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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은 안 멋져” 시선 속 돌아온 쇼미더머니
의심을 기대로 바꾼 ‘진정성’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1 2026 12:28 PM
힙합 서바이벌 ‘쇼미’ 4년 만에 복귀 10년간 스타 배출·주류 문화 탈바꿈 문법 고착화·화제성 인물 우승 서사에 “서바이벌 기능 상실” 비판··· 잠정 중단 역대 최다 지원·화려한 프로듀서 컴백 ‘괴짜’ 부각 등 구성엔 큰 차이 없지만 ‘고등래퍼’ 김하온 등 출연자 진정성에 힙합 신 위기 극복할 새로운 기점 기대
한국 힙합 문화를 캐릭터 중심의 쇼 비즈니스 산업으로 이끈 엠넷 ‘쇼미더머니’가 4년 만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15일 ‘쇼미더머니12’가 첫 방송을 내보냈고 이틀 후인 17일 티빙이 스핀오프 ‘쇼미더머니12: 야차의 세계’ 첫 회를 공개했다. 국내 최장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 지난 10년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 온 ‘쇼미더머니’는 홍대 클럽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힙합 문화를 ‘돈이 되는’ 주류 음악 산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엠넷 '쇼미더머니12' 1화에서 심사를 받고 있는 래퍼 김하온. 방송 캡처
그러나 이 과정에서 힙합이 가진 고유의 자율성은, ‘어느새 힙합은 안 멋져’라는 이찬혁의 냉소처럼 방송의 규격화된 서사와 고착된 문법 안에 갇히게 됐고, 예능 프로그램의 스타인 이영지가 우승했던 열한 번째 시즌에서는 ‘서바이벌’ 기능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이영지라는 래퍼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방송인 이영지가 가진 대중적 서사가 래퍼로서의 증명 과정을 압도해버린 사건이었다. 치열한 랩 배틀보다 이미 공고한 팬덤과 화제성을 가진 인물의 성공 서사를 추종하는 연출 방식은, 역설적으로 ‘쇼미더머니’가 스스로 세운 서바이벌의 엄격한 기준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엠넷 '쇼미더머니12' 1화에 출연한 태국 래퍼 밀리. 방송 캡처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가 계속될수록 대중은 역설적으로 힙합이 가진 ‘진정성’과 ‘증명’이라는 규범에서 방송을 평가했다. 그 균형이 무너지자 결국 ‘잠정 중단’을 선언했던 ‘쇼미더머니’는 4년 만에 돌아와 역대 최다 지원자와 화려한 프로듀서 라인업을 내세우며, 여전히 이 시리즈가 한국 힙합의 ‘최종 심급’이라는 태연한 태도로 출발한다.
방송은 지난 열한 번의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괴짜’ 참가자의 기행을 포착하고,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이들에 대한 기대와 배반을 교차시키고, 각각의 프로듀서가 가진 캐릭터를 능숙하게 조율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화 공개와 동시에 예선에서 탈락한 이들을 ‘야차의 시대’라는 장외 리그로 호출해 싸이퍼로 패자부활전을 하는 정도인데, 이마저도 ‘야차(룰 없이 싸우는 난투극)’를 내세우며 ‘날것’을 보여주겠다는 예고와는 달리 크게 주목할 만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엠넷 '쇼미더머니 12'. 엠넷 제공
새롭거나 낙관할 만한 것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운 것은 이번 시즌 새롭게 등장한 프로듀서의 태도다. 한 번도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던 제이통은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특유의 괴인들”이라는 말과 함께 랩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이들을 정중하게 배제했고, 참가자의 절실함만을 보겠다며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에 임한 허키 시바세키의 모습은 방송과 관계없이 ‘신(scene)’을 힙합에 대한 열의로 회복하겠다는 긍지가 느껴진다. 별난 콘셉트의 참가자, 유명세를 가진 참가자, 영상 예선 조회수 상위권자들이 줄줄이 탈락한 예선 결과는 신에 자리 잡은 프로듀서의 눈과 귀가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쇼미더머니’의 공백기에 ‘힙합의 야생성을 살린다’며 방송됐던 ‘랩퍼블릭’과 10대 래퍼들의 등용문 ‘고등래퍼’의 스타들이 이번 시즌 ‘쇼미더머니’에 도전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두 방송이 ‘쇼미더머니’의 대안으로 마련되고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음을 상기한다면, 해당 출연자들의 도전은 작품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작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질문으로 기능한다. ‘역시 ‘쇼미더머니’가 가장 큰 무대구나’라는 감상은 긴 공백 동안 대중의 변화한 평가 기준과 빠르게 변하는 신의 유행으로 인해 ‘과연 이 오래된 시스템이 루키들의 에너지를 품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엠넷 '쇼미더머니 12'. 엠넷 제공
“아주 멀리 핑 돌아 튕겨서 겨우 여기”라며 자신의 행보를 핀볼에 비유한 김하온의 랩은, “필요해 보이던데 나란 놈이 이런 난세에”라는 가사로 현재의 힙합 신과 ‘쇼미더머니’의 위기를 짚어낸다. 학교를 자퇴하고 ‘고등래퍼’에서 보여준 ‘명상랩’을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한 그는, 성인이 된 뒤 답보상태에 놓인 것 같은 자신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돌고 돌아 다시 서바이벌로 돌아온 그는 제작진이 설계한 이 지겨운 생존 서사에 진저리를 치듯 “난 이걸로 못 치겠어, 장난을”이라는 선언과 함께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기대보단 의심이 앞서는 상황에서 몇몇 프로듀서와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태도는, 결국 시청자를 설득하는 힘은 방송의 영리한 연출이 아닌 그 시스템의 한계를 품고도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창작자의 목소리란 것을 알게 한다.
첫 방송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시즌 전체의 성패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시청자가 품는 의심은 방송을 향한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나를 다시 한번 설득해 보라’는 유효한 기대다. 치아치카노, 루씨갱, 200 등 첫 도전 만에 합격한 여성 신예 래퍼들의 약진, 자신의 제약적 정체성을 랩에 녹여낸 아이돌 래퍼들의 등장, 2화에 예고된 일본, 홍콩, 미국 등지에서 모인 글로벌 참가자들은 군침이 도는 ‘볼거리’지만, 작품이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새로운 표준이 되고 싶다면, 그 판단의 주도권을 인간의 고뇌를 가장 격렬하게 표현하는 음악, ‘힙합’에 넘겨줄 용기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복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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