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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오타니, 매직 존슨의 연고지 LA
도심 속 홈구장마다 올스타 발자취 생생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4 2026 11:48 AM
LA, 스포츠 관광의 성지
손흥민, 오타니 쇼헤이가 뛰고 박찬호, 류현진이 거쳐 간 도시. 코비 브라이언트, 매직 존슨, 카림 압둘자바를 배출한 도시.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 도시 중 하나이자 2028년 세 번째로 하계 올림픽을 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는 유서 깊은 스포츠 도시라 할 만하다. 미 전역에서 1, 2위를 다투는 명문 야구·농구 구단의 연고지임은 물론 축구판에서도 떠오르는 강호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스타 선수들의 경기를 직관하고 역사적인 경기가 열린 경기장을 속속히 살펴보는 ‘스포츠 관광’을 하기에 이만한 목적지도 없다.
세계에서 유일… 올림픽만 3번 개최한 '메모리얼 콜리세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LA 다저스' 홈구장 '다저 스타디움' 입구에서 도심 전경이 시원하게 보인다.

두 번의 LA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됐고, 2년 후 다시 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인 LA 메모리얼 콜리세움.
근래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LA의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지난해 미국프로축구(MLS) 구단 LAFC로 이적한 손흥민 선수 덕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리오넬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와 LAFC가 치른 시즌 개막전은 MLS 개막전 최다 관중을 유치했는데, 이날 경기장에선 현지 교민은 물론 원정 응원을 온 이들까지 한국인 관전자가 적지 않았다.
스타 선수에 쏠린 관심에 덜 주목받았지만 경기장인 메모리얼 콜리세움은 스포츠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장소다. 올림픽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1932, 1984)이나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림픽을 두 번 이상 개최한 도시는 LA 외에도 있지만, 주경기장이 같은 경우는 전무하다. 2028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도 낙점받은 터라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올림픽을 3회 개최했다는 영광스러운 기록을 세우게 될 예정이다.
준공 이래 내로라하는 프로 스포츠팀이 메모리얼 콜리세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했지만, 1923년부터 100년 넘게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진짜 안주인’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미식축구팀이다. 본래 미식축구장으로 설계된 이곳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미국프로풋볼(NFL)의 결승전인 ‘슈퍼볼’ 제1회 경기 무대였다. 슈퍼볼이 현지에서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가 행사급’ 경기인 만큼 메모리얼 콜리세움은 스포츠 경기장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사성을 지닌 셈이다.

LA 다저스가 과거 메모리얼 콜리세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당시의 경기 모습을 그린 그림이 다저 스타디움에 전시돼 있다.
오타니, 류현진, 박찬호가 활약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 LA 다저스 역시 1958년 LA로 연고지를 옮긴 직후 3년간 메모리얼 콜리세움을 홈구장으로 삼았다. 이곳을 홈으로 쓰던 1959시즌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며 다저스 팬에게도 애정 어린 공간으로 남았다.
손흥민의 홈구장 'BMO 스타디움', 월드컵 경기장 'SoFi 스타디움'

LAFC 홈구장 BMO 스타디움.
지난달 손흥민-메시 대전은 워낙 화제라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었지만, LAFC 홈구장은 ‘BMO 스타디움’이다. 손흥민 홈 경기를 직관하러 온다면 대부분 이 경기장에서 관람하게 된다. 메모리얼 콜리세움과 같이 ‘엑스포지션 파크’ 부지에 있어 서로 지근거리다. 2018년 창단된 구단답게 홈 경기장도 최신 시설로 무장한 신생 경기장이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제이홉(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들이 현지 공연장으로 택한 곳이기도 하다.
관중석은 2만2,000석으로, 7만7,500명을 수용하는 메모리얼 콜리세움의 3분의 1에 못 미치지만 섬세한 좌석 배치가 특징이다. 좌석 배열 각도를 안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가파르게 설계해 어느 좌석에 앉든 최적의 시야를 제공한다. 모든 좌석이 경기장으로부터 43m를 넘지 않게 설계됐다. ‘시야제한석’이 없는 경기장인 것. LA 도심을 향해 경기장이 뻥 뚫려 있는 점도 특이하다. 그 틈으로 다운타운 LA(DTLA)의 스카이라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좌석 수를 희생하고서라도 ‘연고 지역’을 경기장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취지다. 특유의 설계 덕에 관람객은 혼신을 다해 뛰는 선수와 LA의 시티스케이프를 한눈에 담게 된다.

