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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스포츠

전민철 “로미오 그 자체라는 말 듣고 싶어요”

지난해 10월 마린스키와 정식 계약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7 2026 04:28 PM

‘한 달 여러 작품 주역’ 시스템 덕에 파트너 축·점프 타이밍 빨리 파악 28일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 무대 日 ‘제니스 오브 발레’ 무대도 마쳐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전민철(22)은 꽃다발을 한 아름 안은 채였다.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열린 세계 정상급 무용수들의 ‘제니스 오브 발레’ 갈라를 큰 박수 속에 마친 전민철은 정작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 퍼스트 솔리스트로서 처음 일본 무대에 선 그는 “고국 팬의 기대가 컸을 지난달 ‘더 나잇 인 서울’보다는 덜 떨렸다”면서도 “짧은 시간 출연하는 갈라는 전막보다 실수를 줄여야 하는데, 오늘 공연은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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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발레리노 전민철이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열린 '제니스 오브 발레'에서 '차이콥스키 파드되'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Kiyonori Hasegawa

 

김기민(34)에 이은 두 번째 한국인 발레리노로 마린스키에 입단한 전민철의 지난 반년은 ‘처음’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7월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로 마린스키 발레단 전막 주역 데뷔했고, 10월에 수석무용수 바로 아래 등급인 퍼스트 솔리스트로 정식 계약했다. ‘백조의 호수’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의 주역 데뷔 무대도 가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이미 한국 발레계 스타였던 전민철은 그렇게 춤을 다시 쌓아 올렸다. 그는 “이전에는 체력과 컨디션이 들쑥날쑥한 편이었는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체력이 좋아져서 무대 경험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한 파트너와 한 작품을 수개월간 준비하는 한국과 달리 마치 ‘도장깨기’ 하듯 한 달에 여러 편을 소화해야 하는 마린스키의 시스템 덕분에 전민철은 파트너의 중심축과 점프 타이밍도 더 빨리 파악하게 됐다. 점프도 도약 전 준비 동작부터 아예 새로 고쳐 몸에 익혔다. 그 결과 특유의 우아한 체공 시간에 힘이 더해져 강렬한 러시아 발레에 가까워졌다. 주변의 조언에 열린 태도 역시 그가 마린스키에서 다시 춤을 쌓아 올리는 과정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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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마린스키 발레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과 나가히사 메이가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열린 '제니스 오브 발레'에서 '차이콥스키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Kiyonori Hase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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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마린스키 발레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과 나가히사 메이가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열린 '제니스 오브 발레'에서 레오니트 라브롭스키 안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Kiyonori Hasegawa

 

 

 무용으로 ‘말하는 법’도 새로 배우는 중이다. 지도위원이자 그를 발탁한 유리 파테예프 전 마린스키 예술감독은 동작이 비어 있는 순간에도 무용수는 손짓 하나로 말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승의 지도를 적극적으로 흡수한 덕분인지 한국에선 ‘팔이 길다’거나 ‘폴드브라(팔과 상체의 움직임)가 좋다’는 평을 들었지만, 러시아에선 ‘손이 예쁘다’는 칭찬을 유독 많이 듣는다. 손끝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 연기하기 시작하면서 캐릭터 해석에도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이달 28일 레오니트 라브롭스키 안무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 데뷔를 앞둔 그는 “재해석해 나만의 것을 표현한다기보다 그냥 그 캐릭터에 딱 맞는 인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민철의 로미오는 로미오 그 자체’라는 말이 나오게끔 하는 게 꿈이고 목표”라고도 했다.

‘마린스키’라는 원대한 포부를 이루고 러시아 생활 2년 차에 접어든 전민철에게 가장 큰 변화는 ‘마린스키’라는 거창한 꿈을 매일의 삶으로 받아들인 태도다. 입단 초기에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룬 뒤 찾아오는 허무감도 겪었다. 지난해는 살면서 가장 떨리는 무대에도 서 봤다. 마린스키 입단이 결정된 후 출전해 대상을 받은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콩쿠르다. 전민철을 국제적 무용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파테예프 지도위원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마린스키 타이틀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다.

이제 전민철의 목표는 마린스키에서 인정받는 무용수가 되는 것이다. 한예종 영재원 시절부터 은사이자 멘토인 조주현 한예종 무용과 교수의 여러 조언을 되새겨 온 덕분에 들뜨거나 하지는 않는다. “왕관을 스스로 쓰려 하지 말고, 항상 땅을 밟아라, 풍선에 딸려 올라가려고 할 때 그걸 놓을 줄 알아야 한다, 하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이제 마린스키에서 인정받아야죠.”

도쿄=김소연 기자

 

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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