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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다시 읽는 감회
이현수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Dec 15 2025 10:03 AM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별로 할 일이 없는 나는 독서로 소일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지만 그 중에서도 문학 작품을 애독한다. 그런데 신작을 읽는 것 보다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읽는 즐거움이 더 크다. 내가 다시 읽는 작품들은 보편적 관심사를 주제로 하여 표현이 원숙하고 탁월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명작들이다.

언스플래쉬
예전에 위대한 문학 작품들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스토리의 전개에만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그 안에 깃든 문학적 깊이를 다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 같다. 그러나 연륜이 쌓인 지금 다시 읽으니 예전에는 대충 읽고 지나쳤던 문장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짧은 한 구절이 깊은 감동을 주고 단순한 은유에서 놀라운 지혜를 발견한다. 또한 예전에 내가 간과했던 작품의 진가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작품 속의 갈등과 사랑, 상실과 희망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예를 들어,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도전하는 작중 인물을 보면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신념을 붙들고 견뎌냈던 나의 지난날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문학은 등장인물의 삶뿐 아니라 내 인생의 궤적까지도 함께 비춰 준다.
긴 세월 모진 세파를 헤치며 다져진 원숙한 시각으로 위대한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본다. 책은 마치 깊고 넓은 저수지와 같아서 한 번 길어 올린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기에 다시 펼칠 때마다 늘 새롭고 지금 내 삶의 계절에 어울리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황혼기의 독서는 더 이상 지식이나 영감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음미하는 성찰의 과정이다. 문학은 고단한 인생길을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이며, 때로는 묵묵히 위로를 건네는 친구이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죽기 전에 수많은 삶을 살아본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오직 하나의 삶만을 산 채 생을 마친다.” 나는 이 경구를 가슴에 품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며 더욱 넓고 깊은 인생을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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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