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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오토 세일

흑곰의 빈집털이, 코끼리의 연쇄살인···

메리 로치 '자연이 법을 어길 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30 2025 09:13 PM

한 해 평균 500명 살인 코끼리 어린아이·여성 노리는 표범 등 수백년 인간·동식물 갈등 다뤄 본능 따른 동물 ‘진짜 범죄’ 아냐 포획·무차별 사살 등 무용 실증 각자 영역 존중으로 공존 제안


1659년 오래전, 저 멀리,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얘기부터 해본다. 도시 대표자들이 모충(毛蟲·애벌레)들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텃밭과 과수원의 작물을 망쳐놨다는 이유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형사는 절도, 민사는 손해배상청구가 아니었을까. 법원은 모충을 상대로 소환장을 발부(물론 단 한 마리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했고, 인근 숲에 다섯 부를 박아 붙이는 것으로 소환 사실도 전달했다.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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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Stock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이는 문서에 근거한 기록이다. 1906년 한 역사학자가 펴낸 ‘동물의 형사 소추와 사형’이란 별난 책에서 발췌한 사건. 책에는 ‘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파문당한 곰’, ‘태형을 받은 민달팽이’, ‘살인 재판을 받은 프랑스의 돼지’의 얘기도 담겨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라는 평을 듣는 메리 로치의 신간 ‘자연이 법을 어길 때’는 이처럼 인간과 동식물의 갈등을 주로 담은 책이다. “양측 갈등은 대처하기에 무척 곤란한 특성”을 지녔고 “수백 년 동안, 여전히 흡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진단. 그는 이어 “사람이 의도를 갖고 만든 법을 자연(동식물)이 어길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까”라고 질문하곤 그 답을 사건 현장에서 찾고자 한다.

책의 부제는 ‘과학, 인간과 동식물의 공존을 모색하다’. 물론 과학이라는 말에 미리 주눅 들 필요는 없다. 근엄한 분석이나 법에 대한 고찰보다는 인간이 어떤 괴롭힘을 당했고, 그 때문에 어떤 조치를 고심하고 실행해왔는지를 사건 중심으로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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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Stock

 

예를 들면 이런 얘기다. 저자는 인간의 영역에 침범하는 배고픈 곰을 설명하면서 “허쉬 키세스 초콜릿 포장지를 벗기는 곰”을 능청맞게 소개한다. “일어서서 문의 양쪽을 움켜쥐고 문틀에서 뜯어낸 뒤 벽에 조심스럽게 기대놓은 곰”이란다. 그리고 흑곰이 침입한 사건 현장을 전문가들과 점검한다. 피해 주택의 가정부는 “곰이 냉장고로 곧장 간 듯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고, 코티지치즈 통을 꺼내 뜯어 먹었고, 메이플시럽 병과 꿀병을 깨서 핥아먹었고, 냉동실에 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먹어 치웠다”고 전한다. 곰은 목표로 하는 ‘냉장고’ 혹은 ‘식료품 저장공간’ 외 절대 다른 물건들을 넘어뜨리거나 훼손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용의주도한 빈집털이 혹은 절도범인 셈이다.

저자는 골치 아픈 ‘자연의 범법자들’을 이런 식으로 다루어 나간다. 한 해 평균 500명 정도를 “몸무게로 살인”하는 코끼리들, 어린아이들과 여성을 주로 노리는 살인 표범들, 인간을 약탈하는 인도의 붉은털원숭이들, 착륙 중이거나 이륙 중인 여객기와 충돌하는 흰꼬리사슴들, 해군 항공기지에서 군사 작전을 무심하게 방해했던 앨버트로스 무리 등이다. 이를 위해 인간과 코끼리 갈등 전문가, 곰 관리자, 나무 벌목 및 발파공의 입을 빌리고, 미국 콜로라도 애스펀의 뒷골목, 인도령 히말라야산맥의 조그만 마을, 바티칸의 성 바오로 광장 등을 부지런히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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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법을 어길 때· 메리 로치 지음·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발행· 392쪽 

 

저자는 이들 행동이 “진짜 범죄 행위는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만든 법이 아니라 본능을 따르기 때문이다. “먹고 싸고 보금자리를 짓고, 자기 자신이나 새끼를 지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인간이 해왔던 해결책들, 예를 들어 곰을 포획해 다른 지역에 풀어놓는 ‘재배치’, 원숭이들의 수를 줄이려는 출산율 억제책, 군이나 사냥꾼을 동원한 무차별 사살 등이 실상은 무용하다는 사실을 실증한다. 차라리 곰이 열지 못하게 쓰레기통을 제대로 관리한다거나, 원숭이들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지 않는 등의 노력이 낫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또한 묻는다. 인간을 괴롭히는 동물과 식물에게 그렇게 분노를 터뜨리지만, 사실은 곰이나 원숭이에 무지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그래서 그는 진정한 공존을 위해서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얘기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재판의 결과처럼 말이다. “모충에게 먹이와 즐거움을 안겨 줄 땅을 따로 떼어 놓으라”는 게 당시 내려진 판결이었다.

남상욱 엑설런스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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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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