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구멍 하나만 뚫어 癌 도려낸다
흉부 단일공 로봇수술 ‘세계 최초 500례’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4 2025 08:16 PM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집도 갈비뼈 사이 구멍 4개→상복부 1개 통증·입원기간·신경손상 위험 줄여 “흉부 단일공 로봇수술 한국이 최고” 獨·日 이어 美 하버드의대서도 견학 “환자 삶의 질 높여야 최선의 수술 젊은 의사 외과 지망 늘릴 대책을”
지난 5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선 외과학계에 한 획을 그은 기록이 나왔다. 500번째 흉부 단일공 로봇수술이 성공한 것이다. 집도의 김현구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이 술기를 고안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가슴에 작은 구멍을 하나만 뚫고 암을 도려내는 그의 손기술은 이미 독일·영국·덴마크·일본·중국에 전파됐다. 최근엔 미국 하버드의대 의료진까지 병원에 찾아와 배워갔다.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흉부 단일공 로봇수술 500례를 세계 최초로 달성한 김현구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로봇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500번째 수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소감을 묻자 덤덤하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리곤 “흉부 단일공 로봇수술은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500번째로 수술한 60대 폐암 환자는 잘 회복해 퇴원을 앞두고 있다.
흉부외과 로봇수술 한계 넘었다
단일공 술기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과거엔 환자 몸에 구멍을 3, 4개나 뚫어야 했던 흉부외과 로봇수술의 한계를 극복했단 평가를 받은 덕이다. 수술로봇 ‘다빈치’로 알려진 글로벌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2023년 고려대 구로병원을 세계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교육센터’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유럽 흉부외과학회 학술위원장이 제 방법을 배워간 후 미국 학회에서 실시간 수술중계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주로 수술하는 이들은 폐암 환자다. 2000년대 중반 내시경(흉강경) 수술이 도입됐을 때만 해도 환자 갈비뼈 사이에 지름이 최대 5 안팎인 구멍을 3, 4개 내야 했다. “과거 개흉 수술할 때 공간을 확보하려고 가슴을 크게 열고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나아졌지만, 수술 후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이 컸다”고 그는 회상했다. 구멍이 클수록, 많을수록 회복이 늦고 흉터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수술이 최선의 수술”이라 여겼던 김 교수는 구멍 수를 줄이는 시도를 시작했다. 2012년 국내에서 처음, 세계에선 두 번째로 구멍 하나만 뚫는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그러나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폐암 로봇수술 초기에는 초기 흉강경 수술처럼 갈비뼈 사이에 구멍을 4개 뚫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는 로봇수술도 구멍을 줄이기로 했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로봇수술 기기(다빈치SP)를 조작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구멍 하나에 로봇팔 같은 기기를 모두 집어넣기엔 2 안팎밖에 안 되는 갈비뼈 사이 간격이 너무 좁았다. 김 교수는 “고민 끝에 갈비뼈 아래 상복부에 구멍을 뚫는 방법을 고안했다”며 “구멍 수는 물론 환자 통증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갈비뼈 사이에는 여러 신경이 몰려 있어 수술 후 통증을 느끼기 쉽지만, 상복부는 신경이 밀집한 부위가 아니라 통증 유발이나 신경 손상 위험이 적다.
입원도 덜 하고 통증도 덜 느끼고

Adobe Stock
이 방법을 2023년 세계 처음으로 식도암 수술에 적용했다. 식도는 주변에 심장과 폐, 대동맥 등 주요 장기와 혈관이 밀집해 있어 손상 위험이 높아 흉부외과 수술 중에서도 고난도로 꼽힌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식도암 수술을 받은 53명(단일공 로봇수술 17명, 다개공 로봇수술 13명, 흉강경 수술 23명)의 회복 정도를 비교한 김 교수의 올해 논문에 따르면, 단일공 로봇수술을 받은 이들은 흉강경 수술군보다 입원 기간이 평균 5일 짧았다. 수술 후 환자가 느끼는 최고 통증 정도 역시 낮았다.
“환자에게 약이든 수술이든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외과를 택했다”는 그는 젊은 의사들이 생명을 살리는 데 필수인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나마 몇몇 있던 전공의도 의정갈등 사태 때 병원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며 김 교수는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외과 기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수련병원의 진료과별 전공의 지원율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는 65명 모집에 2명(3.1%)이 지원해 최하위권이었다.
“미국에선 흉부외과나 신경외과가 제일 인기 있어요. 어려운 수술을 하는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더 쉬운 일을 하면서 보다 넉넉히 살 수 있으니 누가 힘들게 외과에 오려 하겠습니까.”
변태섭 기자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