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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조기 식별법 ‘이웃손발시선’ 꼭 기억하세요”
혈관 막히거나 터져 뇌 손상 질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31 2025 11:23 AM
환자 8% 45세 미만 ‘젊은층 위험’ 골든타임 내 빠른 치료 중요 불구 4시간 30분 내 병원행 26% 그쳐 ‘이’ 못 하고 손발 힘없고 실어증··· 하나라도 해당 땐 즉시 병원 가야
지난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뇌졸중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었다. 흔히 나이 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질환으로 여겨지고 실제 환자 연령대도 60대 이상이 가장 많지만, 젊다고 무작정 안심해선 안 된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8% 안팎이 45세 미만에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내 사망 원인 4위이자, 성인 60명 중 1명이 앓는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면 뇌경색,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면 뇌출혈로 구분한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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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은 뇌졸중의 가장 큰 발병 원인이다. 혈관 벽 내부에 지방 성분과 염증 세포가 쌓여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동맥경화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면 혈전(핏덩어리)이 생기기 쉽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으면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뇌 손상이 진행된다.
동맥경화와 함께 심장의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심방세동, 심장 내 판막 기능이 온전하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판막증도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다. 심방세동이나 판막증이 있으면 심장 안에 혈전이 생기기 쉽다.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뇌졸중 위험률이 60대에선 2.6배, 70대에선 3.3배, 80대는 4.5배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뇌출혈은 높은 혈압으로 뇌 안의 동맥이 터지거나, 뇌혈관 벽에 쌓인 노폐물(아밀로이드)이 혈관벽을 약하게 만들어 발생한다. 수면무호흡증과 치주염(잇몸 염증)도 뇌졸중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뇌졸중은 조기에 발견하고 뇌가 손상되기 전 최대한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증상은 뇌의 어느 부위에 손상이 왔느냐에 따라 다양하지만, 얼굴과 팔다리 한쪽이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경우가 많다. 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가 동반되면서 중심을 잡을 수 없고, 의식이 흐릿해지기도 한다.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거나 하나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도 증상 중 하나다.
이건주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혈관이 막히면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된다”며 “빨리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수록 선택지가 많아지고 최대한 많은 뇌세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뇌졸중학회의 ‘뇌졸중 팩트시트 2024’ 보고서를 보면, 뇌혈관이 막힌 뇌졸중 환자 중 골든타임(4시간 30분 이내) 안에 병원을 찾은 이는 26.2%에 불과했다. 2010년~2022년 한국뇌졸중등록사업에 참여한 뇌경색 환자 15만3,324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로, 4시간 30분은 뇌경색 급성기 치료 방법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약’이 가능한 시간이다. 정맥을 통해 들어간 혈전용해제는 혈전을 녹여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뇌졸중 여부를 빨리 식별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한뇌졸중학회는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이~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안면마비)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더 없는 경우(편측마비)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구음장애·실어증)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안구편위)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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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은 치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뇌경색의 경우 첫해에는 환자의 5%, 이후엔 매년 1%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치료를 시작한 3~6개월 동안 회복이 가장 잘 이뤄지므로 이 시기 동안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인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동맥경화성 뇌경색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음주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뇌출혈도 고혈압과 과도한 음주가 주요한 원인”이라며 “혈관 건강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국물을 적게 먹고, 너무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며 “섭취하는 영양소 중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는 한편, 주 3~5회 30분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뇌졸중 환자 수는 65만3,409명(2022년 기준)이다. 2017년 약 57만 명보다 8% 안팎 늘었다. 특히 85세 이상 뇌졸중 환자 비율(2022년 기준 12.1%)이 10년 전(2012~2014년 6.6%)보다 두 배 안팎 늘어난 만큼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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