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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스포츠

고통 끝에... 그녀의 선율, 날아오르다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21 2026 02:58 PM

2020년 교통 사고 후 여섯 번 수술 받아 4년 재활 거쳐... 올해 초 EOIVC 우승 “깊은 사색과 섬세한 뉘앙스 담겨” 호평 “움직임 제한되면서 음악의 본질에 집중”


"지금 제 연주는 그 어느 때보다 최상이에요. 연습하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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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최대 음악 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에 참가한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 사진 작가로도 활동하는 에토레 카우사 비올리스트가 찍어준 것이다. 임현재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28)의 말은 의외였다. 그는 20대 초반에 이미 예후디 메뉴인, 이마 호그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유망주였다.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인 데다 무용과 수영도 전공 권유를 받을 만큼 신체적 재능도 탁월했다. 무엇을 해도 탄탄대로일 것 같던 삶은 2020년 5월 충북 진천에서 당한 교통사고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2주간 중환자실에 있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고 1년 7개월간 입원하며 여섯 차례의 수술을 견뎌야 했다. 바이올린이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던 삶이었지만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음악이었다.

올해 초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엘마 올리베이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EOIVC)에서 휠체어에 탄 채 무대에 올라 우승을 거머쥔 임현재를 14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거주 중인 그는 앞서 지난해 우승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 특전으로 마련된 리사이틀 등 국내 연주를 위해 일시 귀국했다. 임현재는 "사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운데 요즘은 연습할 때 엄마가 '네 얼굴에서 빛이 나'라고 할 정도로 즐겁다"고 말했다.

4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7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며 일찌감치 미국에서 생활했던 임현재는 커티스음악원 졸업식이 있던 날 사고를 당했다. 코로나19를 피해 한국에 머물던 중이었다.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잡기까지 4년이 걸렸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클래식 음악은 아예 멀리하고 팝송만 들었다. 영상 제작을 독학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3개월 만에 수익화에 성공했다. 그렇게 음악과 무관한 삶을 살던 그가 다시 활을 잡은 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다. 그는 "가르치는 게 나 스스로를 밝히는 작업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너는 용기와 영감이 되는 사람"이라는 커티스 음악원 은사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고토 미도리(55)의 격려에도 힘을 얻었다.

다시 활을 잡았지만 4년 만의 연주는 힘겨웠다. 하체 지지가 안 되니 중심이 잡히지 않아 부상을 입을 뻔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더 열중하는 것은 연습보다 운동이다. 보조기에 의지해 몸을 곧게 세우는 기립 훈련을 매일 2시간씩 버텨낸다. 불편한 드레스 대신 점프슈트를 입고 무대에 나선 그의 콩쿠르 연주 영상에는 '탄탄한 팔 근육만 봐도 얼마나 열심히 재활했을지 알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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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가 1월 미국 엘마 올리베이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의 모습. 드레스가 불편해 점프슈트를 입었지만 임현재는 "요즘 드레스보다 바지 정장을 입는 게 연주자들 트렌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OIVC 제공

 

성과는 콩쿠르 우승만이 아니다. 임현재의 스승이었던 과르네리 콰르텟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놀드 스타인하르트는 얼마 전 자신의 블로그에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임현재를 "습득력은 빨랐지만 음악적 개성을 드러내는 면에서는 '과정' 중에 있던 학생"으로 기억하며 "학생 시절 부족했던 깊은 사색과 섬세한 뉘앙스가 지금 그의 음악 속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콩쿠르 무대를 평했다. 임현재는 최근 영국 클래식FM이 선정한 '30세 이하 라이징 스타 3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향 협연(8월) 등 꽉 찬 국내외 일정은 "숨과 같은 음악" "영양분과 같은 바이올린"이 선사한 선물이다. 그는 "음악은 사고 전에도 일상과 같았지만 이제 나는 바이올린이 없으면 못 사는 존재가 됐다"고 했다.

진짜 즐기는 연주를 하는 것, 그것이 임현재의 목표다. 기교와 평가에 대한 시선은 잊고 즐거운 마음만으로 연주에 임하고 싶다. 그건 결국 '최고의 경지에 이른 연주와 같은 말'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는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게 됐다"며 "들었을 때 곧장 임현재의 음악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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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클래식FM의 '30세 이하 라이징 스타 30인'에 이름을 올린 임현재. 클래식FM 홈페이지 캡처

 

그는 한때 번아웃을 토로하며 은퇴했다가 복귀해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즐겁다"고 고백한 미국 피겨 스케이트 선수 알리사 리우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봤다고 했다. 사고로 170㎝의 훤칠한 키는 물리적으로 낮아졌지만 음악의 고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높이 떠올랐다. "오히려 음악하고 떨어져 지내면서 음악과 내 삶이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깨달았어요. 나라는 사람이 온전히 묻어나는 것, 그게 바로 제 음악이라는 걸요."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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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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