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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오토 세일

이런 내가 싫어요” 아이가 말한다면...

‘다름’을 개인의 특성으로 가르쳐 주세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14 2025 10:03 PM

다름을 존중하는 아이


“이런 내가 싫어요.” 진료실에서 청소년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다. 공부를 못하는 내가 싫어요, 친구도 없이 혼자서 밥 먹는 내가 싫어요, 발표할 때 긴장해서 준비한 것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싫어요, 예민한 성격인 내가 싫어요, 힘든 것을 못 견디고 자해하는 내가 싫어요, 틱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내가 싫어요, 엄마한테 힘들다는 말을 못 하는 내가 싫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많은 아이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것은 나쁘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신체 질환으로 치료를 받거나 ADHD, 틱, 우울증,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고2 진주(가명)는 초등학생 때부터 천식과 비염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특히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학업이 중요한 시기에 기침을 한다고 친구들에게 눈총을 받았다. “숨을 쉴 때마다 기침이 나온다고 하니까 애들이 저에게 숨을 아예 쉬지 말라고 했어요”라고 진주가 말했다. 진주는 스스로를 주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여겼고, 남들과 다르고 친구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2 상준(가명)이는 지능은 정상이지만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져서, 상대방의 감정이나 입장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이들 가운데는 제한된 관심사로 특정 주제에 대해서 자세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상준이의 제한된 관심사는 역사다. 특히 연도별로 각 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을 비교해서 정리하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에 선생님이 연도를 잘못 말할 때마다 틀렸다고 하는 바람에 역사 선생님의 미움을 받는다. 친구들도 상준이가 잘난 척하면서 수업을 방해한다며 싫어하고 함께 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엘파바처럼… 차별로 이어지는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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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포 굿’의 엘파바(오른쪽)와 글린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진주나 상준이와 같은 아이들이 가진 성향이나 특징, 혹은 증상들은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아니다. 키가 작거나 눈이 나쁘거나 운동을 못하거나 성격이 섬세하고 예민한 것처럼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 이런 것들이 놀림과 괴롭힘,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도 외면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살아가는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처럼 말이다.

초록색 피부의 엘파바는 아무도 괴롭히거나 위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괴물로 취급받는다. 오즈의 동물들은 원래 말할 수 있고 교육을 받으며 인간과 동등하게 살아가는 존재였지만, 말을 잃어버리게 되고 위험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특히 엘파바의 스승이었던 염소 교수 딜라몬드는 대학에서 쫓겨나고,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서의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다. 다름이 위협이 되고 차별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현재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모두가 불행해져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여전히 ‘정상’이라는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조금만 다르거나 눈에 띄면 괴롭힘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 신체적인 특징이나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성적 정체성·지향성의 차이, 부모의 이혼, 다문화 가정, 성격 등 모든 다름이 비정상으로 여겨지고 배척된다. 그런데 이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사회가 만든 것이다. 어쩌면 다름이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이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따른 상대적인 개념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각자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모두 비정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사회가 정한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지속적인 차별과 배척을 경험하며, 심각한 정신적 상처와 자존감 하락을 겪는다. 특히 청소년에게 학교는 성장을 위한 안전한 배움터가 아니라, 상처받고 자신을 비하하는 고통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다. 또 이러한 상처들은 돌고 돌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자신과 그 가족에게도 되돌아올 수 있다. ‘위키드’의 오즈의 마법사가 자신이 괴롭히고 악당으로 만들었던 엘파바가 사실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비극적인 순간처럼 말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 다양성 존중하는 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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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미국 연수 시절 보스턴 근처 브룩라인이라는 도시에서 지낼 때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가 생각난다. 나처럼 한두 해 머물다 가는 외국인 학자와 의사가 많은 동네여서 아이들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 언어에 익숙하기도 하지만, 학교와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브룩라인의 학교에서 아들과 같은 축구팀이었던 12명 가운데 1명은 천식이 있었고, 1명은 소아 당뇨, 1명은 난독증이 있었다. 딸과 같은 반에는 ADHD로 약물치료 중인 아이가 있었는데 학교 친구나 부모님들, 선생님들 중 아무도 이 아이가 ADHD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았다. 활발하고 밝은 아이라서 오히려 학교에서 학예회 사회도 보고 다양한 역할을 했다. 인종차별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가르치는 것처럼, 신체질환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이유로 차별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사회에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과 배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가르치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무척 따뜻했다.

우리도 아이들이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다름이 비정상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이고 어른인 우리가 먼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편견 어린 농담이나 차별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모두 차별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진료실에서 아이들이 ‘이런 내가 싫어요’라고 말하면 ‘이런 나라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자고 한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추천하는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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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지음·창비 발행·244쪽

 

‘나는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차별 문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도 차별을 전혀 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차별은 대개 은밀하고 사소하며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누구나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자각과 성찰,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일상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차별주의자는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고 꼬집는 책.

의식하지 못했던 차별을 알아채려면 우선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 이를 특권이라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시외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설치가 의무화하지 않은 현실에서,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특권이 된다.

책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바보’ 캐릭터가 왜 장애인 비하인지, ‘노키즈존’이 왜 차별인지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차별이 지워지거나 공정함으로 둔갑되는 작동 원리와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살핀다. 김효원 교수는 “일상 속 혐오와 차별의 순간을 돌아보고,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성장해도 괜찮은 사회가 되는 데 필요한 시선과 조언을 담고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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