜 볼 수 있는 곳을 찾으면 좋다. 누워 지내는 노인이라면 보호자가 가까이 살며 자주 찾아가야 마음 관리가 된다.
③돌봄은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 시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순 없다. 보호자 협조가 필요하다. 2주에 한 번은 면회를 와야 ‘버려졌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고, 1년에 한두 번은 함께 자며 건강 상태를 돌볼 것을 권한다. 돌아가실 분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증상을 호소하면 병원에 모시고 가고 거부해도 재활치료를 받게 하라.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시설 내 '사회생활'을 위해 최소 2년마다 옷을 전부 교체해 드리면 좋다.
④죄책감에 슬퍼할 에너지로 정성을 쏟자= 시설에서 지내는 기간은 가족과 이별을 연습하고 서로를 용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후회는 덜고 추억은 가득 남기자. 자주 찾아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라. 임 대표 동생은 뇌경색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어머니를 찾아와 두 시간씩 혼자 떠들다 가고는 한다. "어머니가 언제 떠나셔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위안할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니도 ‘너는 참 잘했어. 정말 고맙다’고 하실 듯하다."
⑤어르신에게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서 죽는 게 낫겠다’ 싶어도 자녀 마음도 헤아리면 좋겠다. 사랑하는 자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해드렸다’고 스스로 위안하게 해주자. 그런 과정 없이 부모님을 보내면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배려는 쌍방이어야 한다. ‘내 걱정 말아라, 여기가 내 집이다’면서 더 적극적으로 자녀를 위로하는 요양원 어르신들도 있다.
최문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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