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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획기사

탑골 장기천국의 부활

"소식 듣고 한달음" 노인들이 돌아왔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7 2026 03:19 PM

'노인 밀어내기' 논란 6개월 만에 공간 마련 등록 절차 생략 통제 최소화… 훈훈한 실내 늦었지만 다행… 구청 "어르신들 의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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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낙원역사갤러리에 종로구청이 마련한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가 개관한 3일 오전 오픈 시간 전부터 나온 노인들이 갤러리 앞에 앉아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광현 기자

 

"반년 만에 장기판을 다시 놔준다고 하니 얌전히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서울 종로구청이 낙원상가 1층에 마련한 실내 장기·바둑 공간인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가 개관한 3일 오전, '탑골 장기 마니아'인 김경수(75)씨는 놀이터가 문을 열기도 전부터 자신이 평소에 쓰던 장기판을 들고 나와 친구와 대국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종로구청이 탑골공원 외곽의 장기판을 철거하자, 김씨는 인사동 거리 돌벤치 등을 전전하며 장기 둘 곳을 찾아다녔다. '탑골 장기천국' 분위기를 그리워하던 차에 구청에서 공간을 다시 마련해준다는 소식을 듣자 김씨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탑골공원 명물이었던 장기·바둑판이 부활했다. 종로구청이 깨끗한 공원을 만들겠다며 장기 공간을 일거에 철거해 '노인 밀어내기' 논란을 빚은 지 6개월 만이다. 탑골에 머무르던 노인들의 의견과 자율성을 존중해 별도 등록 절차나 복잡한 규칙 없이 최소한의 통제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픈 첫날부터 이용자 수십 명이 동시에 몰려들었고, 흩어졌던 노인들이 속속 복귀하는 등 탑골 노인들의 반응도 우호적인 편이다.

 

등록 절차 없애고 자유롭게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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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에서 노인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탑골공원 장기판 철거 전처럼 대국 중인 판 옆에 서서 구경꾼 역할을 하는 노인들도 있다. 나광현 기자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는 구청이 낙원상가 1층 낙원역사갤러리(66㎡) 공간을 활용해 마련했다. 출입문을 기준으로 왼쪽 벽을 따라선 두 사람이 마주 앉을 수 있는 자그마한 테이블과 바둑판 5세트가 놓였다. 반대쪽 벽에는 4인용 테이블 6개와 장기판 12개가 배치됐다. 바둑보다 장기를 더 선호하는 탑골 노인들의 특성을 반영해 공간을 구성했다. 천장에 설치된 난방기가 작동되고 있어 실내는 훈훈했다. 이날부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기존에 운영되던 시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이용 대상 제한이나 별도 등록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종로구청은 탑골 장기판을 철거하며 노인들이 '서울노인복지센터 장기·바둑실'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탑골 노인 중 서울시민이 아니라서 회원 등록이 불가하거나 등록 절차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이용률이 저조했다. 그러나 이날 문화 놀이터를 찾은 노인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앉아 판을 벌이거나 줄줄이 서서 구경하는 등 장기판 철거 전처럼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탑골에서 30년 이상 장기·바둑판을 제공했던 박손서(74)씨도 이날 문화 놀이터를 찾아 장기를 몇 판 둔 뒤 "늦었지만 구청이 참 잘한 일"이라고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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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에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거나 옆에 서서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광현 기자

 

점심 무료급식 시간에는 이용자들이 빠져나가며 잠시 한산해졌지만, 오후에는 입소문이 난 듯 오전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오후 1시 30분쯤에는 동시에 50명 가까운 노인들이 모여들며 실내가 붐볐다. 탑골 장기판이 사라지며 종묘광장공원으로 피신했던 노인들도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18일 종묘공원 실외 바둑장에서 만났던 안모(87)씨는 "소문 듣고 다같이 왔다. 달리 시간 보낼 곳도 없는데 따뜻한 실내를 마련해주니 참 고맙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통제도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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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에서 관계자들이 새로 구매한 장기판의 포장 비닐을 벗겨내고 있다. 나광현 기자

 

구청은 문화 놀이터 관리를 위해 노인 일자리 기간제 근로자들을 고용했지만, 통제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구경하는 인파가 과도하게 몰려 통행을 방해하거나, 문제적 행동을 하는 이용자로 불편이 생기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통제는 반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문화 놀이터 이용자들이 흡연이나 음주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싸움을 벌이는 일은 없었고, 근로자들도 최소한의 안내만 했다. 구청 관계자는 "그간 언론에서 제기된 지적과 어르신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바람직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과제"라고 했다.

나광현 기자

 

www.koreatimes.net/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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