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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앉았던 의자의 비밀
최고 슈퍼스타의 고향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7 2025 01:43 PM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는 일본 동북부 이와테현은 외국인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는 한적한 지역이다. 이곳은 현시대 일본인 중 최고 슈퍼스타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31·LA다저스)다.
2023년 11월 운 좋게 오타니가 졸업한 이와테현의 하나마키히가시고교를 방문 취재했다. 당시 학교에서 본 물건 중 잊히지 않는 게 있다. 오타니가 쓰던 의자다. 교사들은 의자 다리에 용접해 또래가 쓰는 것보다 한 뼘 가까이 높이를 올려줬다. 190㎝가 넘는 오타니가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야구부를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이 학교는 아카텡(赤点∙낙제점)을 받으면 졸업할 수 없고, 부카쓰(部活∙운동부와 동아리의 중간 개념) 활동도 금지된다. 당시 최상급 기대주였던 오타니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고다시마 준조 교장은 "은퇴 이후의 삶까지 내다보고 살아가는데 기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했다. 오타니는 고교 3년 동안 내신 성적이 평균 85점(100점 만점)이었다. 대부분의 일본 학교는 아키텡을 넘지 못하면 스타급 선수도 ‘부카쓰’ 활동을 막는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고등학교 시절 앉았던 의자. 교사들이 용접을 해 의자 높이를 올려줘 다른 학생들이 앉는 의자보다 한 뼘 가까이 높다. 이와테=유대근 기자
오타니의 의자가 다시 떠오르 건 1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를 보고서다. LA다저스의 포스트시즌은 일본인 삼총사인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7), 사사키 로키(24)가 이끌었다. 경이로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한때 한국 야구가 패기와 근성으로 부딪혀볼 만했던 일본 야구는 완전히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돼 버렸다.
일본 야구가 스타플레이어를 끊임없이 배출할 수 있는 이유 중 두꺼운 유소년 선수층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학생 대부분은 부카쓰에서 하교 후 운동을 한다. 직업 선수를 꿈꾸는 학생도 있지만 학창시절의 낭만이나 취미로 운동하는 이들이 더 많다. 예컨대 하나마키히가시고의 전교생은 721명이었는데 야구부원이 109명이었다. 이 가운데 오타니처럼 프로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은 소수이고 다른 부원들은 트레이너, 의사 등 다양한 꿈을 꾼다. 운동부에 들어가도 '외길 인생'을 강요하지 않으니 부모나 학생 모두 낙오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한다. 유소년 선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고교 야구부는 90여 팀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4,000여 팀이다. 한일 간 엘리트 스포츠의 경기력은 여기서부터 벌어진다.
그런 면에서 '학생 선수 최저학력제'를 둔 우리 사회의 갈등은 갑갑한 면이 있다. 최저학력제는 학생 선수가 학생으로서 기본 역량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예컨대 고교는 국어·영어·사회 과목에서 같은 학교 동학년 평균 점수의 각각 30%는 받아야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학년 평균이 60점일 때 18점은 넘게 받아야 된다는 얘기다. 또, 최저학력 이하 성적을 받더라도 온라인 보충수업을 하면 출전 길이 열린다.
엘리트 체육계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동 연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해 제2의 손흥민, 이정후, 박세리가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놓친 게 있다. 직업 선수로 성공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는 점이다. 예컨대 프로야구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1,261명의 학생 선수 등이 참가해 8.7%(110명)만 지명받았다. 그나마 이 선수들이 5년 이상 프로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최소한의 학력 보장 제도조차 없애자고 하는 건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저출생 시대에 '외줄타기 인생'을 강요받는 운동부 문화가 지속된다면 운동하려는 학생은 더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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