LAFC 홈구장 BMO 스타디움 라커룸 손흥민 선수 자리에 림프종을 이겨낸 환아 오은우(6)군을 위한 특별 기념품이 마련돼 있다. 투병 사연이 알려진 오군은 다음 날 열린 시즌 개막전에 손흥민의 에스코트 키즈로 초청됐다.
LA에는 LAFC의 라이벌 ‘LA 갤럭시’도 있다. 홍명보, 베컴이 활약한 MLS컵 우승 횟수 1위의 명문 구단이다. 1990년대부터 활동한 ‘원조’ 지역 구단이지만 2018년 LAFC가 창단되며 팬층이 갈렸다. ‘엘 트라피코(El Tráfico)’로 불리는 LAFC-LA 갤럭시 경기가 있는 날은 온 도시가 축제 분위기다. 지난달 손-메 대전이 관중 7만5,673명을 동원하며 MLS 역대 관중 수 2위를 기록했지만, 2023년 7월 LA 연고 양팀 대전의 8만2,110명 관중 기록은 넘지 못했다.
LA국제공항(LAX) 인근의 소파이(SoFi) 스타디움도 메모리얼 콜리세움처럼 본래 미식축구장이지만 몇 달 후 FIFA 월드컵 본선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LA에서 개최되는 8개 경기가 이곳을 무대로 삼는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할 경우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른다. 9월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LA 공연장으로도 낙점됐다.

올해 FIFA 월드컵 본선 경기장으로 선정된 소파이 스타디움.

소파이 스타디움은 독특한 외형이 눈에 띈다.
캘리포니아 파도를 형상화한 이 경기장의 비정형 돔은 거대한 돛을 연상시킨다. 돔 아래에는 360도 전광판 '오큘러스'가 달려 있어 관중에게 사각 없이 정보를 전달한다. 이 전광판은 미적 효과를 넘어 강풍과 지진으로부터 지붕을 안정시키는 추 역할을 겸한다. 명명권을 가진 핀테크 기업 소파이의 현금인출기(ATM)가 경기장에 비치돼 있지만 정작 경기장 내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되는 점이 재미있다.
오타니, 박찬호, 류현진의 발자취 담긴 '다저 스타디움'

LA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 스타디움 주위로 푸른 녹음이 펼쳐져 있다.

LA 다저스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가는 길목에 전시된 영구결번 선수 유니폼과 '실버 슬러거' 기념 배트.

다저 스타디움 내부에 기념 물품이 전시된 모형 로커가 보인다. 왼쪽에서 세 번째 로커의 '99번' 유니폼은 류현진 선수가 과거 착용한 것이다.
LA 다저스는 한국인이 가장 친숙하게 느낄 해외 스포츠팀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류현진이 맹활약한 팀이다. LA가 다인종 도시인 만큼 지역 구단 역시 다인종 선수 발굴에 선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최초 한국인 선수는 물론 최초 흑인 선수도 다저스에서 배출했다. 현재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오타니도 같은 LA 연고팀 에인절스에서 MLB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저스 홈구장 ‘다저 스타디움’은 오랜 세월 명문 구단을 품은 만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기장에 들어서기도 전 정문 계단에서 내려다보이는 DTLA 스카이라인이 시야를 압도한다. ‘Dodger Stadium’ 글자 위 도시 실루엣이 지역을 상징하는 구단의 위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풍광도 장관이다. 경기장을 둘러싼 언덕과 산이 앞선 도시의 모습과는 정반대 풍경을 뽐낸다. 우천이 드문 LA라 연중 날씨도 좋다. 스포츠 경기는 물론 경치를 즐기기에도 좋은 경기장이다.
경기장 내부에는 팀과 다저스를 거쳐 간 선수가 쌓아 올린 역사가 가득하다. MLB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 3위, 준우승 횟수 공동 1위에 달하는 강팀인 만큼 기념 트로피, 배트, 글러브가 셀 수 없이 전시돼 있다. 개장 당시 설치된 의자, 볼카트도 볼거리다. 그라운드 레벨 식당 벽면에 유명 선수들의 사진과 친필 문구가 전시돼 있는데, 박찬호 선수의 문구는 이렇다.
'개척자의 길은 외롭지만 특별했습니다. 당신의 꿈을 쫓으세요!' -박찬호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인 두 번째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남긴 친필 문구가 다저 스타디움에 전시돼 있다.
경기장 관계자에 따르면 다저스를 떠나던 시점에 적은 것이라고. 박찬호는 팀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마음은 '다저맨'인지, 요즘도 종종 지인을 대동하고 직접 경기장 투어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류현진 선수가 현역 때 착용한 ‘99번’ 유니폼 역시 홀에 전시돼 있다.
NBA 올스타 고향 '레이커스'의 '크립토닷컴 아레나'

