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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조항 넣어도 유명무실...
제작사들 “연예인 리스크 어쩌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14 2025 09:54 PM
‘사생활 논란’ 피해 고스란히 떠안아
배우 조진웅과 방송인 박나래, 조세호 등 유명 연예인의 잇단 사생활 논란에 방송·제작사가 유탄을 맞고 있다. 이들이 참여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 및 편성이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위기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대형 리스크이지만, 사전 예방도 사후 피해 보상도 여의치 않아 속만 끓이는 실정이다.

최근 과거 폭로 및 각종 의혹 제기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방송인 조세호(왼쪽부터)와 박나래, 배우 조진웅. tvN·MBC 제공
지난 6일 조진웅이 소년범 전력 논란으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자 방송가는 다큐멘터리 목소리 출연자를 교체하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던 과거 출연작을 비공개 처리하는 등 서둘러 ‘조진웅 지우기’에 나섰다. 불법 의료 의혹 등을 받는 박나래도 활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내년 방송 예정이던 MBC 신규 예능 ‘나도신나’는 제작이 취소됐다.
특히 날벼락을 맞은 건 내년 초 tvN 창사 20주년 특집 기념작으로 방영을 앞두고 있던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이다. 시즌1에 출연했던 조진웅이 김은희 작가와 김혜수·이제훈 등 다른 원년 멤버와 10년 만에 뭉쳐 촬영을 100% 완료했는데, 이번 논란으로 편성 무산 위기에 처했다.
배우 교체나 편집이 가능할 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파문이 일었을 때 넷플릭스 ‘지옥2’ 제작진은 그를 작품에서 하차시켰고, ‘종말의 바보’는 재편집을 통해 분량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그널’은 상황이 다르다. 1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에서 조진웅은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 이재한으로 비중 있게 출연한다. 핵심 인물인 만큼 촬영분을 들어내면 전체 줄거리가 크게 훼손되고, 후반 작업까지 마무리 단계라 재촬영도 어렵다. “여러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는 tvN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출연 계약서에 배상 책임을 넣는 것이 제작자 측의 유일한 안전장치로 꼽힌다. 수사기관이 아닌 방송사나 제작사가 출연자의 내밀한 사생활이나 과거사를 사전에 검증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12년 만에 ‘대중문화예술인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며 근거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문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20년 가까이 영화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출연 계약서에 ‘사회적 물의로 손해를 입힐 경우 출연료의 1~3배를 배상하라’는 조항을 넣기도 하지만 실제 소송까지 가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손실을 완전히 회복하기도 어렵고, 향후 소속사와의 관계나 법적 분쟁에 따른 비용 및 수고, ‘사회적 물의’ 해석 범위 등을 모두 고려하다 보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도 지난해 미성년자 교제 의혹에 휘말린 배우 김수현의 출연작 ‘넉오프’ 공개를 전격 보류했지만, 별도 위약금 청구는 하지 않았다.
톱스타에겐 위약금 조항을 넣은 계약서를 제시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영화제작사 대표 B씨는 “계약 과정에서 제작사가 배우 측에 불편한 요구를 하기 어렵다”며 “관련 보험 상품이 나오면 모를까 현재로선 제작사가 출연자 리스크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도 “드라마는 작가와 감독, 배우에게 크게 의존하는 시스템이라 이들이 절대 갑”이라고 토로했다.
계약 관행을 넘어선 구조적 해법 마련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미국의 경우 대형 콘텐츠 프로젝트가 무산됐을 때 피해를 구제하는 보험이나 중재 회사가 촘촘하게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험 도입이 여의치 않다면 정부와 민간이 제3지대에 손해 조사와 구제, 지식재산(IP) 관리 등을 담당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아이디어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유빈·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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