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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신춘문예 시 입선
이현주 '웃음꽃'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an 16 2026 07:20 AM
한인문인협회 주최, 한국일보 후원
누구나 동그라미정원 하나쯤 가지고 있다
어떤이는 살면서 네모로 만들고
또 어떤이는 세모를 만든다
세모도 네모도 싫어
별모양을 만들어도 개성이다
살면서 동그라미만 가진 사람도
동그라미 안에 아름다운 정원을 꿈꾼다
초승달을 닮은 눈썹을 밀어버리고
광택나는 검정 테이프로 일자눈썹을 그려넣는다
포근한 지붕을 잃어버린 두눈은
까무룩하고 흰자를 드러내며
네모와 세모를 부러워한다
세상과 필사적으로 소통하는 코는
더 오똑하게 세우고 도도하게
세상을 향해 코웃음으로 콧방귀를 뀐다
그아래 입도 할말이 참 많다
코보다 튀어나온 입은 말도 많고 불만도 많다
아랫입이 튀어나온 입은 욕심이 많아서 역겹다
얼굴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꾸는 나만의 정원이다
거뭇한 석이버섯이 피어도 다랑이 밭에서 꿈틀대는 지렁이같은
주름 투성이어도 누구나 피울수 있는 꽃이 있다
광대를 들어올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눈을 찡긋하며 짓는 웃음꽃이다
네모 세모가 나팔꽃이되고 칸나도 된다
동그라미가 장미도 되고 수국이 되는 순간이다
잠시 스치는 꽃이지만
향기는 오래간다

이현주
2003년 이민. 현재 세탁소 운영.
당선 소감
뇌졸중이란 감당하기 힘든 병이 찾아오고 난 후 절망과 외로움에 빠져 허덕일 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썼던 세줄짜리 일기가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수필이 되었고 남루한 글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발이 묶인 채 저에게 글쓰기는 세상과 소통하는 숨구멍이었습니다. 마비된 왼손 때문에 타이핑이 힘들어 비교적 짧은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어느덧 400편에 가까운 글들이 모였습니다. 원래 당선작 웃음꽃은 수필이었는데 5편 모집요강에 맞추려고 시로 편집한 것입니다. 어렸을 때 내가 웃으면 엄마가 그러셨어요. “우리딸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네”라는 말씀에 사람이 꽃이 되는 순간을 착안해서 써 내려갔습니다. 웃음은 전염병보다 전파력이 강해요. 웃어서 코로나도 이겨내고 독감도 물리치길 소망합니다. 어쩌면 이 병이 내게 축복이었는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회고합니다. 주님은 고난을 통해서도 축복을 내리시잖아요.
심사평(백복현·홍성철)

백복현 심사위원

홍성철 심사위원
'웃음꽃'에는 비록 웃음으로 자기 얼굴을 꽃밭처럼 가꾸자는 상투적이긴 하나 나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만한
필력이라면 앞으로 계속 글을 풀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끝내 작품을 내려놓지 못하게 했다. 어떤 이야기든 술술 풀어내는 입담은 사실 글쟁이의 첫째 가는 덕목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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