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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 모양일까’보다는 ‘그럴 수 있지’란 태도를

엘런 헨드릭슨 '유연한 완벽주의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16 2025 09:36 PM

잡스·머스크 등 타인지향 완벽주의 높은 기준 세우고 자기비판 성향 심하면 관계 고립·불행 초래 경고 유연한 태도 가진 건강한 완벽주의 좋은 인간관계와 높은 성취 이뤄 실수 놓아주기 등 7가지 방안 소개


캐나다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은 2011년 미국 잡지 뉴요커에 이런 기사를 썼다.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식당에서 음식을 세 번이나 돌려보낸다. (...) 흔히 그가 격동적인 삶의 여정을 거치며 좀 더 지혜롭고 온화해졌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혀 아니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병원에서도 간호사 67명을 갈아치우며 마음에 드는 세 명만 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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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생전 모습. AP 연합뉴스

 

갑질의 주인공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특히 일할 때 이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디자인과 제품 품질에 과도하게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직원들을 독촉했고, 내놓은 제품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보스턴대 불안장애센터(Center for Anxiety and Related Disorders) 임상 조교수인 엘런 헨드릭슨은 20세기 혁신의 아이콘을 ‘타인 지향 완벽주의자’의 전형으로 꼽는다. 잡스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리더 상당수가 이 유형에 속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 헨드릭슨은 신간 ‘유연한 완벽주의’에서 완벽주의가 심할 경우 타인과의 관계를 고립시키고 불행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완벽주의는 질병으로 진단받지 않지만, 284편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완벽주의와 우울증, 섭식 장애, 사회공포증, 강박 장애, 비자살성 자해의 연관성이 거듭 확인됐다.”

완벽주의에도 종류가 있다. 먼저 자기 지향 완벽주의. 사람들이 완벽주의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로,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세우고 이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몰아세운다. 두 번째 유형은 잡스와 같은 타인 지향 완벽주의, 마지막 유형은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다. 타인이 나에게 높은 기대를 갖고,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완벽주의가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완벽주의자는 자기비판 성향이 강하다. 높은 기준을 세우고, 사소한 결점만 생겨도 실패했다고 여긴다. 완전히 성공하거나 완전히 실패했다고 여기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사고방식을 보이기도 한다.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을 자주 미루며 민폐를 끼치고, 이런 행동이 다시 자기비판으로 이어진다. 실수 곱씹기, 남과의 비교, 자신과 성과를 동일시하기 등도 완벽주의자가 보이는 심리적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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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왼쪽)가 8월 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4 마마 어워즈'에서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아파트' 첫 합동 무대를 선보였다. 책 '유연한 완벽주의자'에서 브루노 마스는 전작의 큰 성공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압박감에서 비롯된 꼼꼼한 작업으로 후속작도 성공한 '사회부과적 완벽주의자' 사례로 소개됐다. CJ ENM 제공

 

물론 높은 성취와 좋은 인간관계를 갖춘 완벽주의자도 있다. 저자는 ‘건강한 완벽주의자’의 사례로 전설적 방송인 프레드 로저스를 꼽는다. 그가 제작한 TV 프로그램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1968~2001)’은 미국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방송 녹화 당시 수만 가지 돌발 변수에도 ‘그럴 수 있지’란 유연한 태도로 주변인들의 긴장을 누그러뜨렸고, 역으로 돌발 상황을 프로그램에 반영해 한 차원 높은 메시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 경지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종 임상 사례, 논문을 토대로 건강한 완벽주의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비현실적 기준으로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라고 경고한다. 일은 일이고 성과는 성과일 뿐, 성과가 자기 자신을 정의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한다. 신간은 △비판보다 친절에 익숙해지기 △‘해야 한다’에서 ‘하고 싶다’로 이동하기 △과거와 미래의 실수 놓아주기 등 일곱 가지 큰 틀에서 ‘유연한 완벽주의’를 실현할 방안을 병렬식으로 설명한다. 각자의 ‘증상’에 맞춰 필요한 부분부터 읽을 수 있는데, 다양한 방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 방안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 나(저자)한테 필요한 책이었다. 이 책을 집필하는 사이 발견한 개념을 실천하면서 내 사고방식이 계속해서 패키지 딜이라는 개념 쪽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때 패키지에는 실수도 반드시 포함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 않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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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완벽주의자·엘런 헨드릭슨 지음·문희경 옮김·어크로스 발행·440쪽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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