LA 레이커스 홈구장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레이커스-셀틱스 경기가 열리고 있다.

크립토닷컴 아레나 입구에 묵직한 덩크로 유명한 '샤킬 오닐'의 동상이 설치돼 있다.
도심 한복판의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홈 경기장이다. NBA 통산 우승 종합 2위(17회)로 1위 보스턴 셀틱스(18회)와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3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우승 횟수는 7회에 그쳐 ‘격이 다른’ 1위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매직 존슨, 코비 브라이언트, 카림 압둘자바, 샤킬 오닐 같은 쟁쟁한 스타 선수들이 전성기를 보냈다. 각자의 시그니처 포즈를 빚은 동상이 역동적 모습으로 경기장 앞뜰에 전시돼 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경기의 일부가 된 기분이다.
레이커스 경기는 ‘가장 미국다운’ 스포츠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둑한 조도의 경기장 내부는 형형색색의 기업 전광판 광고로 빛난다. 충분한 비용만 지불한다면 선수들이 공이 튕기는 ‘코트사이드 좌석’에 앉아 ‘1열 직관’할 수 있다. 관객들도 경기 내내 자리를 지키기보다는 자유롭게 식음료를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화려한 자본과 ‘아메리칸 스타일’의 편안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장소다.
전후반전 사이 하프타임에는 종종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한 날에는 레이커스의 명장 팻 라일리 감독의 동상 헌정식이 열려 올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매직 존슨, 카림 압둘자바 등 라일리 감독과 함께 구단 전성기를 이끈 선수들이 직접 코트에 올라 축하의 시간을 가졌다.
스포츠 관광은 다운타운 LA를 중심으로

인터콘티넨털 다운타운 LA 라운지에서 바라본 로스앤젤레스의 전경.

인터콘티넨털 다운타운 LA에서 바라본 LA의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각 경기장의 ‘스타디움 투어’를 신청하면 평소에는 접근할 수 없는 그라운드, VIP룸, 선수 구역까지 일부 둘러볼 수 있다. 경기 관람 외에도 콘텐츠가 있는 셈이다.
주요 경기장은 도심 인근에 밀집해 있다. 도시 중심의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중심으로 다저 스타디움, BMO 스타디움, 메모리얼 콜리세움은 6㎞ 반경 안에 있다. 때문에 스포츠 관광을 위해 LA를 찾는다면 도심에 거점을 잡고 움직이는 편이 좋다. ‘인터콘티넨털 다운타운 LA’는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랜드마크 ‘윌셔 그랜드 센터’에 입주해 있다. LA는 물론 미 서부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인지라 LA 전경을 내려다보는 뷰가 일품이다. 맑은 날에는 태평양까지 훤히 보이고 수평선으로 뜨고 지는 해가 장관이다.
유일하게 도심권 밖에 있는 소파이 스타디움은 대신 공항 근처라는 장점이 있다. 여행의 마지막 날 투어를 진행하고 귀국 항공편에 오르는 일정을 권할 만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행 노선은 매일 밤 9시에 LA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주간 시간을 온전히 관광에 쓰고 귀국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을 이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노선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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