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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을 찾아간 식객(食客)
황현수의 들은 풍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0 2025 11:23 AM
‘고국에 다녀왔다’고 하니,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요?” 하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고국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민 오기 전에 먹었던 ‘진짜 깊은 맛’이 그리워서이지 싶다.
토론토에서는 해산물이 귀해, 고국에 가자마자 찾은 곳이 횟집이었다. 고급회를 파는 일식집이 아니고 수족관에 있는 생선을 바로잡아 막 회를 떠 주는 곳 말이다. 회와 함께 나오는 상추, 깻잎, 백김치, 김, 미역, 꼬시래기, 막장 등 쌈을 싸 먹게 곁들여 주는 해초류는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서비스로 나오는 새우, 고구마, 오징어 등의 튀김. 김치전과 꽁치 구이, 계란찜 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회는 살아 있는 것을 바로잡으니 얼마나 싱싱한지… 쫄깃쫄깃한 회를 먹고 나면 매운탕까지 나오는데, 주류를 포함해서 3인이 10만여 원 정도에 즐길 수 있다.
숙소를 <삼삼엠투>라는 단기 임대 앱에서 ‘원룸 오피스텔’을 잡았는데, 호텔이나 모텔보다 번잡하지 않고 가성비가 좋았다. 아침마다 숙소 근처의 해장국 집에서 다양한 국밥을 즐겼다. 뼈, 선지, 우거지, 콩나물, 사골, 황태, 순대 등의 다양한 해장국이 1만 원 정도다. 곁들여 먹은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잃어버렸던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된다.
저녁 식사는 주로 약속이 있다 보니,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다녔다. 그 중 한 곳을 소개하자면, 남대문 시장 내 갈치조림 골목에 있는 <중앙갈치> 식당이다.

남대문시장 내에 있는 <중알갈치>는 1960년대 후반부터 장사를 시작한 ‘노포’ 로 알려져 있다.
남대문시장의 갈치조림을 먹고 싶어 번잡한 시간대를 피해 2시경에 갔는데, 아직도 갈치 골목에는 많은 손님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곳에는 20여 개의 비슷한 식당이 있다. 특별히 아는 곳이 없으니 비교적 한적한 식당의 대기 줄에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알고 봤더니 ‘1인분 식사는 할 수 없다’는 거다. “아니, 그러면 혼자 온 사람은 식사를 할 수 없나요?” 했더니, “저기 중앙갈치로 가보세요” 한다. 왜 그런 지는 몰라도 <중앙갈치>는 혼자 온 손님도 받아 주었다. 하지만, “1인 자리가 나야 들어갈 수 있으니, 기다리세요” 한다. 다시 30여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갈치조림을 먹을 수 있었다.
이 식당은 갈치조림 골목이 형성되기 훨씬 전인 1960년대 후반부터 장사를 시작한 ‘노포’로 알려져 있다. <중앙갈치>는 이 시기에 저렴했던 갈치를 시장 상인들의 입맛에 맞춰 매콤하고 얼큰하게 조려내면서 큰 인기를 얻는다. 1988년 전후로 주변 식당들이 갈치조림을 따라 하기 시작하며 오늘날의 갈치조림 골목이 탄생된 것이라 한다.
가격은 14,000원이고 매콤하고 칼칼한 갈치조림과 함께 갈치튀김, 계란찜이 서비스로 푸짐하게 나온다. “갈치조림 맛의 핵심인 양념 맛과 조림 국물을 지키기 위해 고춧가루, 마늘, 무 등 재료에 대한 고집이 있으며, 갈치 역시 부산, 여수, 제주 등 신선한 산지의 갈치를 가져온다” 고 한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를 가리키며 ‘60년 된 것이다’라고 하지만, 어떻게 냄비를 60년이나 쓸 수 있겠나? 아마, 전통을 강조하는 과장된 표현이지 싶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시장 4길 22-12이고 전화번호는 02-752-2892이다.

청계천 2가 <대련집>의 주 메뉴는 생배추 보쌈인데, 살코기와 비계의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부드러운 수육과 생배추, 무생채를 함께 맛보는 것이 특징이다.
저녁에 식사와 술을 겸 할 만한 곳을 소개하자면, 청계천 2가에 있는 <대련집>이라는 칼국수 집을 추천한다. <대련집>은 사골 육수를 베이스로 한 진한 사골 칼국수가 주메뉴다. 칼국수만큼 유명한 메뉴는 생배추 보쌈인데, 살코기와 비계의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부드러운 수육과 생배추, 무생채를 함께 맛보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60년 넘은 한옥을 식당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청계천 인근 직장인들, 저녁에는 술과 안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국민학교 동창 2명과 3시 40분에 이곳에 도착했더니, 오후 5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근처를 쓸데없이 어슬렁거리다가 15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벌써 10여 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 식당은 칼국수를 1인분을 주문해도 2명에게 나누어 담아준다. 우리는 북어찜과 파전을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아 정작 칼국수는 맛도 보지 못했다. 뉴욕에서 온 친구는 “과연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릴 만한 맛이네…” 하며 연신 감탄을 하며 술잔을 비웠다. “아니, 이 술병이 새나? 이렇게 빨리 없어져…” 하며 쌍팔년도 아재 개그를 하면서 말이다. 집밥 같은 푸근한 안주를 먹으며 토해 내는 수다는 고향의 ‘맛’이 ‘정’으로 바뀌는 시간이었다.
칼국수는 9천 원, 생배추 보쌈(소) 2만2천 원, 파전, 북어찜이 각 1만 7천 원이다. 주소는 종로구 종로 16길 3이고 전화번호는 02-2265-539이다.

개봉역 앞에 있는 <종로곱창막창닭갈비>는 상호명 그대로 곱창, 막창, 닭갈비를 모두 판매하며, 야채곱창이 주력 메뉴다.
마지막에 소개하는 이 식당은 여동생 집 근처에서 우연히 찾은 맛집이다. 개봉역 바로 앞에 있는 <종로곱창막창닭갈비>라는 곱창 전문점인데, 상호명 그대로 곱창, 막창, 닭갈비를 모두 판매하며, 야채곱창이 주력 메뉴다.
여동생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발길 닿는 대로 동네를 서성이다가, 사람도 많고 풍겨 나오는 고소하고 진한 곱창 냄새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싶었다.
그 동안에 먹었던 돼지곱창은 질기거나 누린내가 나고 기름기가 많아 별로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 그 곱창은 평소에 먹던 것과 달리 야들야들해 씹기도 편하고 냄새도 없고, 양념이 달지도 짜지도 않은 매콤한 깔끔한 맛이었다. 양념이 적당하게 배어 있어 질척거리지 않고 야채들을 불에 볶았는데도 아싹아싹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서민적인 분위기는 옛 향수를 찾는 기분이었다. 곱창 볶음 1인분이 1만 3천 원이고, 소주와 맥주는 실비로 2천 원만 받는다. 술꾼들에게는 ‘천국’이 틀림없었지만, 나는 기침이 심해서 소주 반 병 만을 마시고 나왔다. 토론토에서는 3만 원 정도 하는 소주가 2천 원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주소는 구로구 남부순환로 9길 20-10이고 전화번호는 02-2066-874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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