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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의 역사
영국 여왕과 두 차례 세계 전쟁을 거치며 발달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10 2026 08:27 AM
중세 유럽 때도 없었던 휠체어 통풍 앓은 스페인 국왕이 사용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 기대
휠체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만성 질환자 또는 하반신이 불편한 사람만 쓴다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망막박리 때문에 수술을 네 번 받았는데, 그때 휠체어를 탔다. 이렇듯 휠체어는 가장 유명하고 가장 보편적인 이동 보조 수단이다.

삽화=신동준 기자
그만큼 꽤 편리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혼자서는 3㎝ 정도의 턱도 넘기 힘들다. 식당에라도 가려고 하면 고려할 것이 많다. 층수는 어디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테이블간 간격은 어떤지, 화장실은 붙어 있는지, 다른 층에 있는지, 장애인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지 등등. 이렇게 보면 여전히 불편하지만, 역사를 들여다 보면 지금의 형태를 띄게 된 것도 대단한 일이란 생각이 들거다.
과연 이 휠체어는 언제부터 존재했을지 부터 보자. 휠체어의 정의를 보면 '바퀴 달린 의자'다. 의자도 있고 바퀴도 있는 시대여야한다. 최초의 바퀴는 기원전 3,500여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의자는 더 간단한 도구이니 그 전부터 있었을 거다. 그럼 일찍 개발되었을 거 같겠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도 다리가 불편했다는 묘사와 증거가 있지만, 지팡이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도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들이 예수님께 치료 받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그냥 들어서 옮긴다. 5, 6세기경 중국과 그리스에 묘사된 그림이나 조각들이 있긴하지만, 실제로 환자가 썼는지는 불분명하다. 중세 유럽, 심지어 13세기에도 농작물을 운송하는 수레를 이용해서 환자를 옮겼다는 묘사가 나온다. 따로 환자를 위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거다.
변화가 생긴 것은 1595년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통풍이 심해진 이후다. 만들어진 것이 초기 휠체어의 대표격인 펠리페의 휠체어다. 고급스러운 의자에 팔걸이, 다리 받침대, 그리고 네 개의 작은 바퀴까지 달려 있는 형태로 하인이 밀어줬다. 초기 휠체어는 부유한 사람이거나 권력자가 아니면 아예 이용이 불가능했다.
최초로 혼자 갈 수 있는 휠체어는 독일 뉘른 베르크의 시계 제작자였던 스티븐 파플러가 1655년 개발한다. 어렸을 때부터 하반신 마비였던 파플러는 시계 제작사로서 기계 공학 지식이 있었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바퀴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그러나 너무 크고 무거워 실내용에 머물렀다.
이 휠체어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바로 온천이다. 영국의 바스 지방 온천이 치료 효과가 있다는 말이 퍼지면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고 이들을 위해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바퀴 달린 의자를 계속해서 고안하게 된다. 이 바스 체어가 대유행을 하게 되면서 1893년에는 빅토리아 여왕까지 사용하게 된다. 사실 우리가 휠체어라고 하면 장애인만 이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은 누구나 늙고, 늙으면 누구나 보행 약자가 된다. 빅토리아 여왕도 노년에는 노쇠해서 이런 장치가 잠시라도 필요하게 되었다.
여기서 전쟁이 또 한번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다. 1차 세계대전은 하반신의 마비가 있을 정도의 부상이 있는 사람은 살릴 수가 없었지만, 2차 세계대전 때는 생존율이 대폭 올라간다. 그에 따라 무려 수십만명의 참전 용사들이 이동에 장애를 갖고 전역하게 된다.

스페인 펠리페 2세 초상화와 1595년 펠리페 2세의 의자모형도
이때까지만 해도 휠체어는 대개 나무나 철로 만들어져서 무거웠고, 뻑뻑했다. 운반도 어렵고 스스로 밀기는커녕 보조자가 밀기도 어려웠다. 조금만 바닥이 울퉁불퉁해도 이동이 어려웠다. 따라서 보다 가볍고, 조작하기 쉽고, 운반하기도 좋은 휠체어들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x-프레임 접이식 휠체어가 나오게 되는데, 일반 자동차에 실릴 정도로 부피가 작아지는 의자였다. 이 덕분에 이동이 훨씬 용이하게 되었을 뿐 더러 덕분에 드디어 출퇴근도 가능하게 되었다.
거기서 한번 더 발전 한 것이 바로 모델 8이다. 이거부터는 우리가 흔히 보는 휠체어와 비슷하다. 스스로 밀 수 있고, 뒤에는 보조자가 쉽게 도울 수 있도록 손잡이도 있다. 당연히 접을 수도 있다. 심지어 이전까지는 접기 전에 바퀴를 분리해야 했는데 이 모델부터는 그냥 접을 수 있었다.
지금은 전동 휠체어들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 개인에 맞춰서 제작하는 휠체어들도 있다. 가지고 있는 질환이 다르니 필요로 하는 것들도 다른데 그걸 이제 다 맞춰 볼 수 있게 된 거다. 예컨대 스티븐 호킹이 이용했던 휠체어는 조이스틱으로 이동이 가능한 휠체어였다. 앞으로도 더 좋은 휠체어가 계속 만들어져, 누구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희망해본다.
이낙준 닥터프렌즈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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